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상가 전자담배 매장 유리문에 붙은 문장 하나가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바람피우지 마시고 전자담배를 피세요” 순간 속으로 웃음이 났다. 바람을 ‘피우다’와 담배를 ‘피우다’에 겹쳐 놓은 말장난이다. 짧은 문장이지만 묘하게 사람의 눈길을 끈다. 세상에는 이렇게 간단하지만 기억에 남는 문장들이 있다. 길을 걷다 문득 마주치는 문장 하나가 생각의 물꼬를 트기도 한다.
문득 이런 생각도 든다. 그렇다면 이 말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바람은 피우지 말고 사랑은 피우라는 말일까. 아니면 바람도 담배도 피우지 말고 건강을 피우라는 말일까. 생각 끝에 떠오른 문장은 아마 이것일 것이다. 바람도 담배도 피우지 말고 숨은 깊게 쉬라는 말이다.
‘담배’라는 단어를 떠올리자 오래된 기억 하나가 불쑥 떠올랐다. 어린 시절 내가 태어나 살던 시골집에서는 담배 농사를 지었다. 여름철 담배가 무르익으면 파란 담뱃잎을 하나하나 따야 했다. 막 딴 담뱃잎에서는 특유의 진액이 흘러나왔는데, 그 냄새가 지금 떠올리는 담배 냄새와 비슷했다. 그 진액이 손에 묻으면 시커먼 물이 들어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수확한 담뱃잎은 줄에 엮어 담배 건조실로 옮겼다. 건조실에서는 석탄을 때 담뱃잎을 말렸다. 시간이 지나면 파랗던 잎이 점점 노랗게 변해 갔다. 그렇게 마른 담뱃잎을 내려 따로따로 묶는 작업을 했는데, 그 일을 ‘담배조리’라고 불렀다. 어린 눈에는 그 모든 과정이 신기한 풍경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것도 분명 시골 농가의 삶이었고, 한 시대의 노동이었다. 담배라는 단어 하나만 떠올려도 그때의 밭과 건조실 풍경이 아직도 또렷하게 떠오른다. 지금은 작고하신 아버지께서 잡아오신 가재를 담배건조실 석탄 때는 아궁이 철판 위에 올려놓으면 벌겋게 익어 맛있게 먹었던 기억도 난다.
세월이 흐르면서 담배를 둘러싼 풍경도 많이 달라졌다. 한때는 식당에서도 사무실에서도 담배 연기가 자연스러운 풍경이었다. 군대에서, 직장에서, 골목 포장마차에서 담배 한 개비는 대화의 시작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금연 구역이 늘어났고 흡연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크게 달라졌다. 무엇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가격도 크게 올랐다. 예전에는 몇 백 원이면 살 수 있었던 담배 한 갑이 이제는 수천 원을 훌쩍 넘는다. 담배값이 오를 때마다 금연 이야기가 다시 등장하지만 담배를 끊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니코틴 중독은 생각보다 강하고 습관은 오래된 친구처럼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문제는 결국 건강이다. 흡연은 폐암과 심혈관 질환 등 여러 질병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담배 연기 속에는 수천 가지 화학물질이 들어 있고 그중 상당수가 인체에 해롭다. 그래서 세계 곳곳에서는 다양한 금연 문구가 등장한다. “담배는 당신의 시간을 태웁니다”, “오늘 한 개비 줄이면 내일 숨이 편해집니다” 짧은 문장이지만 메시지는 분명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담배를 피운다. 스트레스 때문이기도 하고 오래된 습관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전자담배라는 새로운 선택지도 등장했다. 인테넷 이곳저곳을 찾아보니 덜 해롭다는 주장도 있고 그렇지 않다는 연구도 있다. 논쟁은 계속되지만 분명한 사실 하나는 있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이 가장 건강한 선택이라는 점이다.
상가 매장 유리문에 붙은 짧은 문장 하나가 이렇게 오래된 기억까지 끌어냈다. 웃자고 만든 말장난이겠지만 묘한 여운이 남는다. 바람도 담배도 결국은 ‘피우는 것’이다. 하지만 인생에서 꼭 피워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담배가 아니라 건강일 것이다. 그래서 문장을 하나 덧붙여 본다. 바람도 담배도 피우지 말고 숨은 깊게 쉬세요. 길을 걷다 보면 이렇게 작은 문장 하나가 잠시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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