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박사의 생활의 발견] 인간미와 후덕함

문재익 전 강남대 교수(문학박사)
문학박사 문재익(칼럼니스트)

한 가정(家庭)을 이루기 위해서는 남자인 남편과 여자인 아내가 있어야 하는데, 아내의 성품(性品)이 한 가족, 나아가 집안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 경우라도 이루 말할 수 없이 크고 중요하다. 구체적 성품으로 인간미 있고 알뜰해야 하며, 후덕하고 이해심 많으며, 지혜롭고 슬기로워야 한다.’ 이들 중 인간미와 후덕함은 상호적(相互的)이고 호혜적(互惠的)이다. 한 마디로 인간미 있으면 후덕하고 후덕하면 인간미 있다는 말이다. 특히 세월이 흘러 남자의 노년에 행·불행의 결정적 요인(要因)은 다른 것은 다 제쳐두고라도, 아내의 인간미와 후덕함인데, 이 둘을 파헤쳐 미혼남자들이 정혼자(定婚者)를 결정하는데 참고가 되게 하고자 하는 것이, 이 글의 취지(趣旨)이다.

인간미(人間美)? 사전적 정의는 인간다운 따뜻한 맛이고, ‘고려대 한국어 대사전에서는 어떤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친밀하고 정다운 인정(人情)의 느낌이라고 하며, 유의어는 훈기(薰氣:훈훈한 기운, 훈김, 훈짐은 비표준어)이고 반의어는 비정(非情:사람으로서의 따뜻한 정이나 인간미가 없음, 나무나 돌 따위와 같이 감각이 없는 것, 몰인정유정)이다. 인간미와 결()이 비슷한 인정(人情)이란? ‘사람이 본디 가지고 있는 감정이나 심정, 남을 동정하는 마음씨, 세상 사람의 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동사는 인정 있다이고 반대개념은 인정(사정) 없다, 매몰차다, 쌀쌀맞다이다. 흔히 말하는 사자성어 측은지심(惻隱之心)은 사단[四端:맹자의 성선설을 이해하는 핵심인 인의예지(仁義禮智)로 사람의 본성에서 우러나오는 네 가지 마음씨 중 인(:남을 사랑하고 어질게 행동하는 일)에서 우러나오는 것]의 하나인데 사람의 본성(本性:본디 성질, 천성)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씨, ‘다른 사람의 불행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다.

인간미가 타인을 배려하고 위로도 하는 따뜻함을 의미한다면, 반대개념에는 인간추(:추할 추)가 있는데, 이는 인간의 추한 면을 집단으로 혐오하는 말들의 신조어(新造語), 맘충[엄마+벌레의 의미로, 공공장소에서 예의 없이 행동하거나 아이를 방치해 타인이나 주변사람들에게 불편을 주는 일부 엄마들을 비하(卑下)하는 표현], 틀딱[틀니(의치)를 딱딱거리는 사람을 줄여 말하는 것으로, ‘기성세대와 대화할 때 통하지 않아서 곤란하다는 표현], 영포티(젊게 보이는 40대라는 의미로, 오늘날 아재 같지 않은 아재라는 조롱의 표현), 개돼지론(국민을 동물인 개, 돼지에 비유해 하대하거나, 사회적 약자나 특정계층을 무시·비판하는 표현으로, 주로 정치권이나 사회 지도층에서 국민의 의사를 무시하거나, 계층 갈등을 조장하는 맥락에서 비판적으로 등장), 국개의원(본분을 다 하지 않는 국회의원의 멸칭) , 인간의 특징적 행태를 멸시(蔑視:깔봄)하는 용어들이 있다. 이런 현상을 휴리스틱(heuristic:‘찾아내다, 발견하다의미의 그리스말에서 유래)이 작동한다고 하는데, 이는 주관적 상식과 오해, 편견의 다른 이름으로, 대표적인 예()가 코미디 프로의 코너들에서 볼 수 있다. 공동체 연대감이 강했던 지난 과거에는 작은 실수나 결함을 덮어주는 것이 인간미였다면, 오늘날과 같은 경쟁이 심하고 개인단위의 성과가 강조되는 사회에서는 실수를 감싸주는 대신, 드러내고 단죄(斷罪)하는 분위기가 팽배(澎湃)하다. 구체적인 예()가 과거에는 인간미라는 말로 덮었을 사소하고 하찮은 허물도 일상화되어있는 온라인상에서는 인간추로 명명(命名)되어 확산되기도 한다.

