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실패보다 성공에 더 쉽게 속는다. 넘어질 때는 바닥이 보이지만, 올라갈 때는 발밑을 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생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대개 무너질 때가 아니라, 모든 일이 잘 풀리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 찾아온다. 권력이나 책임을 오래 쥔 사람에게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있다. ‘휴브리스 증후군’. 오만과 자만, 과도한 자기 확신을 뜻하는 말이다. 처음에는 귀를 열고 듣던 사람이 어느 순간부터 고개를 끄덕여주는 말만 남기게 되는 상태다. 반대 의견은 불편해지고, 질문은 귀찮아지며, 경고는 발목을 잡는 말처럼 느껴진다.
휴브리스는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작은 성과가 쌓이고, 그 성과가 평가로 돌아오며, 평가가 반복될수록 의심은 점점 사라진다. ‘이번에도 맞았잖아’라는 경험이 ‘앞으로도 틀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굳어질 때, 사람은 이미 위험한 구간에 들어선다. 휴브리스는 실패의 결과가 아니라, 성공이 쌓이는 과정에서 서서히 생기는 병이다. 이 병의 무서운 점은 아프지 않다는 데 있다. 오히려 자신감이 넘치고, 주변은 조용해진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 병은 조직의 책임자, 몇 번의 선택이 연달아 맞아떨어진 개인에게도 찾아온다. 사업을 하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느끼는 순간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거래처 접대라며 골프를 나간다. 다음에는 인맥 관리라며 횟수가 늘고, 어느 순간부터는 회사 일정이 골프 일정에 맞춰진다. 현장은 멀어지고, 숫자는 보고서로만 남는다. 작은 이상 신호는 “예전에도 괜찮았잖아”라는 말로 덮인다. 그래서 위기는 늘 요란하지 않다. 대부분 조용히, 괜찮아 보이는 얼굴로 다가온다.
골프가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중심이 옮겨갔다는 데 있다. 사장의 발로 굴러가던 회사가, 사장의 기억과 자신감으로 굴러가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휴브리스는 이렇게 일상의 언어로도 번역된다. “내가 없다고 회사가 흔들리겠어?”라는 생각이 들 때, 이미 위험은 시작된다. 최근 이런 말을 공개적으로 꺼낸 사람이 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다. 그는 경기도교육청이 교육부가 실시한 ‘시·도교육청 국가시책 추진실적 평가’에서 종합 최우수 등급을 받은 직후, 자신의 글을 통해 ‘휴브리스 증후군’을 언급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학생 수와 가장 큰 조직 규모를 가진 교육청이 최우수 평가를 받았다는 사실은 충분히 성과로 이야기할 만한 상황이었다.
경기도교육청은 그동안 불필요한 관행을 줄이겠다며 이른바 ‘창을 닫는 행정’을 강조해 왔다. 보여주기식 행정보다는 현장과 학생에 집중하겠다는 방향 전환이었고, 그 흐름이 평가로 이어졌다고 볼 여지도 있다. 성과와 명분을 동시에 손에 쥔 시점이었다. 그런데 임태희 교육감은 이 성과를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뭐든지 잘될 때가 가장 위험한 신호일 수 있다.” 이어 성과가 쌓일수록 스스로를 더 엄격하게 점검하지 않으면 판단이 흐려질 수 있고, 조직은 어느 순간부터 비판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상을 받았다는 사실보다, 상을 받은 이후 생길 수 있는 오만을 먼저 경계한 발언이었다.
그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독자의 몫이다. 겸손의 표현으로 볼 수도 있고, 원론적인 경고로 넘길 수도 있다. 다만 분명한 건, 박수가 쏟아지는 순간에 위험을 먼저 말하는 일은 언제나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박수가 끝난 뒤에야 반성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세상만사는 늘 비슷하게 반복된다. 잘될 때 조심하라는 말은 늘 있었고, 그 말은 늘 늦게 받아들여졌다. 성공은 달콤하지만, 그 단맛이 오래갈수록 사람은 자신의 귀를 잃는다. 그리고 귀를 잃은 사람은, 결국 발밑도 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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