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신문=남용우 선임기자] [편집자주] 한국지엠 직영정비센터 폐쇄를 앞두고 노사 간 전운이 감돌고 있다. 노동자 측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직영 정비사업소 폐쇄 금지를 위한 법적 절차에 돌입했지만, 사측은 별다른 반응 없이 폐쇄를 밀어붙이고 있어 지역사회의 우려를 사고 있다. 여기에 최근 한국지엠이 단행한 세종 부품 물류센터 집단해고 사태까지 겹치면서 본사가 있는 부평공장에서 노숙농성이 이어지는 등 강경 기류가 흐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지엠이 국내 브랜드 신차를 선보이며 분위기 반전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생산라인 유치 없는 신차 판매는 오히려 항간에 떠도는 ‘철수설’만 부추길 뿐이라며 관련 업계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병오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어느 때보다 우려가 커지고 있는 한국지엠 현안을 짚어본다.
# 직영 정비사업소 폐쇄 ‘코 앞’ 노사 갈등 최고조
한국지엠은 지난해 임금 단체협상 자리에서 국내 9개 직영 정비사업소를 순차적으로 매각하겠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또 한국지엠 부평공장 일부 부지 역시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노조에 통보했다.
이후 더욱 구체적인 방안이 나왔다. 한국지엠 측은 오는 2월15일까지 국내 9개 직영 정비사업소를 모두 폐쇄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것. 한국지엠이 구체적인 자산매각 시점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제로 한국지엠 측은 올해 1월1일부터 직영 정비사업소 차량 입고와 서비스 예약 등을 중단했다. 쉐보레 차량 정비를 위해서는 직영이 아닌 협력업체 및 외주 업체를 통해서만 차량 정비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한국지엠이 공언한 직영 정비사업소 폐쇄가 임박하면서 한국지엠 노사 갈등도 극에 달하고 있다.
노조는 지역사회, 관련 업계, 쉐보레 구매 소비자 등과 함께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공동 행동에 나서고 있다. 우선 인천지법에 직영 정비사업소 폐쇄를 금지해 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또 쉐보레 차종 구매 소비자들과 함께 ‘정비사업소 폐쇄 반대’ 퍼포먼스를 진행하며 직영 정비사업소 폐쇄 반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실제로 최근 부평구 쉐보레 직영 정비사업소에서는 ‘정비사업소 폐쇄 결사반대’ 등의 팻말을 게시한 차량 10여 대가 직영 정비사업소 폐쇄에 항의하는 규탄 집회가 열렸다. 집회는 한국지엠 노조와 일반 소비자들이 함께 참여했다.
집회에 참여한 한 시민은 “지난해 중고로 쉐보레 차량을 구입했는데, 부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고장 난 상태로 운행하고 있다”라며 “하다못해 일반 전자제품도 직영 정비서비스센터가 있는데 무엇보다 안전이 최우선인 자동차 판매사가 직영정비센터를 폐쇄하는 것이 맞는 것이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단행한 부품 물류센터 집단 해고 사태도 노사 갈등에 불을 지폈다. 한국지엠 측은 지난해 말 세종 부품 물류센터의 유일한 1차 협력업체인 우진물류와 도급 계약을 해지하면서 하청노동자 130명에게 지난 1월1일 자로 해고 통지를 했다.
이에 반발한 물류센터 하청 노동자들은 최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데 이어 한국지엠 본사가 있는 부평공장 앞에서 노숙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노조 측이 극심한 반발에 나서고 있지만 한국지엠 측은 “급변하는 산업 및 비즈니스 환경에서 재정적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직영센터를 포함한 자산매각이 필요하다”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 측은 직영센터 폐쇄는 단순한 사업 구조 개편을 넘어 전형적 구조조정 모델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며 반발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협력센터만으로는 제조나 설계 결함에 따른 대규모 리콜, 정밀·고위험 작업 등을 감당하기 어렵다”라며 “부품 물류센터 대량 해고 사태 역시 물류센터 정상 운영 제한으로 부품 출고와 물류 흐름에 차질이 발생해 고객 서비스 전반에 심각한 악영향이 우려된다”라고 지적했다.
# ‘프리미엄’ 출시 예고한 한국지엠, 생산 물량 확보는 ‘묵묵부답’
이런 가운데 한국지엠은 최근 GM 산하 브랜드 중 하나인 GMC의 프리미엄 모델 확장에 나선다.
한국지엠은 최근 서울 성수동에 팝업스토어를 열어 GMC 브랜드인 아카디아, 캐니언, 허머 EV 등 신차 3종을 판매한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지엠 측은 기자회견을 통해 쉐보레, 캐딜락에 이어 GM 산하 브랜드인 GMC의 국내 출시를 예고한 바 있다. 이번에 국내에 도입된 신차 3종은 경쟁 차종인 지프 글래디어이터, 포드 레인저 랩터 등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도입돼 그동안 지적되던 ‘가격경쟁력’을 갖추는 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평가다.
한국지엠 측은 “대형급 SUV나 픽업트럭을 원하는 한국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춘 GMC 브랜드 차량을 선보이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지엠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생산 차종 도입에는 여전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어 지역사회의 우려를 사고 있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결국은 부평공장의 생산 물량이 늘어야 부품 등 하청업체와 지역 상권이 살아날 것”이라며 “한국지엠 미래 차 유치는 한국지엠과 인천 지역경제의 존폐를 가를 생존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 직영정비센터 폐쇄 놓고 노사 주장 팽팽, 정부 ‘역할론’ 제기
한국지엠 측은 지난해 부평구 삼산체육관에서 ‘2025 한국지엠 협력 서비스 네트워크 대표자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서비스 운영을 협력 서비스 네트워크 중심으로 전환해 최선의 성과를 내겠다는 게 한국지엠 측의 주장이다.
이에 맞서 노조 측은 정비를 협력업체로 전환하는 것은 내수 확장 전략이 아니라 비용 절감을 최우선시하는 구조조정의 일환이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중요하고 정밀한 정비를 협력업체에 맡기는 사측의 일방적인 결정은 내수 고객을 사실상 방치하는 무책임한 조치라는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이처럼 노사 양측의 주장이 팽팽한 가운데 한국지엠 지분을 갖고 있는 산업은행의 역할론이 대두되고 있다. 산은은 지난 2018년 81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 한국지엠 지분 17%를 갖고 있는 대주주가 됐지만, 한국지엠 자산매각과 센터 폐쇄에 거의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허성무 국회의원(더민주·창원 성산)은 최근 산업은행이 한국지엠 대주주 역할을 하지 못한다며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제도개선을 주장했다. 한국지엠이 국내 사업장 유지에 필요한 전방위적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허 의원은 “산업은행이 한국지엠 지분을 17% 넘게 가진 대주주임에도 자산 쪼개기와 센터 매각 등의 최근 움직임을 수수방관하고 있다”라며 “국정조사 추진과 실질적 제도개선을 이룰 입법 과제를 해결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인천 정가의 한 관계자는 “인천 역시 부평 직영정비센터 폐쇄가 현실화하면 쉐보레 차종을 보유한 시민들의 큰 불편이 불가피하지만, 행정이나 지역 정치권의 관심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6월 지방선거에서 한국지엠 논란과 관련한 후보자들의 이해도나 해법 제시에 관심이 쏠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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