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신문=남용우 선임기자] [편집자주] 한국지엠이 전격적으로 직영정비센터 폐쇄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인천 지역경제가 또다시 뒤흔들리고 있다. 올해 초 정비센터 폐쇄 계획으로 철수설이 불거졌던 한국지엠은 최근 노조 측과 지속가능성 합의에 나서 잠잠해지는 듯했지만, 최근 센터 폐쇄를 공식 발표하면서 또다시 철수설에 불을 지폈다. 이에 한국지엠 노조는 인천 지역사회와 함께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공동 대응에 나서는 등 인천 노동계와 강 대 강 대치를 예고했다. 직영정비센터 폐쇄가 인천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인천 지역사회의 앞으로의 대응 전략 등을 짚어본다.
# 직영정비센터 폐쇄 공식화, 철수설 불 지핀 한국지엠
한국지엠은 지난 5월28일 2025년 임금 및 단체협상 노사 상견례 자리에서 국내 9개 직영 정비사업소를 순차적으로 매각하겠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이에 더해 한국지엠 부평공장 일부 부지 역시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노조에 통보했다. 이는 모기업 격인 글로벌지엠의 방침이라는 게 한국지엠 측의 설명이었다.
이에 노조는 즉각 반발하며 올해 노사 갈등이 강하게 부딪혔다. 갈등 끝에 한국지엠 노사는 지난 9월 직영서비스센터 활성화 TF팀을 구성하기로 합의하면서 위기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다.
그러나 한국지엠 측이 돌연 국내 직영 정비사업소 폐쇄 시점을 구체화하면서 또다시 노사 갈등에 휩싸였다. 한국지엠 측은 내년 2월15일까지 국내 9개 직영 정비사업소를 모두 폐쇄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것. 한국지엠이 구체적인 자산매각 시점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직영서비스센터 폐쇄 시점이 갑자기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인천 지역경제에 큰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한국지엠이 산업은행으로부터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대가로 국내 사업장을 유지하기로 한 시점인 2027년을 앞두고 벌어지는 자산매각이라는 점에서 앞선 상황과 다른 철수설 불씨가 감지됐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지엠 노조는 최근 쉐보레 직영 서울서비스센터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노조는 “2021년 부품물류센터 폐쇄, 2022년 부평2공장 폐쇄를 단행하며 국내 사업을 계속 축소하는 한국지엠의 행보는 국내 완성차기업의 기능을 점진적으로 약화하는 것”이라며 “사측의 일방적인 직영 정비사업소 폐쇄 조치는 GM이 한국에서 철수하려는 신호탄”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한국지엠 철수는 인천 자동차산업 공급망을 붕괴시키는 위기”라며 “인천시와 정치권, 시민사회가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지엠은 9개 직영정비센터를 폐쇄하지만, 전국의 380여 곳에 달하는 협력 서비스센터를 중심으로 고객서비스를 지속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직영정비센터에서 근무 중인 직원들은 한국지엠의 다른 직무로 재배치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 공동대책위 꾸린 인천 시민사회, “외투기업 먹튀 논란 종식해야”
직영정비센터 폐쇄 공식화로 인천 지역사회가 큰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 실제로 한국지엠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지엠의 지난 2024년 매출액은 14조3771억원으로 인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특히 인천 각 산업단지에 자리 잡은 자동차 부품업체의 70%가 한국지엠에 납품하고 있어 한국지엠 위기가 지역 기업의 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에 인천 시민사회단체는 한국지엠 노조와 함께 공동대책위를 꾸려 규탄에 나섰다. 이들은 인천시청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인천 지역사회에서 공동 대응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번 직영정비센터 폐쇄는 우선 소비자의 권리와 선택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결정”이라며 “직영서비스센터는 고난도 정비나 보증 수리(리콜, 구조적 결함 보수 등) 의 핵심 창구로 작용해 왔다. 일반 협력 정비소로 모든 서비스를 전환할 경우, 이러한 전문적 수리 능력 저하와 기술적 리스크가 증가할 수 있으며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불편과 고통을 야기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한국지엠 사측의 직영센터 축소가 내수 시장 철수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관련법 제정을 통해 이를 막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 부평공장 미래 차 생산, 외투기업 먹튀 방지법 제정 ‘시급한 과제로’
한국지엠 철수설은 지난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지엠은 당시 준중형 세단으로 지금도 국내 곳곳을 누비는 ‘쉐보레 크루즈’ 차종을 생산하던 군산공장을 전격적으로 폐쇄하며 철수설에 불을 지폈다.
이에 정부는 산업은행과 함께 한국지엠 측에 8100억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지원하고 오는 2028년까지 경영 정상화에 나선다는 계약을 맺은 바 있다. 계약만료일이 다가오는 가운데 직영정비센터 철수를 공식화하면서 또다시 철수설이 불거지고 있다.
공적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한국지엠은 국내 생산물량을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다. 부평공장, 창원공장에서 생산하던 크루즈, 캡티바, 말리부, 스파크 등 한때 국내를 누볐던 차종들이 줄줄이 단종됐으며, 2022년 11월부터 부평2공장 생산라인이 중단됐다.
현재 부평1공장 트레일블레이저, 창원공장 트랙스 크로스오버 등 국내 생산 차종은 겨우 명맥을 잇고 있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한국지엠 노조와 정치권에서는 부평공장에 전기차 등 미래차 생산라인을 유치하라고 지속적으로 노력했다. 생산 물량이 늘어야 부품 등 하청업체와 부평공장 주변 상권이 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지엠 미래 차 유치는 한국지엠과 인천 지역경제의 존폐를 가를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실제로 한국지엠 본사인 미국 GM은 오는 2035년이면 화석연료차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따라서 인천 경제 안정을 위해 한국지엠 미래차 도입과 인천 자동차산업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지엠 문제는 단순히 특정 공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경제와 국가 자동차산업 전체의 문제로 봐야 한다”라며 “정부 차원의 관심과 문제 해결 개입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정부로부터 특혜를 받는 외투기업의 먹튀 방지를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은행이 한국지엠 2대 주주임에도 철수설을 불 지피는 생산 물량 감소, 미래차 도입 지연, 직영정비센터 폐쇄에 전혀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어 자기 역할을 못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외투기업 먹튀 방지법 제정이나 산업은행의 경영 감시 강화, 부품 하청업체 노동자 보호정책 등을 수립하는데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인천 정가의 한 관계자는 “부평공장 전기차 생산 유치는 지역 경제를 위해 가장 필요한 조치임에도 인천시나 부평구가 그동안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내년 지방선거에서 한국지엠 부평공장 활성화를 두고 여야 모두 해법 공방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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