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世上萬事(43)] 안부

남용우 선임기자
남용우 선임기자

안부(安否). 편안할 안(), 아닐 부(). 사전은 이렇게 말한다. “잘 지내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소식.” 틀린 말은 없다. 다만 하나가 빠져 있다. 왜 묻는지, 그리고 어디까지 확인하는지다.

요즘 안부는 두 갈래로 나뉜다. 전화 한 통, 메시지 한 줄로 건네는 안부가 있다. 빠르고 가볍다. 바쁜 시대에 어울린다. 그러나 여기엔 빈틈이 있다. 전화를 받지 않으면, 메시지를 읽지 않으면, 그 사람의 상태는 여전히 모른 채다. 우리는 안부를 물었을 뿐, 확인하지는 못한다.

반대로, 직접 얼굴을 보고 묻는 안부가 있다. 느리고 번거롭다. 하지만 다르다. 표정과 말투, 집 안의 공기까지 읽힌다. 이상이 있으면 멈칫하고, 한 번 더 묻는다. 이 차이가 결국 시간을 가른다. 골든타임은 종종 말보다 늦게 오고, 확인은 늘 발걸음에서 시작된다.

이 지점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현실이 있다혼자 사는 사람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1인 노인가구의 증가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안부의 방식이 바뀌어야 하는 이유가 된다.

혼자 산다는 것은 때로 무방비 상태와 맞닿아 있다갑자기 찾아오는 병, 쓰러짐, 혹은 위급 상황. 누군가 옆에 있다면 곧바로 대응할 수 있지만, 혼자라면 그 순간은 그대로 공백이 된다. 전화 한 통이 닿지 않는 사이, 확인되지 않은 시간은 그대로 위험이 된다그래서 안부는 더 이상 예의가 아니라, 안전의 문제가 됐다.

이 지점에서 인천 미추홀구의 시도가 눈에 들어온다. 미추홀구는 관리를 넘어 안부를 묻는 마을을 내걸고 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 역량 강화교육을 진행했다. 단순히 취약계층을 관리 대상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이웃이 이웃의 안부를 묻는 관계 중심의 공동체로 전환하겠다는 취지다.

교육은 관계를 강조하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안부를 묻는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이웃 간 연결을 회복하는 방안을 다루고, 이어 생명지킴이 교육을 통해 위기 신호를 포착하고 전문기관으로 연결하는 실질적 대응까지 포함했다. 안부가 인사에서 끝나지 않고, 생명 보호로 이어지도록 설계된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안부를 너무 가볍게 사용해왔다. “연락할게”, “언제 한 번 보자라는 말은 많았지만, 실제로 문을 두드리는 일은 드물었다. 기술은 가까워졌는데, 확인은 멀어졌다.

미추홀구의 시도는 방향을 되돌린다. 안부를 다시 직접으로 가져오는 일. 마을이라는 공간 안에서 서로를 살피고, 눈으로 확인하고, 한 걸음 더 다가가는 방식이다. 느슨해진 연결을 다시 잇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 모델이 자리를 잡는다면, 한 지역의 실험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1인 가구가 일상이 된 시대에, 가장 단순한 방식이 가장 강력한 안전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복지는 제도가 아니라 관계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이곳에서는 현실이 되고 있다결국 안부는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직접 가서 보고, 듣고, 다시 묻는 것. 그게 진짜 국어사전에서 이야기하는 안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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