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신문=남용우 선임기자] [편집자주] 정부가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통합 등 공항 운영사 통합 등 구조 개편을 예고하면서 인천 지역사회가 들끓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통합 조치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발생한 수익이 지역으로 환원되지 않고 지방공항의 적자를 메우는 데 쓰일 것이라며 즉각 반대하고 나섰다. 특히 인천공항이 속한 영종지역의 반대가 극심하게 나타나면서 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정부의 공공기관 구조 개편의 의미와 지역사회의 반응을 짚어본다.
# 항공 분야 공공기관 통합 움직임, 지역사회 ‘반발’
재정경제부가 각 부처와 산하 공공기관 통폐합 관련 협의에 전격 나서면서 인천국제공항공사 통합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확대 국가 관광전략 회의에서 “인천공항에서 국내선은 왜 운항하지 않느냐”라고 언급한 것이 통합의 시발점이 됐다. 이 대통령 발언 이후 재정경제부가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을 아우르는 항공 분야 공기업 통합방안 검토에 나섰다. 인천공항에 집중된 국제선 노선을 지방공항에도 균형 있게 배분하고 이용객 편의를 높이자는 것이 재경부의 설명이다.
현재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인천공항 운영 전반을 관할하는 공기업이며, 한국공항공사는 인천공항 외의 전국 14개 공항 운영 전반을 관할한다.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은 부산 가덕도 공항 건설을 관할한다.
이 같은 통합 검토 방침이 알려지자, 인천을 중심으로 지역사회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현재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인천공항공사가 만성 적자를 기록하는 지방공항의 부채를 떠안을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실제로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지난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의 누적 영업이익은 2조 원에 달한다. 세계 상위권 수준의 노선 운항과 면세점 등 각종 임대료 수익을 합쳐 상당한 흑자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전국 14개 공항을 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는 누적 적자 3천억 원가량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10조 원 규모의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는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운영비는 예측조차 하기 어려운 규모다. 따라서 인천공항의 흑자가 지방공항 적자 메우기나 신공항 건설에 활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인천 시민단체와 인천공항 관련 노동조합이 참여하는 인천공항 졸속 통합 반대 시민대책위원회는 최근 인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사 통합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책위는 항공 분야 공기업 통합은 효율적 정책이 아닌 지방공항 정책 실패의 부담을 인천공항에 떠넘기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인천공항에서 발생한 수익이 다시 인천공항에 투자돼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그동안의 선순환이 깨질 것으로 우려된다”라며 “지방공항의 만성 적자와 수요 부족은 수요와 타당성을 외면한 채 정치적 논리로 공항 건설을 남발한 국가 정책 실패의 결과다.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바로잡기보다 인천공항의 재정과 운영 역량을 통합이라는 이름으로 지방공항 적자 보전에 활용하려는 처사”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노동조합도 정부의 공기업 통폐합 움직임에 반대하고 나섰다.
노조는 성명을 내고 “인천공항은 세계 주요 공항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가 핵심 인프라”라며 “공항 운영사 통합으로 인천공항의 재정과 투자 역량이 분산되고 지방공항 적자 보전과 신공항 재정 부담까지 떠안게 되면 허브공항으로서의 경쟁력은 불가피하게 약화할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대책위는 정부가 공항 운영사 통합을 강행한다면 인천공항에서 대통령실까지 1천 대의 차량을 동원하는 대규모 항의행동 추진을 예고하면서 향후 통합과 관련한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차기 인천시장 선거 주자들 서로 다른 해법, 지방선거 핵심 이슈 ‘부상’
정부의 공항 운영사 통합 움직임에 지역사회가 즉각 반발하면서 통합 이슈가 오는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의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오는 6월 행정구역 개편으로 새롭게 출범하는 영종구에서는 이번 통합 이슈가 가장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다. 인천공항이 속해있고 관련 업종 종사자가 가장 많이 거주하는 만큼 향후 정부 움직임에 표심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장 선거에서도 통합 논란은 가장 뜨거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일찌감치 유정복 현 인천시장(국민의힘), 박찬대 국회의원(더민주)을 각각 인천시장 후보 공천을 확정 지은 가운데 양 후보들의 상반된 입장이 눈에 띈다. 유 시장은 정부 방침에 비판적인 입장을, 박 의원은 정부와 인천시의 조율을 자신하면서 향후 선거전의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유 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정부의 공항 운영사 통합 움직임은 인천의 권익을 훼손하는 시도라며 행정·정치적 역량을 총동원해 막아내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유 시장은 “이번 통합안은 기준 없는 졸속 구조 개편이라는 점을 분명히 지적한다”라며 “흑자 경영으로 글로벌 허브공항의 위상을 굳건히 지켜온 인천국제공항이 만성 적자의 지방공항 운영권과 10조 원 규모의 가덕도 신공항 건설 비용까지 떠안아야 하는 구조를 합리적 정책이라 할 수 있는가”라고 강조했다.
유 시장은 이어 “인천시와 시민들은 이번 통합 논의를 경제적 실익보다 정치적 논리가 앞선 강행으로 규정하고 있다”라며 “앞으로 부처 간 협의나 국회 입법 과정에서 인천시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모든 행정·정치적 역량을 총동원하겠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박찬대 의원은 인천공항 통합설은 근거 없는 억측이라고 일축하며 자신이 정부와 조율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공항 운영사 통합 보도를 접하자마자 국토교통부 장관과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확인했는데, 정부 내부에서 전혀 논의된 바 없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확인되지 않은 뜬소문으로 시민들이 불안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인천공항은 세계를 상대로 경쟁하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허브공항이다. 단순한 통폐합 논리가 아니라 더 과감하게 투자하고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인천공항의 흔들림 없는 도약은 박찬대가 끝까지 책임지겠다”라며 운영사 통폐합이 사실무근인 것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처럼 양 후보 모두 인천공항공사 통합에 공통으로 반대 입장을 표하면서도,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여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하면 서로 간 치열한 공방일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인천 정가의 한 관계자는 “현재 정부가 공항 운영사 통합 관련 입장을 명확히 하지 않아 지역 내에서 불필요한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지적하며 “향후 정부의 공식 입장, 그리고 여야 후보자들의 공약 등이 구체화하면서 영종을 비롯한 지방선거 표심이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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