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AI만평] 경마장 줄다리기

한 마리 말이 서 있다. 그 말은 아직 움직이지 않았다. 어디로 갈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정말 떠나는지조차 확실하지 않다. 그런데도 주변은 벌써 소란스럽다.
한 마리 말이 서 있다. 그 말은 아직 움직이지 않았다. 어디로 갈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정말 떠나는지조차 확실하지 않다. 그런데도 주변은 벌써 소란스럽다. 일러스트=AI 생성(ChatGPT)

한 마리 말이 서 있다. 그 말은 아직 움직이지 않았다. 어디로 갈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정말 떠나는지조차 확실하지 않다.

그런데도 주변은 벌써 소란스럽다.

시흥도 잡고, 고양도 잡고, 양주도 잡고, 포천도 잡고, 의정부도 잡고, 동두천도 잡는다. 말을 데려가겠다는 손은 계속 늘어난다.

이 만평은 바로 그 장면을 보여준다아직 출발선도 정해지지 않았는데, 여러 도시가 먼저 줄을 잡고 당기고 있는 모습이다.

이 말의 이름은 과천 경마장이다소속된 직원들의 입장과 같다.  소속된 직원들도 저마다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 출퇴근하기 어려운 거리, 계약직인 자신의 입장 등등 현장에 가서 사정을 들으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

이런 이유를 뒤로 하고, 왜 이렇게까지 달려드는지 이유는 어렵지 않다과천 경마장은 연간 약 500억원의 세수를 안겨주는 시설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방문객이 만들어내는 상권 효과와 지역경제 파급력까지 더하면,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쉽게 놓치고 싶지 않은 대상이다.

그래서 저마다 말한다. 지역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도시에 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듣기에는 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 장면을 가만히 보면, 먼저 드는 생각이 있다. 너무 이르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도 분명하게 나온 것이 없다. 정말 이전이 이뤄질지, 어디가 대상지가 될지, 어떤 기준으로 결정할지 뚜렷하게 정리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벌써부터 여러 도시가 경쟁하듯 나선다. 속된 말로 하면, 떡 줄 사람은 아직 가만히 있는데 김칫국부터 먼저 마시는 모습에 가깝다.

더 묘한 대목은 따로 있다.

과천은 지키려 하고 있다. 신계용 과천시장은 경마장을 다른 곳으로 넘길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럴 만도 하다. 경마장은 과천에 적지 않은 세수와 경제 효과를 안겨주는 시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른 도시들은 그 사정을 알면서도 우리 지역으로 오라고 손을 뻗는다.

여기서 만평은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같은 지방자치단체장끼리 최소한의 의리와 예의는 없는 것인가정치와 행정의 세계가 냉정하다는 건 누구나 안다.

지역 이익 앞에서는 경쟁도 있을 수 있다하지만 상대 도시가 분명히 반대 뜻을 밝히고 있는데도, 마치 남의 집 물건을 먼저 찜하듯 달려드는 모습은 썩 보기 좋지 않다.

게다가 이 경쟁은 구조적으로도 이상하다경마장이 정말 옮겨간다고 해도, 갈 곳은 결국 한 곳뿐이다.

한 도시만 웃게 되고, 나머지 도시는 모두 빈손이 된다그렇다면 지금 이렇게 앞다퉈 손을 드는 다른 도시들은 결국 무엇을 얻게 되는가.

혹시 실질적인 유치 가능성보다 우리도 유치전에 뛰어들었다는 장면 자체가 더 중요한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그래서 이 줄다리기에는 다른 그림자도 겹쳐 보인다.

다가오는 6·3 지방선거다.

대형 시설 유치는 언제나 정치적으로 매력적인 소재다우리 지역에 큰 사업을 가져오겠다는 말은 주민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실제로 성사되느냐와 별개로, 유치에 나섰다는 사실만으로도 정치적 치적처럼 포장되기 쉽다.

이쯤 되면 이런 의심도 가능하다지금 벌어지는 줄다리기가 정말 도시의 미래를 위한 경쟁인지아니면 선거를 앞두고 존재감을 키우려는 몸짓은 아닌지.

만평 속에 있는 말은 가운데서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다.

누구는 발전을 말하고, 누구는 경제를 말하고, 누구는 미래를 말한다하지만 말의 입장에서 보면 모두가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고 있을 뿐이다그래서 이 그림은 단순히 경마장 이전 문제만 말하지 않는다.

아직 정해진 것도 많지 않은 일을 두고, 정치가 얼마나 빨리 움직이는지지역의 이해관계가 얼마나 먼저 달려드는지그리고 그 과정에서 품위와 순서가 얼마나 쉽게 밀려나는지를 보여준다.

말은 아직 출발하지 않았다그런데 사람들은 벌써 뛰고 있다정작 움직이지 않는 것은 경마장이 아니라조금 더 지켜보고 차분히 따져봐야 할 상식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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