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이면, 몸이 먼저 뜨끈한 국물을 찾는 건 어쩜 당연하다. 이는 생각이 아니라 반사다. 찬 공기가 온몸을 스치면 속이 헛헛해지고, 그 헛헛함은 자연스럽게 칼칼한 찌개 쪽으로 기운다. 한국 사람은 참 정직하다. 추우면 뜨거운 걸 먹는다. 그래서 겨울엔 찌개 생각이 강해진다. 김치찌개도 좋고 된장찌개도 좋지만, 이 계절에 유독 이름이 또렷해지는 음식이 있다. 동태찌개다. 이런 동태찌개는 ‘뜨거움’이 아니라 ‘풀림’이다.
국물을 한 숟갈 뜨는 순간, 얼음장 같던 손끝이 먼저 녹고 마음이 뒤따른다. 맑으면서도 얼큰한 맛이 입안을 훑고 지나가면 겨울이 살짝 물러난다. 시원하다는 말과 칼칼하다는 말이 동시에 어울리는 찌개다. 동태찌개는 겨울에 맞춰진 맛이다.
동태는 말 그대로 명태를 얼린 것이다. 한 어종이지만 상태에 따라 이름이 달라진다. 살아 있으면 생태, 말리면 북어, 얼리면 동태. 같은 생선인데 부르는 이름이 이렇게 많다. 명태는 한국 음식에서 유독 많은 역할을 맡아왔다. 그만큼 우리 식탁에 오래 있었고, 사정에 맞게 변해왔다. 한 생선을 이렇게 여러 이름으로 불러온 것도 참 한국적이다.
동태 이야기를 하면 효능이 따라온다. 단백질이 풍부하고, 기름기가 적고, 숙취 해소에 좋다. 동태 애에는 비타민이 많고, 알에는 영양이 많다. 틀린 말은 아니다. 지난 1일 점심. 추위를 피해 우연히 용인에 있는 음식점에 들어갔다. 김치찌개도 하고 동태찌개도 하는 집이었다. 동태찌개를 먹는 손님들이 많아 보였다. 오랜만이라 동태찌개를 주문했다. 뽀얀 김이 올라오는 냄비 앞에서 몇 숟갈을 뜨다 고개를 들었는데, 벽에 걸린 현수막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동태의 효능’ 살은 살대로 좋고, 알은 알대로 좋고, 애는 애대로 좋다고 적혀 있었다. 맨 밑에는 ‘기똥찬 동태찌개’라고 적혀있다. 읽다 보니, 이쯤 되면 거의 만병통치약이다. 과하기는 하지만, 그만큼 좋다는 표현을 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말들이 전부 특효는 아닐 것이다. 동태찌개 한 그릇 먹는다고 몸이 단번에 달라지지는 않는다. 그래도 그날은 달랐다. 현수막을 보고 나니 동태찌개가 더 뜨겁게 느껴졌다. 국물 한 숟갈에 몸이 풀리고, 손끝까지 온기가 번졌다. 마음까지 덩달아 건강해지는 느낌이었다. 믿음이 맛을 키운 순간이었다.
맛이라는 게 원래 그렇다. 혀만으로 먹는 게 아니다. 그릇의 온기와 식당의 공기, 벽에 붙은 한 장의 말까지 함께 먹는다. 동태찌개의 매력은 화려함이 아니라 투박함이다. 뼈와 살과 국물이 있고, 그 속에 애나 알이 들어가면 겨울이 더 깊어진다. 대단한 미식은 아니지만, 겨울을 견디게 하는 음식이다. 그래서 요즘 같이 추운 날엔 동태찌개가 생각난다. 효능이 특효가 아니어도 좋다. 펄펄 끓는 냄비에서 뜬 뜨거운 국물 한 그릇이면, 겨울은 잠시 물러난다. 지금, 콩나물의 아삭함과 동태살, 얼큰한 국물이 함께 어우러지는 그 동태찌개가 또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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