꽃에 꿀이 없다면 벌이 찾아와 머무르지 아니하듯, 사람에게 따뜻한 인간미가 없다면 누구도 그 사람 곁에 다가오거나 머물지 않는다. 꽃에 향기가 없다면 나비가 날아와 머무르지 않듯, 사람에게 사랑이 없다면 그 사람에게 다가와 오래 머무르는 사람은 없다. 꽃이 시들면 벌과 나비도 떠나가듯, 사람이 인간미 없고 사랑이 메말라 가거나 메마르면, 사람들도 하나둘씩 멀어져 가고 떠난다. 꽃이 자신을 위해 꿀을 만들고 향기를 내지 않듯, 우리 인간은 서로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며, 세상은 함께 더불어 사는 것이다. 나의 온기(溫氣)가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버팀목이 되기도 하며, 누군가의 미소와 웃음이 다른 이의 하루를 밝혀주기도 하며, 피로를 풀어주기도 하는 것이다. 차를 놓치면 기다렸다가 다음 차를 타면 되지만, 소중한 사람을 한번 놓치게 되면, 다시 만나기 쉽지 않거나 영영 떠나버리고 마는 법이다. 좋은 사람은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되고, 따뜻한 마음은 따뜻한 인연을 맺게 되는 법이다. 인연의 소중함, 무엇과 바꾸리? 가족, 연인, 친구, 동료 그 밖의 내 주변 사람들 모두가 해당된다.

인간미()의 구체적 실례(實例)로는? 억수로 쏟아져 내리는 장맛비에 미처 준비하지 못해 어쩔 줄 모르는 사람에게 다가가 우산을 씌어주는 일, 앞서가는 사람이 뒷사람을 위해 문을 열고 나오다 닫기 전에 잠시 잡아주고 기다려 주는 일, 엘리베이터에 달려오는 사람()을 위해 열림 버튼을 누르고 기다려 주는 일, 박스를 가득 싫고 힘겹게 오르막길을 오르고 계시는 할머니나 할아버지의 리어카를 뒤에서 밀어주는 일, 요즘은 대학에서 휴대폰 앱으로 자동 출석체크가 되어 출석 부를 기회가 거의 없어, 담당교수가 수강생들 이름 알고 있기가 쉽지 않지만, 일일이 학생들의 이름을 기억했다가 어떤 학생을 호명(呼名)할 경우 이름으로 부를 때, 학생이 운동화 끈이 풀려있는지를 모르고 걸어갈 때, 서게 해 구부리고 직접 풀린 끈을 매어 주는 일 등이다. 그렇다면 인간추()? 필설(筆舌:글과 말)로 차마 다 나열할 수 없을 만큼 일상에서 수많은 실례들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흔히 주관적·객관적으로 싹수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언행(言行)들 대부분은 인간추로 보아도 큰 무리가 없을 듯싶다.

후덕(厚德)함이란? ‘후덕한 여자상의 대표적 표현이 우리가 종종 말하는 큰며느리, 맏며느릿감으로, 여성 명사화()된 것이다. 후덕의 사전적 정의는 (:인간으로서 도리를 행하려는 어질고 올바른 마음이나 훌륭한 인격’)이 후(:두터울 후), 또는 그런 덕의 의미이고, ‘고려대 한국어 사전에서는 어질고 덕이 많음, 또는 그런 덕이라고 정의하며, 활용은 후덕하다이고 유의어는 관후(寬厚:마음이 너그럽고 후덕함)하다, 온후(溫厚:부드럽고 후덕)하다, 너그럽다, 덕성(德性:어질고 너그러운 성질)스럽다가 있고, 후덕의 반의어는 과덕(寡德:덕이 적음), 박덕(薄德:심덕이 두텁지 못하거나 덕행이 적음), 비덕(菲德:덕이 박함), 부덕(不德:덕이 없거나 부족함), 앙덕(얕은 심덕, 덕이 적음)이 있다. 지금까지 후덕이라는 말의 의미를 파악한 것들로는, ‘어질고 너그러운이라는 말인데, 우리말로 온유(溫柔:성질이 온화하고 부드러움)하며 아량이 넓고, 관대(寬大)하고 넉넉한 성질이 가장 가까이 다가오는 표현인 듯싶고, 반대개념이 모질고(마음씨가 몹시 매섭고 독함) 인색(吝嗇:지나치게 박함)하며 야박[野薄:야멸(남의 사정을 돌볼 마음이 없음) 차고 인정 없음]하다이고, ()되게는 피도 눈물도 없다라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사자성어에 심은후덕(心恩厚德)깊은 은혜와 두터운 덕이라는 의미로, ‘백성을 위하는 임금의 마음가짐을 비유적으로 말하는 것이고, 후덕군자(厚德君子)덕이 후하고 점잖은 사람을 의미하며, 후덕재물(厚德載物)이란 '덕을 두텁게 하여 만물을 포용한다'라는 의미로, 중국의 고서(古書)중 하나인 주역(周易:역경)에 나오는 구절(句節), 자강불식(自强不息:스스로 힘써 몸과 마음을 가다듬어 쉬지 않음)과 함께 자주 쓰이는 말로, ‘자강불식 후덕재물(自强不息 厚德載物)’이란, ‘스스로 쉼 없이 노력하여 강해지고 덕을 두텁게 쌓아야 비로소 재물을 실을 수 있다는 의미로, 중국 칭화대학의 교훈(校訓:교육이념)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부와 성공은 꾸준한 노력과 후덕한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시경[詩經:공자님이 편찬하신 중국 최고(最古)시집]에 나오는, ‘온온공인(溫溫恭人) 유덕지기(維德之基) 차지위야(此之謂也)’온유함과 후덕함은 도덕의 근본이자 기초이다라는 의미이다.

