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박사의 생활의 발견] 혼자여도 외롭지 않은 삶

문재익 전 강남대 교수(문학박사)
문학박사 문재익(칼럼니스트)

혼자 산다는 것, 어떤 이들에게는 외로움과 고독, 심지어는 비참(悲慘:더 할 수 없이 슬프고 끔찍함)함으로까지 받아들여지고, 다른 이들에게는 자유와 해방, 그리고 심지어는 로망(실현하고 싶은 소망이나 이상)으로까지도 받아들일 것이다. 인간이 홀로 사는 것을 가엾이 여긴 하느님은 아담의 갈비뼈로 여자인 하와(이브)를 만들어 뼈 중에 살이로다.’라고 성서 창세기에 쓰여 있다. 그러나 요즘 세태는 홀로 사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로, 싱글라이프(single-life), 혼라이프는 트렌드(trend:추세, 경향)이자 각자의 선택이 되었다. 2024년 통계청 추계(推計:추정해서 계산함) 2,200여만 가구기준 1인가구수는 804만여 가구이고 고령자들로만 구성되어 있는 가구 수는 400만여 가구이며, 이 중 229만여 명이 나 홀로 가구라고 한다. 젊은이들의 비혼(非婚) 주의나 직장문제 등 일부 어쩔 수 없는 다양한 이유로 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흔한 사회가 되었다. 홀로 산다는 것은 젊은이들에게도 해당되지만, 대체로 노인들의 삶으로, 문자 그대로 독거노인(獨居老人)의 관점(觀點)에서 보아야 하겠다. ‘혼자 살아간다.’는 의미에서 떠오르는 단어는 외로움(쓸쓸한 마음이나 느낌), 서글픔(쓸쓸하고 외로운 감정), 비감(悲感:슬픈 느낌), 공허함(아무것도 없이 텅 빔), 우울함(근심스럽거나 답답하여 활기가 없음, 의욕이 없고 만사가 귀찮음) 그리고 고독이다. 그래서 그런지 세상인심(人心:남의 딱한 사정을 헤아려 알아주고 도와주려는 마음), 개인적인 관점(觀點)이라는 것을 전제(前提), 남자가 혼자 살면, 주변사람들이 측은하게 바라보고는 무언가 마음을 써주고, 직접 도와 주려하며, 먹을 것도 가져다주곤 한다. 그러나 여자가 혼자 살면, 여자는 강인함이 있다는 판단에서 그런지 측은하게 바라보지는 않는 것 같다.

외로움과 고독이란, 그리고 차이는? 외로움의 사전적 정의는 홀로 되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의 의미이고 유의어는 고독(孤獨:쓸쓸하고 외로움), 고독감, 적막(寂寞:쓸쓸하고 고요함), 고혈(孤孑:혼자가 되어 쓸쓸함), 경독(煢獨:아무도 의지할 곳이 없는 외로움)이다. 사람은 누구나 혼자 있는 순간을 경험한다. 그러나 그 순간이 어떤 사람에게는 외로움으로 다가오고, 다른 사람에게는 고독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보통 구분 없이 같은 의미로 보지만, 실제로는 서로 다른 무게를 지니고 있다. 외로움은 타인의 부재(不在)에서 오는 결핍으로 허전함과 서글픔이 밀려오기도 하지만, 고독은 스스로를 만나는 통로(通路)’가 되는 것이다. 어떤 이에게는 혼자만의 시간이 두렵지만, 다른 이에게는 그 시간이 충만(充滿:가득하게 차 있음)하기까지 한 법이다. 외로움과 고독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삶의 질(:사물의 근본을 이루는 성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키(key:열쇠, 실마리)가 되는 것이다. 특히 홀로 사는 이에게 있어서는 다른 어떤 것과도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삶에 의미가 크다 하겠다. 홀로 사는 이들이여! ‘외로움을 벗어던지고 나만의 고독을 즐겨라. 고독도 관리만 잘하면 가까운 친구가 된다.’는 것을 결코 잊지 마라.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고독이란? 수필가 이양하가 쓴 나무에서 나무는 자신에게 주어진 어떤 상황에서도 불만을 나타내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현재의 위치를 지키며 즐길 뿐이다. 특히 새와 달과 바람이라는 친구들이 있지만, 나무는 본질적으로 고독하다. 그러나 나무는 고독하다고 해서 그것을 슬퍼하거나 결코 탄식(歎息) 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무는 사계절 내내, 그리고 밤낮으로 변함없이 곁을 떠나지 않는 고독을 잘 알고 있기에 어느 것보다도 고독을 잘 견뎌내며, 그 고독을 즐기며, 함께 한다.’고 말한다. 우리네 인생은 고독감과 무력감 그리고 허무감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살아가면서 이 같은 것들을 극복하려는 인간의 행위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독일의 실존철학자 하이데거는, ‘이런 고독감, 무력감(無力感), 그리고 허무감(虛無感)을 극복할 수 있는 잠재적인 능력이 우리 모두 갖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그런 부정적 감정들은 시적감성(詩的感性)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경이(驚異:놀랍고 신기하게 여김)라는 기분에 사로 잡혀 세상을 바라보면 세상은 더 이상 우리를 위협하는 낯선 곳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세상의 신비(神秘)를 경험하며 그 속에서 평온한 기쁨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시적감성을 통해 세상과 하나가 될 때 우리는 고독감과 무력감을 극복할 수 있다. 그리고 경이라는 기분 속에서 보는 세상은 의외로 충만한 곳이기에 허무감 역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여기서 말하는 시적감성이란? ()를 통해 드러나는 감정, 상상력, 언어적 아름다움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한 사실 전달을 넘어, 작가들이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共感)과 상상(想像), 그리고 무엇보다도 감정의 울림을 주는 문학의 핵심적 특징이다. 시적감성의 주요 특징으로는, 감정의 섬세한 표현(일상적이거나 평범한 경험도 시적으로 변형 다양한 감정으로 섬세하게 드러냄), 상상력과 상징성(사물도 상징적으로 표현하거나 비유나 은유 등 언어적 장치를 통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함), 언어의 아름다움과 리듬(반복, 운율, 이미지 등 언어적 요소의 조화로 완성)이 있다.

