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박사의 생활의 발견] 여유와 절박함

문재익 전 강남대 교수(문학박사)
문학박사 문재익(칼럼니스트)

여유(餘裕)의 사전적 정의는 물질적, 공간적, 시간적으로 넉넉하여 남음이 있는 상태느긋하고 차분하게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마음의 상태, 또는 대범(大汎:사소한 것에 얽매이지 않고 너그러움)하고 너그럽게 일을 처리하는 마음의 상태를 의미하며, 유의어는 경황(景況:정신적, 시간적 여유나 형편), 시간, 여백(餘白:남은 빈자리)’이고 반의어는 조바심, 절박함, 빽빽함, 갑갑함등이다. 동사형은 여유롭다, 여유를 보이다, 여유가 넘치다이고 유의어는 너그럽다, 느긋하다, 한가롭다등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성어(成語:말을 이룸), ‘여유만만(餘裕滿滿)’사람의 성품이나 언행이 아주 침착하고 느긋함을 의미한다. 여유에 대한 속담으로, ‘내 코가 석자내 사정이 급하고 어려워서 남을 돌볼 여유가 없음, ‘부지런한 이는 앓을 틈도 없다일에 열중하면 좀처럼 시간적 여유가 없음, ‘쫓겨 가다 경치 보랴절박한 경우를 당하여 딴생각할 여유가 없음을 비유적(比喩的)으로 말하는 것이다.

예전(오래된 지난날)이나 오늘날 실생활에서 여유라는 말은 흔하게, 자주 사용되어지므로 명사들의 명언들도 많이 존재해 내려온 것 같다. ‘자연은 언제나 여유롭고 서두르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 것을 완수(完遂)한다.’ 중국 고대 사상가 노자의 말이고, ‘삶을 즐겨라. 여유를 갖고 온전히 즐겨라. 삶에 유머를 더 할수록 우리는 더 잘 산다.’ 미국의 심리학자 밀턴 에릭슨의 말이며, ‘젊음을 바쳐 얻을 것은 없다. 젊음을 무언가에 바치지 마라. 젊은 날을 잃는 것은 모든 날을 잃는 것이다. 진심으로 신신 당부한다. 여유를 갖고 느긋 하라.’ 미국의 영화배우이자 감독 벤 스틸러의 말이다. 또한 만약 당신이 여유와 기다림을 안다면, 당신 내면에 있는 모든 질문에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문학가 윌리엄 버로스의 말이고, ‘삶에는 속도를 높이는 것보다 여유를 갖고 해야 할 중요한 것들이 많다.’ 인도의 정치가 마하트마 간디의 말이며, ‘여유로움, 한가로움이란 아무것도 할 일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는 의미이다.’ 미국의 문학평론가 플로이드 델의 말이다.

그 외 수많은 명언들이 있지만 가장 울림을 주는 것들로는, “여유, 한가로움은 행복의 원천이고, ‘자유를 안겨다 주기도 하며, ‘치유(治癒)’를 가능하게 해 준다.” 프랑스 철학자, 언어학자 장 루이 시아니의 말이고, 특히 중국 명나라 말기 학자 홍자성이 쓴 동양 고전서로 인생의 지혜와 처세, 인격 수양을 다룬 잠언 집채근담에 나오는 글귀는 우리 모두에게 귀감(龜鑑:거울삼아 본받을 만한 것)이 되는 것으로, ‘너무 한가해도 안 되고 바빠도 안 된다.’사람이 지나치게 한가하면 쓸데없는 잡념만 생기고, 너무 바쁘면 자신을 돌볼 여유가 없어 본모습을 잃는다.’는 말로, ‘몸도 마음도 적당히 고생도 하고, 그러면서도 여유를 즐기라는 명언이고, 또한 물방울이 바위를 뚫듯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는 새끼줄도 톱처럼 쓰면, 나무를 자르듯이, 낙수(落水) 물도 한자리에 계속 떨어지면 바위를 뚫는 것처럼 옳은 길을 가고자 하거나 목표하는 일에 가고자 한다면, 끈기 있게 노력할 것을 말하는 것으로, ‘여유와 끈기를 둘 다 잡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의미인 것 같다.