그 밖의 실생활에서 귀감(龜鑑:거울삼아 본받을 만한 것)이 될 만한, 덕행(德行)의 명구(名句:뛰어나게 잘 지은 글귀, 유명한 글귀)들로는, 부윤옥 덕윤신(富潤屋 德潤身:부는 집안을 풍요롭게 하고, 덕은 스스로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 회덕유녕(懷德維寧:덕이 있는 사람은 만사를 편안하게 한다)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덕 있는 사람은 외롭지 않으니 반드시 마음 나누는 이 있다), 명덕유형(明德惟馨:밝은 덕은 항상 향기로운 것이다), 복이덕초(福以德招:행복은 그 사람의 덕행으로 얻어지는 것이다), 유덕가중 화기만(有德家中 和氣滿:덕이 있는 집안에는 항상 화기가 가득하다), 재덕불재험(在德不在險:덕이 있으면 위험한 일이 없다), 유덕불가적(有德不可敵:덕이 있는 자에겐 대적할 적이 없다) 중덕화돈(中德和敦:큰 덕은 사람을 더욱 화목하게 하고 돈독하게 한다), 처세덕위본(處世德爲本:덕행으로서 처세의 근본을 삼아라) 등 덕에 관한 명구(名句)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울림을 주고, 귀감(龜鑑)이 될 만한 말 중 으뜸으로는, 후덕자류광(厚德子流光:덕이 두터운 사람은 자손의 영화를 누린다)과 적공루덕(積功累德:공을 쌓아야 덕이 쌓인다)일 것이다.

명사들의 명언들 중 대표적으로, ‘우리는 얻는 것으로 생계를 꾸리지만, 주는 것으로 인생을 만든다.’ 영국 수상이었던 윈스턴 처칠의 말로 후덕한 삶을 살아야 인생이 풍요롭다는 말이고, ‘남을 돕는 사람 중에 쓸모없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영국 문학의 거장(巨匠:대가) 찰스 디킨스의 말로, ‘후덕한 마음으로 남을 돕는 행위를 강조한 말이며, ‘미래에 대한 진정한 관대함은 현재의 모든 것을 바치는 데 있다는 프랑스 철학자, 작가 카뮈의 말로, ‘현재의 삶에 충실하고 관대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진정한 후덕함이다는 말인 것 같다. 지금까지 언급(言及)한 한자 성구(成句:글귀를 이룸)들과 명사들의 명언들만으로도 더 이상 다른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후덕함의 정의, 설명은 충분한 것 같다.

끝으로 무릇(대체로 헤아려 생각하건대), 인생 연륜(年輪)을 갖고 주변사람들을 오랜 세월 지켜보아온 사람의 견지(見地:입장)에서 정혼자(定婚者)를 결정하려는 미혼남성들에게 조언(助言)과 그에 대한 구체적 이유를 설명하는 것으로, 글을 맺으려 한다. ‘인간미, 인정 없고, 후덕하지 못한 사람과는 스치거나 얼마동안 머무는 정도는 몰라도, 평생인연은 가능한 한 맺지 마라.’ 대체로 인간미, 인정과 후덕함은 유전인자다. 인간미 없고 덕이 없는 사람들은 부모, 형제자매들도 거의 비슷하다. 인간미, 인정 그리고 후덕함이 있고, 없고는, ‘집안 내림이고 집안 분위기로, 보고 배워 습관이 되어 인성(人性:사람의 성품)으로 굳어지게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후천적으로 개선되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말이다. 노년에 금슬(琴瑟) 좋은 부부들을 보면, 대체로 아내가 인간미 있고, 특히 후덕한 경우이다. 젊은 날 사랑이 식지 않은 경우는 그렇지 않아 모르고 지내도, 삶이나 세월의 무게에 짓눌려 부부간 사랑이 퇴색되거나 식게 되면, 특히 현업에서 (정년)퇴임 이후 다른 사람들에게 그래왔듯이, 남편에게도 거의 인간미, 인정 없고 박덕(薄德)하게 대()한다.’는 것을 유념(留念) 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우려(憂慮:근심하거나 걱정함) 하지 않아도 될 것은, 자식들이다. 왜냐하면 모성애(母性愛)’가 우선 발동(發動:동력을 일으킴)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자식들에게는 남편 대하듯 그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런 부류(部類)의 사람들이 자식들은 더 끔찍한(정성이나 성의가 대단하고 극진한) 법이다. 이 모든 것들을 잘 참작(參酌)하기를 당부(當付) 드리며, 대미(大尾)를 장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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