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40)] 버티기 위한 주사

며칠 전 남양주 와부읍에서 길을 걷다 한 그루 소나무 앞에서 발걸음이 멈췄다. 굵은 줄기 사이로 주사병 네 개가 꽂혀 있었다. (사진=이건구 기자)
며칠 전 남양주 와부읍에서 길을 걷다 한 그루 소나무 앞에서 발걸음이 멈췄다. 굵은 줄기 사이로 주사병 네 개가 꽂혀 있었다. (사진=이건구 기자)

누구나 힘들 때는 도움을 받는다. 몸이 아프면 약을 먹고 병원을 찾는다. 버티기 어려운 순간에는 치료를 선택한다. 그건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며칠 전 남양주 와부읍에서 길을 걷다 한 그루 소나무 앞에서 발걸음이 멈췄다. 굵은 줄기 사이로 주사병 네 개가 꽂혀 있었다. 상처를 내고 그 틈으로 약을 밀어 넣고 있었다. 소나무를 살리기 위한 처방으로 보였다.

나무는 말을 하지 않는다. 아프다고도, 괜찮다고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은 더 직접적인 방법을 택한다. 자연스럽게 회복되기를 기다리기보다 지금 당장 버티게 하는 쪽을 선택한다. 그 모습은 낯설지 않다. 결국 버티기 위한 조치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우리의 삶도 다르지 않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누군가는 도움을 받고, 누군가는 손을 내밀며 균형을 유지해 간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전날 국회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시정연설에 나섰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공급망 불안이 이어지며 경제 전반의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는 판단에서다. 이 대통령은 민생 경제를 전시 상황에 준하는 위기로 규정하고 추가경정예산안의 신속한 처리를 요청했다.

정부가 제출한 추경 규모는 총 262천억원이다. 국채 발행 없이 초과 세수 252천억원과 기금 재원 1조원을 활용하는 구조다추경의 중심은 고유가로 인한 민생 부담 완화에 맞춰졌다. 소득 하위 70% 3600만명을 대상으로 1인당 10만원에서 최대 60만원까지 차등 지급하는 지원금이 포함됐고, 관련 예비비 5조원이 편성됐다. 지원금은 지역화폐 형태로 지급해 소비가 지역경제로 이어지도록 설계됐다.

이와 함께 저소득층 에너지바우처 확대, 농어민 유가 연동 지원, 비료·사료비 보조 등이 담겼다. 대중교통 이용 부담을 낮추기 위한 K-패스 환급 확대 방안도 포함됐다취약계층 보호와 소상공인 지원에는 28천억원이 배정됐다. 생필품 지원 시설 확대와 정책자금 공급, 폐업 지원 등이 주요 내용이다산업 피해 최소화와 공급망 안정을 위한 예산 26천억원도 별도로 편성됐다. 수출기업 지원과 정책금융 공급, 관광업계 자금 지원, 재생에너지 투자 등이 포함됐다.

결국 이것도 하나의 선택이다소나무에 꽂힌 주사처럼, 경제에도 외부의 힘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평소라면 쉽게 택하지 않을 방법일 수 있다. 자연스럽게 회복을 기다리기보다 당장의 충격을 줄이는 데 무게를 둔 조치다.

그 선택의 결과는 시간이 지나야 드러난다. 다만 지금 분명한 것은 하나다. 버티기 위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이다나무도, 사람도, 그리고 사회도 평소에는 약에 의존하지 않는다. 주사는 늘 견디기 어려운 순간에 놓인다. 그리고 그 순간은 대개 더 늦기 전에 내리는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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