독일의 시인 릴케는 사람은 고독하다. 사람은 착하지 못하고, 굳세지 못하고, 지혜롭지 못하며 여기저기서 비참한 모습을 보인다. 비참함과 부조리(不條理)가 아무리 크더라도, 그리고 그것이 사람의 운명이다 할지라도 우리는 고독을 이기면서 새로운 길을 찾아 앞으로 나갈 결의(決意:뜻을 정하여 굳게 마음을 먹음)를 갖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말한다. 우리나라 수필가이신 고령(高齡:나이 많음)의 김형석 교수님이 쓰신 고독이라는 병에서, “고독이라는 병은 누구나 갖은듯하다. 고독이라는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사랑이 필요하다. 인간적인 사랑을 뛰어넘어 신()의 사랑이 더욱 간절히 필요한 병이 고독이다.”라고 말씀하신다. 덧붙여 고독을 아는 사람이 사랑을 안다. 고독하다는 것은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다. 혼자 힘겹게 살아가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을 쏟아붓는 것과 같다. 삶이 향기 나게 해야 하고 살아갈 이유를 만들어 내야 한다. ‘사랑을 하면 모든 움직임이 아름다워진다.’ 고독하지 않기 위해 내 사랑이 걸어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고독감이 일련(一連:하나로 이어짐)무력감허무감비애감좌절감자포자기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져 생()을 마감할 수도 있다. 특히 노년의 고독은 처절하고도 위험하다. 어떤 이는 노년의 고독은 다단계 사기보다 더 위험하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1년 이상 만성적(慢性的)으로 외로움이나 심한 고독감을 느끼면 우울증에 걸릴 위험성이 커진다.’고 한다. 우울증의 시작 단계는 불면증(不眠症), 다음 단계는 거식증(拒食症)으로, 더 심화(深化)되게 되면 그 또한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질 개연성(蓋然性)이 높은 것이다. 외로움이나 고독이 시작점이 되어 일련의 과정들이 전개되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시적감성으로 모든 생명을 존중하고, 모든 사물들을 경이롭게 보며, ()에 대한 사랑[여기서 말하는 것은 종교생활이 아닌 믿음이 충만한 신앙생활]을 하거나, 누군가와 열렬하고도 아낌없는 사랑으로 고독을 이겨내는 것이 오늘날 혼자 사는 이들의 삶의 지혜가 되어야 한다.’ , 노년에 새로운 이성과 사랑을 찾아 헤매거나 나눈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자칫 후회와 감당(堪當) 하기 어려운 무거운 짐을 지게 될 수도 있다. 노년은 이성과의 사랑보다는 마음의 평온함이 우선이다. 노년의 이성은 고압선과도 같이 위험천만하다.

