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신문=남용우 선임기자] [편집자주] 인천의 최대 숙원사업 중 하나인 해사법원 유치가 현실화하고 있다. 최근 관련 법안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하면서 본회의 의결과 후속 절차만을 남겨놓고 있어 해사법원 인천 유치가 사실상 확정됐다. 숙원이던 인천 해사법원 유치가 확정됐지만, 해사법원 위치를 두고 벌써 인천 지역 간 경쟁이 붙었다. 연수구와 동구를 시작으로 몇몇 자치구가 해사법원 지역 내 유치를 주장하면서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지역 주요 공약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인천 해사법원 유치의 의미와 건립 위치 등 전망을 짚어본다.
# 해사법원 유치 가시화, ‘해양도시 인천’ 위상 세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최근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어 법원조직법 개정안 6건과 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 개정안 6건을 병합 심의, 의결했다고 밝혔다.
법안은 인천과 부산에 각각 해사법원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달 중 법사위 전체 회의를 거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인천 해사법원 신설이 확정된다.
해사법원은 상법과 선원법이 적용·준수되는 사건을 포함해 선박과 항해, 선박 채권, 선박 사고 관련 민사사건, 국제상사사건,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 등 해사 행정청을 상대로 제기하는 소송을 담당하게 된다. 정식 명칭은 ‘해사 국제상사법원’이다.
해사법원 설치가 인천의 숙원인 만큼 지역 국회의원들도 여야 가리지 않고 적극 나섰다. 인천 해사법원 설립 법안을 발의한 지역 국회의원은 윤상현(국힘·동구미추홀구갑)·배준영(국힘·중구·강화군·옹진군)·정일영(더민주·연수구을)·박찬대(더민주·연수구갑) 등 4명에 달한다.
법사위 심의 내용에 따르면 해사법원 관할구역을 남과 북으로 나눠 각각 운영하는 방안으로 합의됐다. 인천 해사법원이 인천·서울·경기·강원·대전·충북·충남 지역을 담당하며. 부산 해사법원이 부산·광주·전북·전남·대구·울산·경북·경남·제주 지역을 담당하는 구조다. 1심은 각 해사법원이 담당하며, 2심은 인천고등법원·부산고등법원이 담당한다.
해사법원 개원 시기는 오는 2028년부터 2032년 중에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행정처는 독립 청사 개원을 희망하고 있어 사실상 별도의 청사 설립을 지역사회에 요구하고 있다. 이에 반해 인천지역에서는 임대 청사 개원 이후 독립 청사 입주를 주장하고 있어 개원 시기는 청사 부지 마련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법사위 법안 통과로 인천 해사법원 개원이 사실상 확정됨에 따라 지역사회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아직 국회 본회의 문턱이 남아있지만, 개원이 확실시됨에 따라 앞으로의 과제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범시민대책위 쪽의 한 관계자는 “인천은 세계 최고의 인천국제공항과 중국과의 교역 비중이 높은 인천항을 보유하고 있어 해양 분쟁 발생 시 중국 등 인접국과의 사건에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이 그동안의 입장”이라며 “인천의 뚜렷한 강점이 끝까지 인정받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 개원 절차 시작도 안 됐는데...벌써 ‘지역 경쟁’ 돌입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인천 해사법원 설치를 위한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 의결만을 남겨둔 상태로 사실상 개원이 확정됨에 따라 인천 각 지역에서 해사법원 유치를 위한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법원행정처는 보안 등을 이유로 독립 청사를 원하고 있다. 그동안 법원이 민간 건물을 임차해 사용한 전례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오는 2028년 개청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기존 건물을 임대해 활용하면서 이후 독립건물을 신축해 이전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이 때문에 국회 내에서도 이 같은 방안을 두고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가장 앞서는 곳은 연수구 송도국제도시다. 인천에 개청하는 해사법원이 법률상 국내 북쪽 지역을 관할하지만, 해사 분쟁 특성상 해외에서도 많이 오가기 때문에 인천국제공항과 접근성이 좋은 송도국제도시 지역이 유력하다는 게 지역사회의 전망이다. 실제로 법원행정처가 지역사회와 해사법원 설치 의견 전달 과정에서 송도국제도시 일원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송도국제도시가 아닌 연수구 원도심 일대에 해사법원을 건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연수구 원도심을 지역구로 둔 박찬대 의원(더민주·연수구갑)은 지난 총선 당시 옥련동 일대에 해사·항공전문 법원을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인천 해사법원 유치를 위한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한 박 의원은 자신의 SNS에 “총선 공약 해사법원 법 법사위 상임위 통과”라고 게시하면서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을 대표로 발의했지만 22대 개원과 함께 자동 폐기되는 아픔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4월 28일 법안을 다시 대표로 발의해 마침내 법안소위 문턱을 넘었다”라며 “해사법원 설치를 위해 조율해야 할 과제가 있다. 대화로 풀고 순차적으로 조정하며 인천을 위해 끝까지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오는 7월 출범하는 제물포구(중구 내륙·동구 통합)에 해사법원을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인천 동구청은 최근 동인천역에서 해사법원 제물포구 유치 서명운동 및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대시민 여론전에 돌입했다.
동구 측은 인천항 내항을 끼고 있는 지리적 이점과 대한민국 근대 사법 역사의 중심지라는 상징성을 근거로 해사법원 제물포구 설치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유정복 시장이 추진하는 제물포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해사법원을 앵커시설로 유치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김찬진 동구청장은 “해사법원 유치는 제물포구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침체된 원도심 경제를 부활시킬 핵심 열쇠”라며 제물포구 유치를 주장하고 나섰다.
중구를 지역구로 둔 배준영 의원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배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인천의 해운산업 발전을 위해서라도 성장하는 산업을 뒷받침할 사법 인프라가 여느 때보다 중요하다”라며 “해사법원 제물포구 유치를 통해 원도심 발전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해사법원 인천 설치가 실현될 때까지 걸음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인천지법 북부 지원이 신설되는 서구(검단구) 역시 해사법원 인천 유치를 주장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서구 당하동에 들어서는 인천지법 북부 지원 내에 해사법원 신설을 검토했지만 공간 부족으로 어렵다는 결과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 ‘청라하늘대교’ 전철 밟을까...인천지역 중재 역할 시급
지역사회에서는 해사법원 인천 유치전이 과열되면 최근 개통한 청라하늘대교(제3연륙교)처럼 지역 간 갈등 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청라하늘대교는 인천시 지명심의위원회 결과로 명칭이 결정됐지만, 서구와 중구 간 극심한 갈등은 물론 재심의 과정이 길게 이어지며 불필요한 행정력이 낭비되기도 했다.
해사법원 인천 설립 지역 역시 빠른 결정이 없다면 지방선거 공약으로 이어지면서 지역 갈등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인천 정가의 한 관계자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지역에서 앵커시설 격으로 해사법원 유치를 우후죽순 공약으로 내걸 가능성이 높다”며 “청라하늘대교처럼 행정력 낭비를 막기 위해 중재 조정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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