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世上萬事(42)] 두 번의 선물

전날(14일) 오전, 성남시 수정구 대왕저수지 주변을 걷다 우연히 마주한 꽃비. (사진=김광섭 기자)
전날(14일) 오전, 성남시 수정구 대왕저수지 주변을 걷다 우연히 마주한 꽃비. (사진=김광섭 기자)

전날(14) 오전, 성남시 수정구 대왕저수지 주변을 걷다 우연히 마주한 꽃비. 차량이 지나가자 바람이 일고, 벚꽃잎이 공중으로 흩어진다. 잠시 공중에서 머물던 꽃잎은 이내 쏟아지듯 내려앉는다. 사람들은 그 장면을 보고 꽃비라고 부른다. 꽃비(花雨). 꽃이 비처럼 내리는 순간이다. 누가 만든 말인지 단어 그 자체로도 참으로 아름답다. 비는 하늘에서 내리지만, 꽃비는 나무에서 떨어진다. 예고 없이 시작돼 잠깐 머물다 사라진다. 그래서 더 또렷하게 남는다.

벚꽃은 이상한 꽃이다. 피어 있을 때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만개한 벚꽃이 풍경이라면, 흩날리는 벚꽃은 시간이다. 그 짧은 낙하 속에 계절이 움직이고, 마음이 따라 움직인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축제에 꼭 벚꽃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니다. 그 꽃이 만들어내는 순간을 보러 간다.

전국 곳곳에서 벚꽃축제가 열리고, 사람들은 그 길을 따라 모인다. 강변에도, 도심 거리에도, 이름 모를 마을길에도 벚꽃은 사람을 멈춰 세운다. 짧기 때문에 더 강하게 붙잡는다. 그 가운데서도 진해군항제는 오랫동안 벚꽃의 상징처럼 자리 잡았다. 한때는 벚꽃 보러 간다는 말이 곧 진해 간다는 뜻으로 통할 만큼 많은 이들이 그곳으로 향했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봄을 확인했다.

오래전 시작됐던 이런 봄의 열기는 여주에서도 이어진다.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사흘간 열린 여주흥천 남한강벚꽃축제에는 43만명이 몰리며 역대 최대 기록을 썼다. 하루 평균 14만명꼴이다. 축제측은 개화 시기가 앞당겨지며 꽃이 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오히려 만개 시기와 일정이 정확히 맞물리며 더 많은 사람을 불러 모았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벚꽃은 조금 특별한 이력을 가진 꽃이다. 우리가 흔히 보는 왕벚나무는 우리 땅에서 자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그 꽃을 문화로 키워내고, 축제로 확장시킨 것은 일본이었다. 꽃은 여기 있었고, 이야기는 다른 곳에서 만들어졌다. 어쨌든 그렇게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다.

봄에는 진달래와 철쭉도 있다. 키 작아 낮게 피어 고운 빛을 내고, 산과 들을 물들인다. 그러나 그 꽃들은 이렇게 흩날리지는 않는다. 적어도, 비처럼 쏟아지지는 못한다. 어쩌면 그래서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유독 벚꽃에 열광하는 이유는.

벚꽃은 두 번 우리를 기쁘게 한다. 한 번은 화려하게 피어 봄의 시작을 알리고, 또 한 번은 꽃비가 되어 우리네 마음을 흔들 때다. 피어 있을 때는 감탄을 주고, 떨어질 때는 여운을 남긴다. 우리는 오래 남는 것에 가치를 둔다. 그러나 벚꽃은 다르게 말한다. 사라지는 순간에도 아름다울 수 있다고. 그래서일까. 꽃비는 끝이 아니라, 기억의 시작이다. 바닥에 쌓인 꽃잎을 밟고 지나가면서 우리는 분명히 안다. 이 계절이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는 내년에도 다시 이 길을 나설 것이다. 벚꽃은 우리에게 두 번의 선물이다. 선물을 또 기다리는 우린 벚꽃 예찬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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