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기획] 인천 닥터헬기 계류장 사업 중단 위기, 여야 갈등 ‘장기화’

인천 남동구의회, 더민주 주도로 관련 동의안 상정 안 해...국힘 인천시당 반발 여야 갈등 장기화로 사업 표류 위기, 인천시 “끝까지 설득할 것”

국민의힘 인천시당이 지난 20일 인천시청 브리핑룸에서 닥터헬기 계류장 설치사업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인천 남동구의원들의 동참을 촉구하는
국민의힘 인천시당이 지난 20일 인천시청 브리핑룸에서 닥터헬기 계류장 설치사업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인천 남동구의원들의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민의힘 인천시당)

[편집자주] 지난 2011년 도입된 인천 닥터헬기가 무려 14년째 전용 격납고 없는 떠돌이 생활이 지속되고 있다. 인천시의 남동구 월례공원 내 닥터헬기 전용 계류장 조성 계획안을 두고 지방의회 내 찬반 논란이 가열되면서 사업 추진이 막혔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구의원들은 인근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지 못한 데다 인천시의 관련 설명도 부족하다며 화살을 국민의힘에 돌렸다. 이에 국민의힘 소속 구의원들은 인천시가 충분한 대안을 마련했는데도 정치적 논리로 사업에 제동을 건다며 더불어민주당 측을 규탄하고 나섰다. 인천시민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한 닥터헬기 계류장 건설을 둘러싼 지역사회의 논란을 종합하고 전망을 짚어본다.

# 14년째 전용 계류장 없는 인천 닥터헬기, 남동구 계류장 신설 ‘중단 위기’

인천시는 지난 2011년 전남 지역과 함께 전국에서 최초로 닥터헬기가 도입됐다. 도서 지역 주민들의 소중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닥터헬기 운항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천은 옹진군과 중구 일부, 강화군 등 섬 지역이 넓어 분초를 다투는 응급환자 이송을 위해 헬기가 필수적인 지역이다. 여객선은 기상 여건에 따라 운항이 상당히 제한되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닥터헬기 전용 계류장이 없어 닥터헬기 관리에 큰 어려움이 있다는 점이다. 별도의 격납고를 갖춘 전용 계류장이 없으면 헬기가 외부에 보관돼 강추위나 무더위, 폭설이나 태풍 등 기상 상황에 따라 파손 위험성이 높았다.

그렇다 보니 그동안 인천 닥터헬기는 인천시청 운동장을 시작으로 김포공항, 부평구 일신동 17사단 인근 505항공대대 등을 떠돌아야 했다.

시는 군부대 이전 계획에 따라 항공대대 사용이 어려워지면서 지난 2021년부터 전용 계류장 설치를 위한 부지 물색에 나섰다. 자체적으로 8곳의 대상지 검토를 거친 끝에 남동구 고잔동 626-7번지에 있는 월례근린공원 내 3,440㎡ 일원을 최종 대상지로 낙점했다. 시는 닥터헬기를 운영하는 가천대 길병원과의 접근성과 주변 소음 피해를 고려, 월례공원 일대가 최적지라고 설명했다.

전용 계류장은 헬기 이착륙장과 격납고, 방음벽, 진입도로 등을 조성하게 된다. 사업에는 부지 매입비를 포함해 모두 73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며, 전액 시비로 마련된다.

그러나 사업에 필요한 행정절차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지방의회가 제동을 걸면서 사업 추진이 어려움에 부딪혔다.

인천 남동구의회 총무위원회는 최근 남동구가 구의회에 제출한 닥터헬기 계류장 설치를 위한 2025년도 수시분 공유재산 관리 계획안 및 공유재산 연구시설물 축조 동의안을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았다.

계류장 설치를 위한 구의회 동의 절차가 상임위 단계에서 제동이 걸림에 따라 닥터헬기 계류장 조성 사업은 당분간 중단될 처지에 놓였다.

남동구의회 총무위는 인천시의 설명 부족과 주민 수용성 확보 등을 동의안 미상정 이유로 내세웠다. 그러나 총무위 구성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5명, 국민의힘 소속 3명으로 이뤄져 민주당 측에서 의도적으로 사업 추진에 제동을 건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실제로 닥터헬기 계류장을 설치하려는 행정 수장인 유정복 인천시장과 박종효 남동구청장은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지만, 남동구와 연수구 국회의원과 구의원 과반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사업 추진에 있어 불편한 관계에 놓인 셈이다.

