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인천시가 1년여 만에 인천지하철 요금 인상을 또다시 추진하면서 지역사회가 논란에 휩싸였다. 지하철 요금 현실화를 내세우고 있는 인천시와 물가안정을 위한 공공요금 인상 억제라는 시민사회단체의 상반된 입장이 부딪히는 가운데 인천시의회가 인상안을 본회의로 넘기면서 사실상 인상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인천지하철 요금 인상을 둘러싼 다양한 입장을 정리해본다.
# “지하철 운영 현실화”, 1년 만에 요금 재인상 나선 인천시
인천시가 이르면 내년 2월 인천지하철 1·2호선 기본요금을 현행 1400원에서 1550원으로 150원(10.7%)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같은 인천시의 인천지하철 요금 인상 시도는 지난해 10월 이후 불과 1년 만이다. 지난해 10월 인천지하철 요금은 기본요금 1250원에서 1400원으로 150원(12%) 인상된 바 있다.
인천시는 지하철 요금 인상 이유로 원가 대비 운임 비용 현실화를 주장하고 있다. 물가 상승과 인건비 증가에 따른 운송 원가 상승으로 원가에 비해 지하철 운임 수준이 33%에 불과하다는 것이 시의 입장이다.
무임승차 대상인 65세 인구 비율이 많이 늘어나는 것도 요금 인상 필요성의 원인으로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인천지역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지난 2020년 15.7%에서 내년이면 20.6%까지 늘어날 것으로 집계된다.
이 외에도 인천지하철 1호선 노후시설 개선을 위한 대규모 공사채 발행이 진행되는 점도 요금 인상 필요성으로 제시된다. 시에 따르면 최근 1319억원에 이르는 공사채를 발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는 기본요금 150원 인상으로 연간 84억원에 이르는 수입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해 재정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인천 도시철도를 장기간 안전하게 운행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 “시민 호주머니 털어 적자를 메운다?” 시민사회 반발
인천시의 이러한 계획이 알려지면서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반발기류가 확산하고 있다. 서민생활안정을 위한 가장 필수적인 교통수단인 지하철 요금 인상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경제가 붕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인천시의회 홈페이지 시민의소리 게시판에는 인천시의 인천지하철 요금 인상에 반대한다는 글이 수십 건 등록되기도 했다.
누리꾼 장모씨는 “기후위기시대에 대중교통의 이용을 더 높이기 위해 무상교통을 검토해도 모자랄 판에 요금 인상은 안 될 말”이라며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인천평화복지연대도 최근 성명을 내고 “지난해 10월 1250원에서 1400원으로 인상된 이후 1년 만에 또 요금을 올리는 것으로 유정복 시장의 민생은 무늬만 민생”이라며 “요금 인상은 인천지하철 적자를 줄이기 위한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민들 호주머니를 털어 적자 문제를 해결하려는 궁여지책”이라며 “유정복 표 예산 낭비 사업을 줄여 시민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더 합리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유 시장이 추진하는 F1 대회 유치(10억원), 인천상륙작전 기념 사업(20억원)을 대표적인 예산 낭비 사업으로 꼽으며 사업 예산 삭감을 주장하고 나섰다. 특히 노인 무상 교통 요금의 경우 지자체 부담이 아닌 국가 부담으로 전환해 만성적인 지하철 적자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인천시의회에서 지하철 요금 인상이 부결돼 다른 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이대로 인상안이 통과된다면 ‘인천지하철 요금 인상 중단’ 범시민 운동을 광범위하게 벌일 것이다”고 말했다.
이번 인천시의 지하철 요금 인상이 무리한 대중교통 할인정책의 결과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시가 지하철 등 대중교통 요금의 20%를 환급하는 ‘인천 I-패스’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제도 시행 1년도 안 돼서 지하철 요금을 인상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인교 시의원(국힘·남동구6)은 “인천시가 교통복지 정책을 추진한다고 해놓고 뒤로 슬그머니 요금을 인상하는 것은 맞지 않는 행보인 데다 장거리를 오가는 시민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요금 인상안 인천시의회 통과, 인상 시기는?
인천시는 현재 수도권지역이 공동으로 요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어 인천만 요금 동결에 나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서울시와 경기도, 코레일 등 수도권 정책기관 협의를 통해 수도권 지하철의 요금 인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이와 별도로 부산과 대구, 대전 등 다른 광역자치단체가 올 상반기 요금 인상을 통해 기본요금을 1500원에서 1600원 수준으로 조정한 만큼, 인천 역시 비슷한 수준의 요금 책정이 불가피하다는 견해다.
이런 가운데 인천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는 지난 2일 인천시 도시철도 운임 조정안에 대한 의견 청취 안건을 심의해 이를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인천시는 시 소비자정책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하철 요금을 인상할 수 있게 됐다. 구체적으로는 이르면 내년 2월쯤, 늦어도 8월까지는 지하철 요금 인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인천시는 과거 택시요금 인상 당시 이뤄졌던 시민 공청회 등의 절차는 거치지 않는다는 내부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철 요금의 경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수도권지역 공통 협의 사항이다 보니 별도의 공청회 등이 필요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지역 내 시민단체에서 F1 대회나 인천상륙작전 기념대회 등 유정복 시장의 대표 치적사업과 연계한 반대 움직임은 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민선8기 임기 절반을 넘긴 유정복 시장은 지난 시간 동안 자신의 핵심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제물포 르네상스, 글로벌 톱텐시티(대규모 투자유치) 등 각종 개발사업에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인천시는 가시적 성과라 할 수 있는 F1 대회나 매년 9월 열리는 인천상륙작전 기념대회 개최에 행정력을 쏟을 수밖에 없다. 예산 낭비 논란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민생에 가장 직접적인 대중교통 요금 인상과 맞물리면 좋지 않은 여론이 형성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 정가의 한 관계자는 “대중교통 요금 인상이 인천시의 권한이라 하더라도 2년 동안 2차례나 연달아 인상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나올 수 있다”며 “물가 인상을 우려하는 견해를 극복하고 지하철 요금 인상을 안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시민들에게 인상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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