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퇴근길 우편함에서 엽서 한 장을 발견했다. 요즘 우편함에는 각종 고지서 광고 전단 말고는 들어올 것이 거의 없다. 그래서인지 엽서는 더 낯설게 느껴졌다. 뒤집어 보니 낯익은 글씨였다. 바로 내가 쓴 글씨였다. 엽서는 지난해 9월25일 경남 사천에서 보낸 것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남해 일대를 여행하던 중 사천바다케이블카를 탔다. 케이블카 탑승장 한쪽에는 엽서를 써 두면 몇 달 뒤 적어 놓은 주소로 보내주는 코너가 있었다. 별생각 없이 몇 줄 적어 넣었던 것이다.
그 엽서가 약 다섯 달이 지나 내 손으로 다시 돌아왔다. 엽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열심히 살아왔다, 건강한 게 최고다. 건강을 지키며 재미있게 살아라. 그게 최고다...” 짧은 문장이지만 묘하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다섯 달 전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보내온 메시지였기 때문이다.
엽서를 들여다보는 순간 그날의 풍경도 함께 떠올랐다. 친구들과 함께 여서 그런지 사천의 바다는 참 좋았다. 케이블카를 타고 바다 위를 건너며 내려다본 남해의 물빛은 잔잔했고 바람은 시원했다. 무엇보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참 좋았다.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이 여행의 기분을 더 살려주었다.
그날 우리는 바닷가 바로 옆에 있는 쏠비치에서 2박3일을 머물렀다. 창문을 열면 바로 바다가 보였다. 멀리서 파도 소리가 들리고 바람이 불면 바다 냄새가 함께 들어왔다. 여행이란 어쩌면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기억에 오래 남는다. 남해에 왔으니 멸치쌈밥을 먹어야지 했는데 결국 먹지 못했던 아쉬움도 떠올랐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마저도 여행의 한 장면이 된다.
엽서 한 장이 그 시간을 다시 꺼내 놓았다. 생각해 보니 편지를 써 본 것이 언제였는지 가물가물하다. 스마트폰이 일상이 되면서 우리는 문자나 카카오톡으로 소식을 전한다. 손으로 편지를 쓰는 일은 거의 사라졌다.
군대에 있을 때는 지금 함께 사는 아내에게 군사우편 편지를 자주 아주 많이 썼다. 종이에 마음을 적어 보내는 일이 자연스러웠다. 1991년에 제대했으니 그 이후로는 편지를 거의 쓰지 않았던 것 같다. 어쩌면 수십 년 만에 다시 써 본 편지였는지도 모른다.
약 1년 전 비슷한 경험이 한 번 더 있었다. 포천 고모저수지에서도 엽서를 무료로 보내주는 곳이 있었다. 저수지를 한 바퀴 돌고, 주변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커피 한 잔을 마신 뒤 돌아오는 길에 빵을 사 들고 왔던 기억이 있다. 몇 달 뒤 도착한 엽서는 그날의 공기와 풍경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세상은 점점 빨라지고 있다. 메시지는 즉시 도착하고 사진은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그러나 너무 빠른 것들은 오래 기억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몇 달을 돌아온 엽서 한 장이 유난히 반갑다. 다섯 달 전의 내가 남긴 짧은 문장은 지금도 그대로다. 건강이 최고다. 그리고 즐겁게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엽서를 다시 들여다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여행을 가게 된다면 엽서를 한 장 써 보는 것도 괜찮겠다고. 지금의 내가 몇 달 뒤의 나에게 보내는 작은 편지 말이다. 어느 날 우편함에서 그 엽서를 다시 발견하는 순간, 잊고 있던 여행의 바람과 풍경이 또 한 번 돌아올지도 모른다. 그때 사천 바다에서 불어오던 바람처럼 말이다.
내일은 편지를 핑계로 함께 했던 친구들에게 전화 걸어봐야겠다. 색다른 경험을 선사해준 경남사천시설관리공단에게도 감사를 전한다.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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