국민의힘 인천시당 관계자는 “이재호 연수구청장에 따르면 남동구 고잔동과 인접한 연수구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그렇게 많지 않다고 한다. 민주당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 정쟁으로 번진 닥터헬기 계류장 사업 여야 ‘네 탓 공방’

닥터헬기 계류장 사업이 남동구의회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사업 추진이 사실상 중단되자 인천 여야는 책임 공방에 나서면서 지역사회에 논란이 일고 있다.

포문은 국민의힘이 열었다. 국민의힘 인천시당은 최근 성명서를 내고 “최근 남동구의회 공유재산 매각안 및 영구 시설물 축조 동의안 미상정은 오랜 시간 시민의 안전을 위해 노력해 온 사업을 일부 민원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반대한 이해하기 어려운 결과”라고 화살을 더불어민주당 측에 돌렸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측은 주민의 민원 제기와 인천시의 사전 협의가 부족했다고 통과하기 어렵다고 주장하나, 그동안 인천시와 남동구는 여러 차례 주민간담회 및 각종 공유재산관리계획안 심의 등을 충분한 의견 수렴과 절차를 거쳤다”라고 반박하며 “닥터헬기 사업은 정치적인 부분이 아니라 시민의 안전과 생명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다. 더불어민주당 지역 국회의원과 남동구의회에서는 선동의 정치가 아닌 민생 우선의 정치를 보여달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인천시당의 주장에 더불어민주당 측이 발끈하고 나섰다. 남동구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11명은 기자회견을 열어 “남동구의회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인천시 닥터헬기 계류장 설치 사업 안건을 상정하지 않고 심의를 미루며 훼방한다는 논평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이철상 남동구의원은 “국민의힘 인천시당은 사업에 필요한 약 73억원의 예산이 모두 확보된 것처럼 논평을 냈지만, 인천시 자료에 따르면 계류장 설치 사업 관련 예산은 4억원밖에 확보되지 않았다”라며 “예산 확보와 부지 감정 평가 등도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원들에게 사업을 동의하라는 것은 행정절차적으로 맞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오용환 남동구의원도 “국민의힘 인천시당 주장과는 다르게 연수구 쪽도 주민 반대 민원이 접수된다고 한다”라고 주장하며 “계류장 부지와 150m 떨어진 남동공단 내 제조공장이 운영 중인데 소음 등의 이유로 영업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이들에 대한 의견 수렴 절차도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남동구의회 민주당 소속 구의원들은 손범규 국민의힘 인천시당위원장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혀 인천 여야 갈등이 극에 달할 것으로 우려된다.

# 여야 정쟁보다 주민 의견 수렴 최우선돼야

인천 남동구의회는 지난 23일 제304회 정례회 의사일정을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닥터헬기 계류장 사업 추진 과정에서 주민과의 소통 부족과 사회적 합의 부재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인천시는 소통 중심의 행정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더불어민주당 소속이 다수인 남동구의회 동의 절차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어렵게 추진 중인 닥터헬기 계류장 조성 사업이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인천시는 지난 2022년 10월 주민간담회를 시작으로 소음 영향도 조사와 지역 국회의원 면담, 4차례에 걸친 공공건축 심의와 지방재정투자심사 등 관련 절차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이에 맞서 더불어민주당 측은 닥터헬기 계류장 설치와 관련해 인천시의 실질적인 주변 지역 주민간담회는 단 1번뿐이었다며 인천시가 주민 수용성 절차를 밟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여야 갈등 속에 정작 시급한 주민 갈등 해소와 사업 추진 중요성이 가려지고 있다. 사업 중단이 장기화하면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논란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여 사업 조기 추진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역 의료 관련 관계자는 “도서 지역이 많은 인천 지역은 닥터헬기 운영이 필수적이지만, 계류장 설치 문제가 오랫동안 해소되지 않아 운영에 어려움이 크다”라며 “지역 정치권과 주민들이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모든 인천시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닥터헬기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도록 지속적으로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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