!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혼자여도 외롭지 않은 삶은 어떤 것인가?

우선먼저 유비무환(有備無患)사전대비이다. 적어도 10년 전부터는 주도면밀(周到綿密)한 계획과 준비가 필요하다. 혼자여도 외롭지 않게 살아가려면 경제적·육체적·정신적 구체적 요건(要件:필요한 조건)들로, ‘, 건강, 인간관계, 섭생과 운동, 취미, 안전, 마음가짐 등이다. 이들 중 하나라도 무너지면 다른 것들이 다 갖추어졌다고 해도 균형은 깨지게 되는 것이다. 하나씩 짚어보자면, 첫째는 남에게 손 벌리지 않을 정도 경제적 독립이 기본조건으로, 젊었을 때부터 절약과 저축이 생활화되어야 한다. 둘째는 건강으로, 젊었을 때부터 절제된 삶이 필수이며, 건강검진이나 예방접종 가까운 동네병원 의사가 내 주치의가 되어야 한다. 셋째는 가족과의 관계, 사랑과 우정은 누구와 어느 선까지 유지할 것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 넷째는 자신의 체질과 제철에 맞는 섭생과 운동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다섯째는, 취미는 정신과 육체, 둘 다 좋을 뿐만 아니라 평소 해오던 것과 새로운 것에 대한 조화를 이루도록 한다. 여섯째는, 집 안팎에서 안전에 만전을 기할 뿐만 아니라 위급할 때를 대비해 연락망을 구축해 두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으로,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고 무너지면, 모든 것이 다 무너지게 된다. ‘평온함과 편안함도 습관에서 오고, 무엇보다도 욕심과 삶의 속도를 줄이면 여유가 생기는 법이다.

다음으로 혼자 살아도 외롭지 않고 즐겁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라이프스타일을 하나씩 짚어보자. 첫째, 규칙적인 일상의 루틴(routine)을 정하는 것이다. 아침루틴(기상, 스트레칭, 배변시간, 아침식사, 명상 등), 오후루틴(점심식사, 집 안팎 청소나 일, 운동, 오침, 취미활동 등), 저녁루틴(가벼운 저녁식사, 독서나 글쓰기, 음악 감상이나 노래 부르기, 취침시간 등) 일정한 시간을 정해 매일 규칙적으로 반복한다. 체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루틴이고, 특히 꾸준함이 노후(老後)를 지킨다. 둘째, 혼자만의 시간을 자기 계발(自己啓發)의 기회로 바꾸는 마인드[독서(관심 있는 장르나 신문, 전문잡지 등), 온라인 강의(새로운 기술이나 전문 분야), 언어 학습, 인터넷서핑 등]. 셋째, 사회적 인간관계 유지하기(매일 아침 안부 톡 보내기, 안부 전화하기, 오프라인 만남)인간관계를 유지할 사람들만을 선별(選別) 해야 한다. 넷째, 규칙적인 운동과 제철 음식으로 건강관리 다섯째, 취미활동이나 동호회 참여(취미 하나가 하루를 채운다) 다섯째, 혼자서 즐겁고 상쾌하며 쾌적하고 편안한 주거 공간 만들기(공간이 마음을 만든다) 여섯째, 명상과 기도하기 그리고 글로 생각을 정리하기 마지막으로, 여행하기(혼자 떠나는 여행이야말로 진정한 나를 발견할 수 있다)이다.

끝으로 혼자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나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를 북돋아 줄 수 있는 명언들을 인용하는 것으로, 글을 맺으려 한다. ‘혼자 잘 살면 된다.’ 독일철학자 쇼펜하우어의 말로, 외로움에 좌우되지 말고 스스로를 돌보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힘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말이고, “혼자 산다는 것은 싱글이나 독신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삶 속에서 고유한 자신만의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뜻이다.” 영국의 기자출신 여류(女流) 작가 사라 밴 브레스낙의 말로, ‘인생은 여러 관계 속에서 살아가지만, 인생은 결국 혼자 떠나는 여행이므로, 누구를 위해 살기보다는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자신의 삶을 찾으라.’는 말 같으며, ‘혼자 있다는 것은 외로운 일이 아니다. 진정으로 혼자 있을 수 있는 사람이 진정으로 함께 있을 수 있다.’ 법정 스님의 말씀으로.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진정한 자신을 만날 뿐만 아니라, 오히려 타인과의 관계도 깊어질 수 있다.’는 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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