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공항” 우리나라 인천국제공항을 설명할 때 늘 따라붙는 말이다. 그러나 이 수식어는 한 가지 사실을 가린다. 응급환자가 병원에 도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영종도에서 심정지로 쓰러진 60대 여성이 끝내 숨졌다. 신고 당시 의식이 있었지만, 병원까지 40분 넘게 걸리는 사이 골든타임은 무너졌다. 응급의료에서 시간은 곧 생존율이다. 같은 상황에서도 어디에 쓰러졌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이 차이는 운이 아니라 구조다.
이 장면은 처음이 아니다. 공항에서 쓰러진 임산부가 병원을 찾지 못해 구급차 안에서 출산한 사례도 있었다. 이송과 재이송이 반복되며 2시간 가까이 의료 공백이 이어졌다. 이쯤 되면 묻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사고인가, 구조적 한계의 결과인가.
영종도의 문제는 명확하다. 종합병원이 없다. 가장 가까운 병원까지 30㎞ 이상 떨어져 있다. 응급환자에게 이 거리는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시간의 손실이고, 그 시간은 곧 생존 가능성의 감소로 이어진다.
응급의료는 선택의 영역이 아니다. 심정지, 분만, 중증 외상은 “가능하면”이 아니라 “즉시”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대형 공항 주변에는 일정 수준 이상의 의료 인프라가 갖춰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영종은 그 기준에서 벗어나 있다. 국가 관문이라는 상징과 의료 공백이라는 현실이 충돌하는 지점이다.
그럼에도 해결은 지연돼 왔다. 감염병 전문병원은 예산 문턱을 넘지 못했고, 대학병원 유치는 이해관계 속에 멈췄다. 병상 총량제는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일괄 적용되며 지역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정책은 평균을 보지만, 응급환자는 평균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지금의 구조는 한 가지 사실을 드러낸다. 같은 응급 상황에서도 지역에 따라 생존 가능성이 달라진다는 것, 이것은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형평의 문제다.
최근 인천공항공사가 직접 종합병원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 논의가 시작됐다. 공공이 책임지는 방식으로 방향을 바꾸려는 시도다. 늦었지만 필요한 접근이다. 그러나 아직은 논의 단계다. 문제는 시간이 없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종합병원 유치 공약은 쏟아지고 있다. 방법도 다양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계획이 아니라 결과다. 응급의료에서 지연은 곧 결과이기 때문이다.
영종은 더 이상 개발을 논의하는 단계의 지역이 아니다. 이미 수많은 사람이 오가고 머물고 일하는 공간이다. 그 공간에 필수 기능이 빠져 있다면, 그것은 미완성이 아니라 방치에 가깝다.
공항은 세계와 연결돼 있다. 그러나 생명과 연결되는 길은 여전히 멀다. 이 문제는 더 이상 선택의 영역이 아니다. 지금의 구조를 그대로 두는 것 역시 하나의 결정이지만, 그 결정의 결과는 누군가에게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 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하자. 그 생각이 책임으로 뒤따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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