절박(切迫)함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일이나 때가 가까이 닥쳐서 몹시 급함, 인정이 없고 냉정함의 의미이고 동사형이 절박하다, 유의어는 각박(刻薄)하다, 매정하다, 메마르다, 모질다, 간절하다, 급하다가 있다. ()이 비슷한 듯 미묘한 차이가 나는 절실(切實)하다매우 시급하고, 긴요한 상태, 느낌이나 생각이 뼈저리게 강렬한 상태에 있다이고, ‘간절(懇切)하다마음속에 우러나와 바라는 정도가 매우 절실하다는 의미이며, 그리고 심각(深刻)하다상태나 정도가 매우 깊고 중대하다, 또는 절박함이 있다는 의미이다. 또한 핍박(逼迫)’형세가 절박함, 바짝 죄어서 몹시 괴롭게 굶의 의미이고, ‘긴박(緊迫)’몹시 다급하고 절박함의 의미이며, ‘최박(催迫)’형세가 절박함 또는, 일이나 행동을 빨리하도록 재촉함의 의미이다.

절박함에 관한 사자성어는 여러 개가 있는데, 이들은 매우 위태롭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우리가 가장 흔하게 쓰는 것으로 일촉즉발(一觸卽發), 위기일발(危機一髮), 풍전등화(風前燈火), 백척간두(百尺竿頭)가 있고, 그 밖에 명재경각(命在頃刻), 명재조석(命在朝夕), 초미지급(焦眉之急), 누란지위(累卵之危), 조불모석(朝不謀夕), 조불려석(朝不慮夕), 존망지추(存亡之秋), 철부지급(轍鮒之急) 등이 있다. 여기서 우리나라의 현 상황, 특히 경제·외교 면에서 국내·외적으로 가장 시의적절(時宜適切:당시의 사정에 맞음)한 단어가 존망지추(存亡之秋), 존망이 결정되는 아주 절박한 상황으로, 국민의 한 사람, 소시민으로 심히 우려(憂慮)스럽고, 불안하다. 정치권의 조속하고 적절한 대처(對處)가 절실하다.

절박함에 대한 명사들의 명언들 중 가장 울림을 주는 것으로, ‘램프를 만들어낸 것은 어둠이었고, 나침반을 만들어 낸 것은 안개였으며, 탐험하게 만든 것은 배고픔이었다. 그리고 일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기 위해서는 의기소침한 나날들이 필요했다. 이 모든 것들은 절박함에서 얻은 결과물이다.’ 세계적 명작(名作) 장발장, 노틀담의 꼽추, 레미제라블을 쓴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빅토르 위고의 말이고, ‘목표를 달성하려면 모든 유효한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해내고야 말겠다는 절박함, 그것 말고 대안(代案:대신하는 다른 안)은 없다.’ 미국역사상 가장 유명한 장성(將星) 중 한 사람이며, 우리 모두 다 아는,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말이며, ‘성공은 열망, 절박함, , 영감에서 오는 행운이다.’ 미국의 경제학자, 평화주의자, 작가인 스캇 니어링의 말이다.

절박함이 무엇보다는 중요한 것은 절박함이 있어야 꾸준히 할 수 있고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목표를 달성, 이루기 위해서는 절박해야 한다. 그래야 용기도 생기고 꾸준함도 가능한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꾸준함은 곧 절박함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살아야 할 이유를 아는 사람은 어떤 어려움도 견딜 수 있다.’ 독일 철학자 니체의 말이다. ‘절박함은 단순한 감정이 결코 아니라 삶을 움직이는 원동력(原動力:사물의 활동을 일으키는 근원이 되는 힘)’인 것이다. 진리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지나치지만, 삶에서 중요한 한 가지 사실이 있다. ‘열심히 하면 반드시 기회는 찾아오고, 꾸준하게 하면 반드시 변화가 오고, 그리고 절박한 상황에서 간절하면 내 삶은 대변혁(大變革:큰 변화)을 이루게 된다.’ ‘꾸준함은 운명을 바꾼다. 강제로라도 해라.’ 미국 작가 나폴레온 힐의 말이다. ‘성실함과 절박함은 성공적인 삶의 요건(要件:필요한 조건)이다. ‘성실함은 꾸준함과 책임을 의미하며, ‘절박함은 목표를 달성, 성취하기 위한 강한 의지와 행동이다. 이 두 가지 요소가 조화롭게 어우러질 때, 한 개인의 목표는 효율적으로 발전하고, 그리고 달성도 할 수 있는 것이다. 한 마디로 어떤 일의 스타트업(start-up:착수, 개시)의 성공여부(與否), 두 축(:활동이나 회전의 중심)으로, 한 축은 성실함, 정직함, 꾸준함.’ 다른 한 축은 간절함, 절실함, 절박함으로, 둘은 성공이라는 수레를 굴러가게 하는 두 바퀴인 셈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 ‘사흘 굶어 도둑질 안 할 놈이 없다.’라는 말에서 절박함이 행동을 유발(誘發:어떤 일이 원인이 되어 다른 일이 일어남)하는 강력한 동기(動機:직접적인 원인)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절박한 상황은 사람들에게 강력한 문제 해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심어주게 된다. 목이 마르고 배가 고픈 사람은 물이 필요하고 먹을 것이 필요한 것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배가 고파 도둑질하는 것이 윤리적, 도덕적인 면()은 차후(此後) 문제이다. 물론 그런다 해서 도둑질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고 다른 해결책을 찾는 경우야 있긴 하다. 절박함이 또 다른 중요한 것이 있다. ‘절박함이 시간을 만든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시간이 없어서, 바빠서 못한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하지만 이것은 솔직히 변명이다. ‘당신이 무엇인가를 몹시도 갈망한다면 다른 일이 있어도 그걸 위한 시간을 반드시 만들어낸다.’ 소프트웨어기업 베이스캠프의 창업자이자 대표, 경영·경제에 관한 책 저자 제이슨 프라이드의 말이다. 한마디로 우리는 정말 절박하면 시간은 생기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시간이 없다고 느끼거나 말하는 것은 시간의 부족이 아니라 절박함의 부족으로 보아야 한다.

