골프를 치다 보면 공 하나쯤은 반드시 길을 잃는다. 페어웨이를 벗어나 경계 밖으로 나간 공, 이른바 OB다. 코스의 생김새에 따라 공은 숲 아래로 떨어지거나 산 쪽으로 사라진다. 눈앞에서 봤는데도 끝내 찾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렇게 공은 조용히 사라진다. 골프공의 값은 가볍지 않다. 좋은 공은 12개 한 박스에 15만원 안팎이다. 그래서 골퍼들 사이에서는 OB가 나면 “통닭 한 마리 날아갔다”는 농담이 따라붙는다. 웃으며 넘기지만, 그 공은 분명 누군가의 손을 떠난 것이다.
그렇게 사라진 공들은 다시 시장으로 돌아온다. 이른바 ‘로스트볼’이다. 골프장이 많은 용인·이천·여주 일대에는 로스트볼을 전문으로 파는 매장이 따로 있고, 골프장으로 향하는 길목의 편의점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비닐망에 담긴 공들이 쌓여 있고, 가격은 단순하다. 10개에 1만원, 상태가 좋은 공은 2만원. 버려진 공이 다시 가격을 얻는다.
이 공들은 어디서 오는가. 골프장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직접 줍는다. OB가 난 공이 모이는 경계 밖, 숲과 경사지가 그들의 작업장이다. 주워온 공은 개당 250원에 중간 업자에게 넘어간다. 업자들은 이를 세척하고 선별해 다시 유통망에 올린다. 편의점에서는 개당 1000원 안팎으로 팔린다. 같은 공이 네 배의 가격으로 다시 시장에 나온다.
수입 구조도 분명하다. 골프장이 많은 지역을 잘 살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토요일과 일요일, 장비만 갖추고 부부 둘이 나서면 수확이 쏠쏠하다. 하루 1600개를 줍는 날도 있다고 한다. 개당 250원을 적용하면 하루 40만원이다. 주말 이틀이면 80만원이다. 실제로 공을 줍는 50대 후반의 A씨는 “이런 알바가 어디 있느냐”고 했다. 누군가에게는 벌타였던 공이, 누군가에게는 주말 수입이 된다.
이렇게 주워 모아 놓은 공은 가끔 큰 수입이 된다. 콤바인 자루 30개면 골프공 2만 개가 담긴다. 계산으로 나온 숫자가 아니다. 하루 이틀이 아니라 시간을 쌓아본 사람만이 아는 양이다. 이 정도 물량을 모아 업자에게 연락하면 트럭이 바로 온다. 그 자리에서 500만원이 오간다. 주변에는 이 일로 1억원 넘게 모은 사람도 있다는 이야기가 실제로 있다.
생각해 보면 묘한 구조다. 누군가는 공을 잃고 돌아서고, 누군가는 그 자리를 뒤진다. 한쪽에서는 실수가 되고, 다른 한쪽에서는 수입이 된다. 버려진 공이 다시 팔리고, 그 돈이 다시 지역으로 흘러간다. 공은 같지만, 의미는 다르다. 끝이라고 생각했던 지점에서 또 다른 시작이 만들어진다. 그 경계 밖에서 돌아가는 작은 시장, 그것이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OB의 경제학 아닐까. 시간이 되면 A씨의 안내를 따라 직접체험에도 나서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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