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신문=남용우 선임기자] [편집자주] 인천국제공항의 운영 능력이 확장되면서 더 많은 항공기가 오가는 등 세계적인 공항 운영 규모로 확대되고 있다. 그 여파로 강화도 섬 주민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어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24년 인천공항 4단계 확장 사업이 준공돼 제4활주로가 운영되면서 인천공항 항공기 이착륙이 크게 늘었다. 그 여파로 항로 아래에 놓이게 된 강화도 일부 지역에서는 1시간 최대 20번에 가까운 항공기가 지나가면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는 등 소음 피해가 속출했다. 이에 정치권이 나서 문제 해법 논의에 나섰다. 강화도에 새롭게 확산하는 항공기 소음 문제를 짚어보고 향후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을 살펴본다.
# 인천공항 성장의 그늘, 강화도 항공기 소음 ‘몸살’
인천국제공항이 지난해 11월 4단계 확장 사업을 마치고 세계적인 규모의 대형 공항으로 거듭났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24년까지 4조8천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마무리한 인천공항 4단계 사업으로 제4활주로와 항공기 계류장 75곳이 신설됐다. 이에 인천공항은 연간 1억60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공항 인프라를 갖췄다. 이는 세계 3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처럼 인천공항에서 뜨고 내리는 항공기가 급증하면서 항공기 항로 아래에 놓인 강화도 남단 주민들의 소음 고통 또한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주민들은 항공기의 반복적인 저고도 비행으로 수면 방해는 물론 일상생활 불편과 농어업 등 생활 전반에 큰 지장을 받고 있다며 실질적인 소음 저감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삼산면 매음리의 주민 A씨는 “평생 이곳에서 살면서 경험해 보지 못할 정도의 소음 공해가 심각하다”고 호소했다. A씨는 “이웃 모두 소음으로 일상생활에 큰 피해를 보고 있어 일상생활이 초토화 상태”라며 “밤에 잠을 못 잘 정도”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B씨도 “비행기 아래가 보일 정도로 낮게 날아다니는 경우도 있어 공포감이 크다”며 “실질적인 피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주민 C씨는 “소음 때문에 아내가 정신과 상담을 받고 수면제까지 처방받은 상황”이라며 “제대로 된 피해 보상과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자 강화군이 행정기관 간 조율에 나섰다. 강화군은 최근 삼산면 매음리에서 서울지방항공청과 공동으로 항공기 소음 피해 대책 마련을 위한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권혁진 서울지방항공청장을 비롯한 관계자와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 등 인천공항 관련 행정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해 현장 점검에 나섰다.
서울지방항공청 측은 올해 진행할 예정인 항공기 소음 영향도 조사에 강화군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강화군 내 소음 측정 지역 확대와 운항 관리 개선 등 추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강화군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주민 피해 상황을 관계 기관에 지속적으로 전달할 계획”이라며 “항공기 소음 관리 개선과 실질적인 저감 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 ‘항공기 소음’ 민주당 지도부 총출동, 현안 선점 효과 거둘까?
하늘 위에서 내려오는 소음으로 주민들이 뜻하지 않은 고통을 겪는 가운데 정치권도 문제 해결에 나섰다.
이번 달 초 더불어민주당 인천시장 후보로 공천받은 박찬대 국회의원(인천 연수갑)은 지난 12일 맹성규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인천 남동갑) 등과 함께 양도면 삼흥2리 마을회관을 찾아 현장 점검에 나섰다. 박 의원이 강화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 현장을 찾은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 강화항공기소음피해대책위원회 주민들은 인천공항공사, 서울지방항공청 등 행정기관과 해당 지자체, 피해 주민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을 요구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관련 기관들이 단순히 소음을 측정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항공기 운항 횟수와 항로 등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전에 인천공항공사가 실시한 소음 측정 결과는 주민들이 신뢰하기 어렵다”며 “피해 주민과 강화군, 공항공사, 관련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공동 협의체를 구성해 측정 기관을 함께 선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박찬대 의원과 맹성규 위원장은 주민들의 입장이 정확히 반영될 수 있는 협의체 구성에 뜻을 모았다.
박찬대 의원의 방문으로 강화 지역 현안에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슈를 선점하면서 차기 지방선거 판세가 복잡해질 전망이다.
강화 지역은 최근 10년간 진행된 각종 선거에서 압도적인 보수 지지세를 보여 왔다. 그러나 지난해 조기 대선에서는 당시 이재명 대통령 후보 지지율이 35%(1만7036표)를 돌파하는 등 변화의 조짐을 보였다. 이는 4년 전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였던 박남춘 후보의 지지율 30%(1만1660표)를 넘어선 수치다.
6월3일 치러지는 인천시장 선거 구도는 일찌감치 박찬대 의원과 유정복 인천시장의 맞대결 구도로 자리 잡았다. 양당 모두 수도권 1호 공천자로 인천시장 후보를 선정할 만큼 발 빠른 대진표가 완성됐지만 아직 구체적인 공약은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다.
박찬대 의원의 강화 방문으로 향후 더불어민주당이 강화 현안 공약을 선점할 수 있을지 지역 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공동협의체 구성이 최우선 과제, 지방선거 쟁점화
강화지역 소음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이 정한 소음 대책 지역에 포함돼야 한다. 지난 현장 방문에서도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서울지방항공청 측은 관련 용역 추진을 약속했다.
이제 핵심은 주민들의 현실과 맞는 피해 산정과 대책 실행이다. 실제로 강화 지역과 비슷한 항공기 이착륙 소음에 시달리고 있는 옹진군 장봉도의 사례를 보면 행정기관과 주민들의 눈높이가 현저하게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장봉도 역시 인천공항과 직선거리로 5㎞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심각한 소음 피해를 겪고 있지만 관련 법에 따라 행정구역상 장봉1리와 장봉3리 일부만 소음 대책 지역으로 지정된 상태다. 같은 소음 피해를 겪어도 거주 지역에 따라 보상에 차별이 발생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장봉도 주민들은 소음 대책 해소의 하나로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장봉도~모도 간 연도교 재정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공항공사는 현행법상 별도 지원은 어렵다며 사실상 난색을 보이고 있다.
강화도 역시 소음 피해 입증과 이후 보상 과정에서 지역 일부만 대상 지역으로 정해질 경우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행정기관과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 협의체 구성이 최우선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인천 정가의 한 관계자는 “강화 남부 지역 항공기 소음 피해 문제는 정치권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며 “이번 지방선거에서 각 정당과 후보가 어떤 해법을 제시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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