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정부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격적으로 중지하면서 북한 역시 대남 확성기를 이용한 기괴한 소음 송출을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남북 극한 대립의 상징 지역으로 떠올랐던 강화군 접경지역은 모처럼 고요한 밤을 보냈다고 반색하고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1호 대북 조치가 성과를 보이면서 정치권은 연일 환영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다만 본격적인 여름철을 맞아 대북 단체들이 전단지 살포를 잇달아 예고하면서 1년여 만에 찾아온 고요한 밤이 얼마나 이어질 수 있을지 접경지 주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대북 확성기 중지에 대한 강화 지역 반응과 전망을 짚어본다.
#정부 대북 확성기 방송 중지, 북한도 ‘소음 공격’ 멈춰…1년여 만에 찾아온 평화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 살포에 맞서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지난해 7월 이후 1년여 동안 강화군 접경지역인 송해면 당산리 등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북한의 기괴한 대남 소음 방송에 시달렸다.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소음 피해는 너무나 심각했다. 북한의 고음 확성기 소음 방송 여파로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극심한 수면 장애를 겪는 주민들이 속출했으며, 노인들은 심리적 불안감을 호소했다.
사람뿐 아니라 가축들도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폐사하거나 유산하는 등의 사례가 이어졌다. 지난해 당시 인천시 조사에 따르면 접경지역인 강화군 송해면과 양사면, 교동면 등 3개 면에 사는 주민 8800여 명 중 52%인 4600여 명이 소음 피해에 시달린 것으로 나타나 심각한 문제가 됐다.
해가 바뀌면서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최근 인천시보건환경연구원의 북한 대남 방송 소음 측정 결과, 피해 지역이 송해면에서 교동면·양사면·송해면·강화읍까지 확대된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의 조사에서는 송해면 일대에서만 피해 법적 허용 기준치를 초과했지만, 올해 들어 인접한 교동면과 양사면, 강화읍 일부 지역에서도 허용 기준치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피해 확대는 북한이 확성기를 추가 설치하면서 성능을 개선하고 방송 방향을 민간 주택 방향으로 돌린 것으로 군은 파악했다. 이처럼 피해가 확산하자 강화군 주민들은 생존권을 위협받는다며 국방부에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건의하고 나섰지만 바뀌는 것이 없었다.
6월3일 조기 대선으로 李재명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지옥 같은 상황에 변화의 조짐이 일었다. 국방부가 지난 11일 오후 2시를 기해 정부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지 조치에 나서자, 이날 오후부터 북한 역시 기괴한 소음 공격을 중단한 것. 주민들에 따르면 오후부터 소음 대신 음악 소리가 들렸으며 밤 11시를 넘으면서 음악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른바 1호 대북 조치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면서 1년여간 지옥 같았던 강화군민들의 일상에도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북 방송 중단 이후 파주 최북단 지역인 장단면의 행정복지센터에서 ‘접경지역 주민 간담회’를 열고 “우리가 중단하니까 북한이 곧바로 따라 중단해 소음 피해를 해결할 수 있어 정말 다행”이라며 “서로 전기 아깝고 시끄럽게 서로 괴로운 걸 최대한 하지 말아야 하는데 앞으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정부에서 더 신경 써 달라”고 강조했다.
#인천 정치권 일제히 환영 속 “미묘한 입장 차”
정부의 대북 방송 중단 조치에 인천 정치권과 주민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표했다. 특히 북한의 소음 방송에 직격탄을 맞은 강화군은 북한의 대남 방송 전면 중단을 촉구하며 평화를 기원했다.
박용철 강화군수는 정부의 대북 방송 중단 결정 이후 입장문 발표를 통해 “정부의 대북 방송 중지 결정을 환영하며 피해 주민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북한도 비인도적인 대남 방송을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남 소음 공격은 냉·온탕을 오가는 남북 관계에서 언제든 재발될 우려가 있다”며 “접경지원특별법 개정을 통해 초접경지역 주민들에 대한 정주 생활지원금 등 정주 여건 개선과 지역 발전을 위한 국가적 관심과 투자가 확대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인천 중구강화군옹진군 지역위원회도 성명을 통해 “접경지역에 실질적인 평화를 가져오는 새로운 시작으로서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환영했다.
반면 국민의힘 소속 정치 인사들은 이번 정부의 대북 방송 중단 조치에 대한 입장 표명이 없거나 미온적인 반응을 보여 온도 차를 보였다. 실제로 유정복 인천시장은 자신의 SNS에 21대 대선에 대한 소회를 게시한 뒤 6월16일까지 11차례에 달하는 시정 관련 게시글을 올렸지만, 정부 대북 방송 중단과 관련한 게시글은 올리지 않고 있다.
강화군을 지역구로 둔 배준영 국회의원(국민의힘, 중구강화군옹진군)의 경우 자신의 SNS에 “남북 상호 간 방송 중단으로 군사적 긴장 완화에 첫발을 뗀 것은 분명히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지난 기간 우리의 대북 방송은 북한 정권의 무차별 오물 풍선과 단거리 미사일 GPS 교란 공격 등 도발에 맞선 응당한 조치였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 정가의 한 관계자는 “이번 대선으로 집권 여당이 뒤바뀐 입장에서 국민의힘 소속 자치단체장들은 중앙정부와 협력하면서도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李재명 정부를 견제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 놓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보 불안’ 해소, 강화 발전 이끌까?
수도권에 속하지만 농어촌 지역인 강화군은 현재 고령 인구 증가로 지방 소멸 우려 도시에 포함됐다. 이 때문에 젊은 층 유입을 위한 지역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강화 남단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해 개발하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추진된 개발 구상은 이달 중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산업통상자원부에 강화 남단 6.32㎢ 지역(1단계 사업)을 경제자유구역 신규 지정 신청으로 구체화한다.
1단계 구역에는 2035년까지 사업비 2조9000억원을 들여 기반시설 공사와 토지 공급을 끝내고, 그린바이오와 스마트농업 분야를 중점적으로 육성한다. 또 인공지능(AI) 기반의 지능형 교통·물류 체계를 확립하고, 역사문화관광지구와 K-컬처 클러스터, 친환경 웰니스 주거단지 등을 조성할 방침이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이어진 북한의 대남 소음 공격 등 안보 이슈가 부각되며 개발 사업에 차질이 우려됐다. 외국 자본 등 투자 유치에 안보 불안이 걸림돌이 돼 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단행된 대북 방송 중단 조치가 강화의 안보 불안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지역사회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李 대통령은 6·15 남북정상회담 25주년 기념식 축사에서 “소모적 적대 행위를 중단하고 남북 간 대화와 협력을 재개하겠다”며 남북 관계 복원을 위한 첫걸음으로 대화 채널 복구를 강조했다.
강화읍에 거주하는 조모씨(65·여)는 “남북 긴장은 접경지역인 강화군민들에게 너무 큰 피해를 가져다준다”며 “이번 대북 방송 금지 조치로 더 이상 북한의 소음 공격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송해면에 거주하는 주민 A씨도 “어렵게 찾아온 평화로운 일상이 계속 지켜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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