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신문=남용우 선임기자] [편집자주]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이 가속화되면서 같은 해양 도시 인천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수년째 공들이고 있는 해사법원 유치는 물론 수도권과 인접한 인천항 물동량 감소 등 악영향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에 인천 항만 업계와 정치권이 인천항 발전을 위해 힘을 모으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과 인천 항만 업계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항만 특별위원회가 최근 출범한 것. 항만 특위가 그동안 각종 지원에서 소외된 인천항 발전을 위해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지역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해수부 부산 이전 추진, 인천 지역사회 “깊은 우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이후 급작스럽게 추진 중인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놓고 같은 해양 도시인 인천 항만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처 간 행정 비효율은 물론 인천 지역 항만 균형 발전에 큰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산에 해수부 관련 주요 공공기관들이 몰려들면서 인천 등 다른 항만 도시의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인천시가 오랫동안 공을 들이고 있는 해사법원 유치도 해수부 부산 이전 여파를 크게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종해 인천항발전협의회 공동대표는 “해수부의 부산 이전으로 부처 간 행정 비효율은 물론 지방 균형 발전 측면에서도 의문이 든다”라며 “수도권 관문인 인천항도 부산항처럼 국가에 기여하는 바가 큰데 부산항과의 역차별이 우려된다”라고 지적했다.
인천의 또 다른 항만 업계 관계자는 “해수부가 부산으로 간다면 국내 최대 항만인 부산항의 민원을 처리하는 데 힘에 부칠 것”이라며 “해수부가 부산항 민원 창구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역사회에서도 해수부 부산 이전에 대한 반대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지역 60개 단체로 구성된 지방분권 개헌 인천시민본부는 이 대통령이 추진하는 해수부 부산 이전과 관련해 성명서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은 해수부 부산 이전 등 망국적인 지방 분산 정책을 즉각 철회하고 국가 균형 발전과 도시 경쟁력 제고를 위한 지방 분권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해수부 부산 이전을 두고 인천 등 다른 도시에서는 해수부 부산 쏠림을 굳히는 시책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라며 “부산에 해수부 관련 주요 공공기관이 대거 몰리면서 다른 항만 도시들의 박탈감이 커지고 있어 이 대통령의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
유정복 인천시장도 공식적으로 해수부 부산 이전에 반대 의사를 표했다. 유 시장은 이 대통령의 해수부 부산 이전 발표 이후 자신의 SNS에 “이재명 대통령이 해양수산부를 빠르게 부산으로 이전하라고 지시했다”라며 “이러한 부처 이전은 지역 균형 발전 효과보다는 세종시의 중앙부처 간 협업과 통합 기능을 저해하고 지역 간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방 분권은 지금 대한민국에서 너무도 중요한 일이지만, 해수부 이전처럼 각 지역에 부처를 나누어 주자는 식의 단순한 분산 정책으로 달성될 수 있는 간단한 일이 아니다”라며 “지역마다 경쟁력을 기를 수 있는 깊은 고민이 선행돼야 하며 타 도시와의 갈등 요소도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라며 이번 해수부 부산 이전에 부정적 견해를 표했다.
유 시장은 “진정으로 해양수산 정책의 종합적 고려와 국가 균형 발전을 목표로 한다면 각 지역 해양수산청과 항만 공사를 지방으로 이양해 지방 분권형 글로벌 항만 경쟁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훨씬 더 타당한 일”이라고 주장하며 “단순히 부처 이동을 통한 분산 정책이 아니라 현장 중심으로 운영되는 기관을 이전하는 분권 정책이 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위기의 인천항, 남북 협력 거점항 지정 ‘돌파구’ 마련 주장 제기
이런 가운데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인천항 활성화를 위한 특별위원회가 구성, 돌파구를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 항만 특별위원회는 최근 인천 하버파크 호텔에서 ‘지속 가능한 인천항 발전을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는 인천 지역 항만 업계 관계자와 인천시, 인천항만공사, 인천지방해양수산청 등 인천항 관계기관이 참석, 간담회의 실질적 효과를 높였다.
이번 간담회가 주목받은 이유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추진하는 해수부 부산 이전을 두고 인천 항만 업계의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인천항 발전을 위한 실질적 논의의 장이라는 점에서다.
이를 반영하듯 인천 항만 업계는 간담회에서 인천항 발전을 위한 다양한 제언을 쏟아내 실현 여부에 관심이 쏠리게 됐다. 가장 주목받은 현안은 인천항을 남북 협력 거점 항만으로 지정해달라는 요구다.
실제로 인천항에서는 지난 1998년부터 2011년까지 북한 남포항으로 가는 화물선을 운항한 바 있다. 특히 남북 간 교류가 활발했던 2008~2009년에는 남포항을 정기적으로 오가는 선박 2척이 운항한 바 있다.
당시 무연탄과 아연, 바닷모래 등을 운송하면서 인천항이 활발했던 남북 교류의 핵심 역할을 한 바 있다.
인천항만 업계는 이재명 대통령 취임을 계기로 북한의 낙후된 인프라 개선을 위한 남북 교류 재개를 기대하고 있다. 남북 교류가 재개된다면 시멘트와 건설 자재, 장비 등의 해상 수송이 늘어날 것인데, 이를 책임지는 남북 협력 거점 항으로써 인천항의 중요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이유다.
김종식 인천항발전협의회 회장은 “남북 교류와 협력이 확대되고 북한의 개혁과 개방이 빨라지면 인천항이 남북 교류의 중심이 될 것”이라며 “이를 대비한 인천항 인프라 시설 투자와 점검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인천 지역 해양 산업 인재를 육성할 수 있는 인천해양항만수산산학진흥원 건립 필요성이 제기됐다. 아울러 인천항의 핵심 기능 중 하나인 중고차 수출 활성화를 위한 다각도의 지원 필요성도 언급됐다.
간담회에서 인천 항만 업계는 모두 10가지 의제를 제시했다. 특히 인천~제주 카페리 항로 복원 등 현재 중단된 사업 재개 건의와 함께 인천 지역구 국회의원의 하반기 국회 상임위로 농해수위 참여 등 인천 정치권의 역할을 건의하기도 했다.
간담회에 참여한 업계 관계자는 “인천항은 인천 지역 경제의 약 33%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비중을 갖고 있어 항만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지만, 인천 정치권의 역할은 극히 미미하다”라며 “인천항 현안을 다루는 국회 농해수위에 인천 지역 국회의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측은 인천항 현안 해결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 향후 인천 정치권의 행보가 주목된다.
고남석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위원장은 “중앙정부와 인천시, 항만 업계 간의 가교 임무를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며 “항만 특별위원회가 앞으로 인천항 발전에 큰 주춧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
허종식 국회의원(인천 동구·미추홀구갑)도 “현장에서 제안된 항만 업계 10대 과제, 듣는 데서 끝내지 않겠다”라며 “신산업에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하듯 인천항도 전략적 예외가 필요하다. 배후 단지를 키워 동북아 거점 항만 도약을 준비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유 시장, “해양수산청 지방 이양해야”
이런 가운데 유정복 시장은 지방 분권을 주장하며 해양수산청 지방 이양을 촉구, 이재명 대통령과 정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유 시장은 최근 지역 시민단체 주관 토론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해양수산청 지방 이양을 다시 한번 촉구했다.
유 시장은 “현재 중앙집권적 제도 속에서는 진정한 지방자치가 이뤄지기 어렵다”라며 “지방에 중앙부처를 이전해 주는 것이 분권이 될 수 없다. 기관 이전이 아닌 권한 이양이 진정한 지방 분권”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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