그런데 절박함에 대한 긍정적인 면만을 보다 보니 부정적인 면을 간과(看過:놓침, 지나침) 할 수가 있는데, 영어속담에 '절박함에 휩싸여 아무거나 잡지 마라(Think before you grab.)', 우리말의 비슷한 예()배고플 때 장()에 가지 마라.’ ‘배고프다고 아무거나 덥석 먹지 마라.’와 결()을 같이 하는 것으로, 고전영화에 우물가에서 아낙네가 지나가는 나그네에게 물을 바가지에 떠 주면서 목마르다고 허겁지겁 먹지 말고 천천히 불어가며 마시라고 나뭇잎을 띄어주는 형국(形局:어떤 일이 벌어지는 형편이나 상황)’과 같다. 여기서 중요한 인생의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 있다. 노년에 외롭고 고독하다고 아무나 사랑을 찾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개는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어 실패하고 상처만 남는 법이다. 어찌 보면 내 외로움과 고독감은, 삶에 성취감이 없어 생긴 공허감일뿐, 다른 사람의 사랑 특히, 이성의 사랑이 나를 채워주지 못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노년은 사랑보다는 마음의 평온함이 최우선이다. 노년의 사랑은 의존이 될 수 있고, 정서적 빈자리를 채우려다 이 될 수 있으며, 외로움이 만든 착각으로 크나큰 대가를 치를 수 있다. 그러므로 노년의 신조(信條:믿고 지키려는 생각), ‘이성과 고압선은 가까이 다가가서도, 더욱이 만져서도 안 된다가 되어야 한다. 자칫 인생 말년 나락(奈落:벗어나기 힘든 절망적인 형편)으로 빠져, 헤어 나오기 어려울 수도 있고, 그나마 가족, 특히 자식들과 멀어져 고립무원(孤立無援:고립되어 구원받을 데가 없음)이 될 수도 있다는 경각심(警覺心;정신 차리고 조심하는 마음)을 지녀야만 한다.

끝으로 질문 하나를 하고자 한다. 풍요가 가져다주는 여유가 자신의 성장과 성공에 기여(寄與:도움이 되도록 이바지함)할까? 아니면 결핍이나 궁핍이 가져다주는 절박함이 더 기여할까? 이 질문이야 말로, 저마다 삶의 무게를 감당해야 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삶의 본질(本質)’을 꿰뚫어 보는 열쇠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개인적인 답()으로는 후자를 택하겠다. 왜냐하면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의 성공이 더 빛나고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사람은 어려운 환경이 아닌 여유를 갖게 되면 변화보다는 안주(安住)하는 경향이 있다. 풍요로운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성공을 보장받을 수 없듯이, 가난한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 역시 실패하는 삶을 산다고 볼 수는 없다. 그렇지만, 부유한 가정, 사회지도급 자녀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제공되고 성장의 가능성을 더 키울 수 있다는 것은, ‘불편한 진실로 받아들여진다. 그 예()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어느 정치인의 자녀 입시비리에서 여실(如實) 히 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여유롭지만 나태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과 노력하는 자세’, ‘결핍이나 궁핍 속에서도 좌절하거나 의기소침하지 않고 성장과 성공의 원동력으로 삼는 것’, 이야말로 삶의 지혜이자 핵심이라는 말로, 이 글의 대미(大尾)를 장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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