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기획] ‘종합병원 없는 대한민국 관문’ 영종…골든타임 무너진다

​​​​​​​심정지 60대, 40분 이송 끝 사망…'골든타임 붕괴' 31㎞ 밖 종합병원, 병상 총량제에 유치도 제자리 6·3지선 앞 여야 한목소리…공약 넘어 실현이 관건

사진은 인천국제공항 전경. 여객과 화물처리분야에서 세계 3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공항 주변에 종합병원이 없어 심각한 의료 인프라 부족 사태를 빚고 있다. (사진제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진은 인천국제공항 전경. 여객과 화물처리분야에서 세계 3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공항 주변에 종합병원이 없어 심각한 의료 인프라 부족 사태를 빚고 있다. (사진제공=인천국제공항공사)

[중앙신문=남용우 선임기자] [편집자주] 인천국제공항이 속한 영종도에 대형 종합병원 유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응급 환자가 적기를 놓치는 사례가 잇달아 발생해 지역사회가 크게 동요하고 있다. 인천시와 정치권에서 영종도 종합병원 유치를 목표로 여러모로 움직이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사이 응급 환자들의 사망 사례가 더 이어질 수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해지자,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영종도 지역 출마 예정자들을 중심으로 대응책이 논의되고 있다. 지방선거를 계기로 영종도 종합병원 유치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지역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인천 내륙까지 30, 세계 3위 공항에 종합병원 없어

최근 인천국제공항이 속한 영종도에서 심정지로 쓰러진 60대 여성이 안타깝게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해 지역사회에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지난 1일 영종도의 한 테니스장에서 운동하던 60대 여성이 심정지로 쓰러졌다. 이 여성은 출동한 구급대에 의해 응급처치 후 영종도로부터 24떨어진 인천 서구의 종합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무려 40분 넘게 걸린 탓에 끝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여성은 신고 당시에는 의식이 있었으나, 소방당국이 출동했을 때는 심정지 증상을 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골든타임 위기는 또 있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3층에서 베트남 국적 임산부가 복통으로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출동한 구급대는 40여 분을 달려 미추홀구의 한 종합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응급 분만이 어려워 2시간 넘게 헤맨 끝에 구급차 안에서 출산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처럼 인천국제공항이 속한 영종도에 종합병원이 없어 응급 환자들의 골든타임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인천국제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종합병원은 인하대병원인데 무려 31떨어져 있다. 인천공항의 열악한 인프라를 그대로 드러내는 대목이다.

인천공항은 지난해 이용객과 화물 이동량 등을 종합한 평가에서 세계 3위를 기록한 글로벌공항이다. 그러나 다른 나라 경쟁공항에 비해 의료 인프라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하다.

실제로 일본 하네다 국제공항 주변에는 11곳의 종합병원이 있는 것으로 집계되며,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8).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4) 등 아시아 경쟁공항과 비교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이들 공항과 종합병원과의 거리는 7이내로 확인돼 사정은 더욱 열악하다.

인천공항의 의료 인프라는 국내 다른 공항에 비해서도 상당히 열악하다. 김포공항 4.1, 제주공항 3.2, 무안공항 13등으로 나타나 인천공항과 종합병원과의 거리가 압도적으로 먼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영종국제도시총연합회 관계자는 섬 안에 응급의료센터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최근 숨진 주민과 같은 골든타임을 놓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라고 지적하며 골든타임을 놓친 안타까운 죽음을 더는 마주하는 일이 없도록 정치권이 나서달라고 주장했다.

# 감염병 전문병원·대학병원 유치 시도 잇따른 무산, 병상 총량제 발목

영종도 내 종합병원이 없는 접근성 문제 해결을 위한 인천시의 노력이 번번이 무산돼 영종지역 주민과 인천국제공항 이용객의 의료 공백이 장기화하고 있다.

인천시는 인천국제공항이 세계 3위의 글로벌공항인 점을 내세워 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을 추진해 왔다. 인천공항이 코로나19로 대표되는 글로벌 팬데믹의 국내 관문인 점을 부각해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인천시가 정부에 요청한 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을 위한 설계비는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3차례나 본예산에서 삭감됐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2026년 정부 예산안에도 인천시와 지역 국회의원들이 요청한 감염병 전문병원 구축사업비 2억 원도 끝내 반영되지 않았다.

인천시가 투트랙으로 진행한 대학병원 분원 유치 시도 역시 제자리걸음이다. 인천시는 지난 2020년부터 영종도에 서울대병원 분원을 유치하는 방안을 협의했지만, 의대 정원 갈등 등이 불거지며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특히 서울대병원이 인천과 인접한 경기도 시흥에 분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어 의료 인프라 중복 논란 속에 전혀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정부가 지난해 5월부터 시행 중인 병상 총량제 역시 영종도 종합병원 신설을 가로막고 있는 큰 벽이다. 정부는 수도권을 병상 과잉 지역으로 분류해 신증설을 억제하고 있는데, 인천공항이 위치한 영종도 지역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잣대로 공항 주변 의료 공백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천국제공항을 운영하는 인천공항공사가 공항 주변 응급 및 감병 대응 종합병원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돼 귀추가 주목된다.

영종도가 지역구인 배준영 국회의원(국힘·인천 중구강화군옹진군)은 최근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인천국제공항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현행 의료법에 따른 의료기관 개설 주체가 아닌 인천공항공사를 의료기관 개설이 가능한 공공기관에 포함토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즉 지금처럼 민간 유치가 아닌 인천공항공사가 주도해 응급과 감염병 대응 등 공공목적의 의료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인천공항공사법 개정안을 통해 공항공사가 인천시, 보건복지부 등 관련 기관과 협력해 공항권 종합병원(응급감염 거점)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배 의원은 이번 개정안은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는 논의를 실행단계로 옮기기 위한 제도적 출발점이라며 공항권 종합병원 설치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공공기관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와 정부가 함께 TF 구성과 후속 절차를 끝까지 점검해 실질적인 결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 “영종도 종합병원 설치여야 한목소리, 지방선거 이후 결과 낼까?

6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영종지역 출마자들은 여야 할 것 없이 영종도 종합병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영종구청장 지방선거 출마를 확정한 김정헌 중구청장은 현재 인천 중부권역에 묶여있는 영종지역의 권역에서 독립하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영종지역이 인천 중부권 중진료권에 묶여 '병상 과잉 지역'으로 분류돼 종합병원 유치가 제도적으로 원천 봉쇄돼 있기 때문이다.

김 구청장은 올해 7월 영종구 신설로 행정·생활권이 독립되는 데다, 실질적인 의료 취약지라는 점을 고려해 영종 권역 중진료권을 신설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원모 영종구청장 예비후보는 현재 운영 중인 인천의료원 영종 분원 설치를 제안하고 나섰다. 영종지역에 종합병원 유치가 필요하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먼저 인천의료원 영종 분원을 설치하는 게 현실적이고 실행할 수 있는 해법이라는 이유에서다.

인천 정가의 한 관계자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후보 모두 종합병원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겠지만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라며 선거 이후 중앙정부와 협의하고 소통할 수 있는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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