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신문=남용우 선임기자] [편집자주] 한국지엠이 국내 생산 시설에 4천억 달러(약 4400억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하며 최근 불거진 ‘철수설’ 진화에 나섰다. 한국지엠은 최근 직영정비센터 폐쇄와 부평공장 일부 시설 매각 등 자산 매각 계획을 밝히면서 또다시 철수설에 휩싸였다. 한국지엠은 지난 2018년 군산공장을 폐쇄한 이후 오는 2027년까지 국내사업장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산업은행으로부터 공적자금 8100억원을 지원받았다. 그러나 공적자금 기간 만료를 앞두고 자산 매각 조치를 단행하면서 철수를 준비 중인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지엠 측의 투자 발표 내용과 여전한 철수 우려, 전망을 짚어본다.
# 4천억 달러 투자계획 밝힌 한국지엠, ‘철수설’ 진화 나서
한국지엠이 국내 생산 시설에 4천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또한 GM(글로벌 지엠) 산하 4개 브랜드를 모두 국내에 들여오겠다며 내수 판매에도 의욕을 보이는 등 최근 직영정비센터 매각 계획으로 불거진 철수설 진화에 나섰다.
한국지엠은 지난 15일 인천 GM 청라 주행시험장 타운홀에서 ‘2026 비즈니스 전략 콘퍼런스’를 열었다고 밝혔다.
콘퍼런스에서 한국지엠은 한국에서 생산한 차량이 북미 지역의 강력한 수출기지임을 강조하면서 ‘철수설’ 진화에 힘을 썼다. 한국지엠에 따르면 국내 생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미국 소형 SUV 시장 점유율 36.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구매한 소비자의 절반이 GM의 신규 고객이라며, 한국지엠의 북미 수출기지로써의 위상을 강조하고 나섰다.
한국지엠은 콘퍼런스 자리에서 청라 주행시험장 내부에 ‘버추얼 엔지니어링 랩’을 새롭게 열었다. 이 시설은 기존에 흩어져 있던 10여 개의 가상 개발 설비를 한 곳에 통합한 최첨단 R&D 허브로 알려졌다.
한국지엠은 이 시설을 통해 가상 개발과 실차 시험을 유기적으로 결합, 개발 정확도와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신차 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모두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헥터 비자레알 한국지엠 사장은 “한국지엠은 강한 글로벌 수요에 대응하면서 GM의 글로벌 성장전략에서 핵심적 생산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라며 “한국지엠에 대한 GM의 확고한 약속에는 변함이 없다. 그 어느 때보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지엠은 또 GM은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쉐보레, 캐딜락에 이어 GMC와 뷰익(Buick) 브랜드를 국내에 순차적으로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업계에 따르면 GMC는 북미에서 픽업트럭과 대형 SUV으로 유명하다. 또 뷰익은 합리적인 프리미엄 브랜드로 알려져 있어 국내 고객들에게 어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국지엠에 따르면 신규 2개 브랜드 차량 판매는 기존 네트워크를 활용해 쉐보레 전시장에서 뷰익을, 캐딜락 전시장에서 GMC를 함께 판매하는 방식이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한국지엠의 전략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국내 판매량 회복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실제 지난 1~11월 한국지엠 국내 판매량은 1만395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4%나 줄었다. 특히 지난달 판매량은 973대로 사상 처음으로 월 1천 대 아래 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GM 산하 4개 브랜드를 모두 도입한 국가는 북미 지역 이외에 한국이 처음”이라고 강조하며 “GM 입장에서 한국은 여전히 강력한 북미 수출기지”라고 강조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내년에 GMC 3개 차종과 뷰익 1개 차종 등 최소 4개의 신차가 국내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한다.
# 한국지엠 노조, “신차 생산 없는 투자계획, 수입 판매사 전락” 반발
한국지엠의 투자계획 방침에 노조 측은 신차 생산 계획이 빠진 알맹이 없는 계획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15일 성명을 내고 “한국지엠의 이번 투자계획은 노조와 함께하지 않는 투자와 핵심 거점화 계획 발표일뿐”이라며 “국내 현장은 여전히 구조조정과 외주화, 직영정비센터 폐쇄를 겪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노조는 이어 “사측은 전국 380여 개 협력 서비스 네트워크를 강조하며 서비스 경쟁력을 자랑했지만, 정작 소비자 핵심 신뢰 서비스인 직영서비스센터를 일방적으로 폐쇄하려 하고 있다”라며 “서비스 강화가 아닌 책임 회피와 비용 절감 중심의 외주화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한국지엠 측의 신규 브랜드 도입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판매와 서비스 책임을 분산시키고 직영 서비스 인프라를 축소하는 상황에서 도입하는 신규 브랜드는 결국 한국지엠 본사가 아니라 협력 네트워크에 부담을 떠넘기려는 구조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GMC와 뷰익 등 북미 지역의 프리미엄 브랜드 도입은, 결과적으로 자동차 생산회사가 아니라 고급 수입차 판매회사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노조 관계자는 “현재도 한국지엠은 생산공장을 제외한 유효부지와 건물 등을 매각하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라며 “GM은 과거에도 한국이 핵심이라고 말했지만, 그 결과는 군산공장 폐쇄, 부평2공장 가동 중단, 각종 구조조정이었다. 정부와 국회, 산업은행 등 공적 기관은 GM의 말이 아닌 이행을 검증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국내 생산 물량 증가 확정해야” 지역사회 우려 여전
한국지엠을 바라보는 인천 지역사회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한국지엠 부평공장을 중심으로 자동차부품 관련 2~3차 협력업체가 포진한 인천 지역경제는 한국지엠 철수 시 자동차 업계를 넘어 지역 경제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한국지엠의 신차 생산 계획을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되고 있다.
실제 GM 측은 오는 2028년 이후 내연기관 차량 생산을 중단하고 전기차 등 미래 차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 이 이 때문에 노조와 지역사회에서는 쉐보레 볼트와 같은 전기차 생산라인을 부평공장에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 부평공장에서 생산 중이지만 국내에서 판매하지 않고 있는 뷰익 엔비스타의 국내 출시를 주장하고 있다. 부평공장은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와 뷰익 엔비스타를 생산 중인데, 국내에서 판매하는 트레일블레이저와는 달리 엔비스타는 100% 북미로 수출하고 있다.
뷰익 엔비스타 국내 출시로 판매량이 늘면 부평공장 생산 물량도 그만큼 늘어날 수 있어 지역경제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인천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지엠 발표 중 북미에서 픽업트럭·상용차 전문 브랜드인 GMC의 경우 전량 수입 판매 방식이어서 이번 신차 출시 전략이 국내 생산 및 고용 확대보다는 수입차 판매 비중만 키우는 데 그칠 수 있다”라고 지적하며 “부평공장에 생산라인이 있는 뷰익 엔비스타 국내 출시 등 어떻게든 국내 생산 확대 방안을 마련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부평을 지역구로 둔 박선원 국회의원(더민주·인천 부평을)은 “한국지엠이 한국 시장에 대한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힌 만큼, 2028년 이후 생산 물량은 지금부터 확실히 준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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