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이전하면 우리는 끝”…반대 현수막 곳곳 과천경마공원 가보니

​​​​​​​직원·협력업체 “생계 걸린 문제” 7일 중앙공원 시민총궐기 예고 "유치 희망 자치단체선 올해 6·3 지방선거와 맞물린 훌륭한 공약"

6일 금요일 오후 2시20분께 찾은 과천경마공원. 경마공원 입구와 담장 곳곳에는 이전 반대를 주장하는 현수막이 줄지어 걸려 있다. (사진=김상현 기자)

[중앙신문=김상현 기자] 6일 금요일 오후 220분께 찾은 과천경마공원. 이날 오후 기온이 뚝 떨어지며 바람까지 불어 체감 온도는 겨울처럼 차가웠다. 금요일이라 경마가 열리는 날이었지만 분위기는 주말과 확연히 달랐다. 경마는 일주일에 금··일 열린다. 관람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붐비는 모습은 아니었다. 주말이면 차량으로 가득 차는 주차장도 이날은 한쪽이 비어 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경마장 안팎 분위기는 한산함과는 다른 긴장감이 감돌았다. 경마공원 입구와 담장 곳곳에는 이전 반대를 주장하는 현수막이 줄지어 걸려 있었다.

노동자와 합의 없는 경마공원 이전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 “근무자의 생존권 위협하는 강제 이전 결사반대.” “개발 핑계로 사람 버리나.” 등등 붉은 글씨로 적힌 문구들이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눈에 더 또렷하게 들어왔다.

건물 외벽에는 과천경마공원 이전 반대, 지금 막지 못하면 경마는 사라집니다라는 대형 현수막도 걸려 있었다.

6일 금요일 오후 2시20분께 경마공원 입구와 담장 곳곳에는 이전 반대를 주장하는 현수막이 줄지어 걸려 있다. (사진=김상현 기자)
7일 오후 과천 중앙공원에서 열릴 예정인 ‘경마공원 이전 반대 2차 시민 총궐기 대회’를 알리는 현수막. (사진=김상현 기자)

경마공원 주변뿐 아니라 과천 시내 곳곳에도 비슷한 반대 문구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특히 7일 오후 과천 중앙공원에서 열릴 예정인 경마공원 이전 반대 2차 시민 총궐기 대회를 알리는 현수막도 눈에 띄었다. 공원에서 과천 중앙공원 사이 길가에서만 약 20여개 가까이 걸린 것으로 보였다.

과천경마공원 이전 문제는 최근 정부의 수도권 주택 공급 정책과 맞물리며 지역 사회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정부는 경마공원 부지와 인근 방첩사 부지를 개발해 약 9800가구 규모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게 바로 정부의 1·29 주택 공급 대책이다.

경마공원에서 만난 직원들의 반응은 대부분 이전 반대였다. “혹시 이전에 반대하시는 건가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한 직원은 망설임 없이 라고 답했다. 그 당연할 걸 왜 묻냐? 는 느낌도 들 정도였다. 짧은 대답이었지만 목소리에는 단호함이 묻어났다.

또 다른 직원도 고개를 저었다. “아이 그럼요. 반대하고 말고요. 이전하면 일을 그만둬야죠. 어디가 됐든 이전하게 되면 멀어서 갈 수가 없잖아요. 나이도 있고이전하면 저는 이제 끝이에요.”

협력업체 직원이라는 한 중년 남성도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협력업체 직원이라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저도 이전에는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주거지가 과천 인근이라 지금은 출퇴근이 가능하지만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면 그곳까지는 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는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지역에 정착해 생활하는 사람들도 많다경마공원이 이전하면 생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경마장 입구에서 사진을 찍던 중 경마장을 찾은 것으로 보이는 한 방문객이 지나가며 혼잣말처럼 말했다. “, 이제 경마공원도 끝이네.” 기자는 그 의미를 묻지 못했지만 말투에는 아쉬움인지 체념인지 모를 묘한 감정이 섞여 있었다.

과천경마공원 이전 문제는 최근 정부의 수도권 주택 공급 정책과 맞물리며 지역 사회의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경마공원 부지 개발 논의가 나오면서 이전 가능성이 거론됐고 이에 대한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과천시는 경마공원이 지역 경제와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이전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경마공원에서 발생하는 세수는 연간 500억원 규모로 알려져 있어 이전 시 지역 재정과 상권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이전 가능성이 거론되자 화성시와 파주시, 양주시, 동두천시, 의정부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유치 의사를 밝히며 경쟁에 나서는 분위기다. 전담팀을 만들어 유치 TF를 꾸린 곳도 있다. 공개적으로 유치는 우리 시로 하는 자치단체도 생겨나고 있다.

경마공원 이전 문제가 지역 개발과 일자리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내년 6·3 지방선거와 맞물리며 논쟁은 더욱 거세지는 양상이다. 훌륭한 공약사항이 되는 모양새다.

찬 바람이 불던 이날 오후, 경마공원 담장에 걸린 수십 개의 반대 현수막은 이 논란이 단순한 시설 이전을 넘어 지역 경제와 노동자 생계, 정치 이슈까지 얽힌 갈등으로 번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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