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서해 최북단 백령도 주민들의 숙원인 대형 여객선 도입이 또다시 좌초됐다. 불과 2개월 전 인천 옹진군청에서 협약식까지 치렀던 업체는 돌연 자금난을 핑계로 선박 건조를 포기하면서 무려 9차례에 걸친 공모가 무위로 돌아가게 됐다. 걱정 반 기대 반 심정으로 옹진군의 공모 절차를 지켜보던 섬 주민들은 더는 못 참겠다며 집단행동을 예고하고 나선 가운데, 옹진군은 선사 공모 대신 여객선을 직접 건조해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본보는 서해5도 주민들의 발이나 다름없는 대형 여객선 도입의 전망을 짚어본다.
# 배편 구하기 하늘의 별 따기, 대형 여객선 공모 끝내 무산
옹진군 백령면 백령도에 거주하는 S씨는 육지에서 머무를 짐을 단단히 챙겨 며칠 전 백령도에서 나왔다. 최근 인천~백령 항로 대형 여객선 공모가 무산됐다는 소식을 접한 뒤 인천시에 대형 여객선 직접 건조 등 도서주민들의 이동권을 보장하라는 항의 시위를 진행하기 위해서다.
S씨는 “소청도, 대청도, 백령도 등 3개 섬 주민에게 여객선은 곧 생명이자 생존”이라고 강조하며 “일부 섬 주민들은 생업도 마다하고 사비로 집회에 참여할 뜻을 전하도 있다”고 말했다.
인천 옹진군이 대형 여객선 도입을 위한 공모에 또다시 실패하면서 섬 주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앞서 옹진군과 지난 7월 대형 여객선 도입 사업협약을 체결했던 한솔해운 측이 협약 2개월 만에 돌연 사업을 포기하면서 옹진군의 대형 여객선 도입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기 때문이다. 옹진군의 공모 무산은 이번이 9번째다.
옹진군에 따르면 한솔해운 측은 최근 대형 여객선 도입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옹진군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선사 측은 선박 건조 자금 확보에 부담을 느껴 사업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백령 항로를 오랫동안 운항했던 하모니플라워호(2천71t)가 선령 제한으로 운항을 중단한 지 2년 동안 대형 여객선 운항이 중단되면서 백령도 등 서해 3도 주민들의 큰 불편이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재 운항 중인 코리아프라이드호, 코리아프린세스호는 선박 크기가 작아 차량을 실어 나를 수 없어서 섬 주민들에게 필요한 물품 운송은 물론 만석일 경우 배편을 구할 수 없어 생업에 큰 지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백령도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주말에 날씨가 안 좋아지면 온 가족이 배편을 구하려 인터넷 예매에 총동원돼도 구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며 “연안부두 근처 모텔에서 숙박하며 새벽에 터미널에서 취소표를 구하려 해도 대기자 명단에, 눈치싸움에 힘든 경우가 많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결국 2년 넘게 이어진 대형 여객선 운항 선사 공모가 좌절되자 옹진군은 재공모 대신 여객선 직접 건조를 추진하겠다며 방향 전환을 시사했다.
옹진군 관계자는 “재공모는 선사 측에서 관심도 없고 더는 성공할 가능성이 작아 잠시 보류할 예정”이라며 “국비 지원을 위해 정부에 적극 건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더는 못 참겠다.” 뿔난 섬 주민들. 거리로 나서
백령 항로 대형 여객선 공모가 사실상 무산되자 생존권에 위협을 크게 받는 섬 주민들이 결국 거리로 나섰다. 백령도와 대청도, 소청도 등 서해3도 접경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서해 3도 주민 이동권리추진위원회는 인천 중구 연안여객터미널 주변에 “인천시는 서해3도 대형 여객선 투입 약속을 즉각 이행하라”는 현수막을 게시했다.
추진위 측은 앞으로 인천시청 항의 집회를 통해 유정복 인천시장 면담을 추진해 대형 여객선 투입 대한을 촉구할 방침이다.
위원회는 “백령도와 대청도, 소청도 주민들은 차도선인 대형 여객선 운항이 수년째 끊겨 큰 고통을 겪고 있다”며 “선사들이 공모에 나서지 않는 현재 상황이 어려운 것은 알지만 서해 3도 주민들이 여객선 때문에 겪는 고통이 더욱 크고 오래됐다. 이제는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섬 주민들에게 여객선은 곧 생명이자 생존이다. 필사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것”이라며 “생업을 뒤로 하고 사비로 많은 섬 주민이 투쟁에 나섰다. 인천시와 옹진군은 대형 여객선 확보를 위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 남은 방법은 인천시 직접 건조뿐, 사업비 확보 ‘숙제’
하모니플라워 운항 중단 이후 최근까지 대형 여객선 도입을 위한 공모를 진행해 온 옹진군은 더는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선사 모집을 위해 20년간의 운항 결손금 지원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지만 끝내 대형 여객선 도입이 무산된 만큼 이제와서는 공공기관이 직접 여객선 건조를 추진하는 방법이 사실상 유일하다는 입장이다.
옹진군은 인천시와 함께 선박을 직접 건조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군 관계자는 “선사 측이 고금리로 선박 건조 자금 확보에 부담을 느껴 사업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선박 건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정부와 인천시에 국비 확보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역시 사업의 핵심은 여객선 건조 비용이다. 통상 업계에서 6천t급 대형 여객선 건조 비용을 대략 600억원 정도로 추산하는데, 백령도를 오가는 2천t급 여객선을 건조한다고 하면 적어도 200억원 이상 필요하다는 소리다. 인천시와 옹진군 등 지방자치단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액수다.
관련 법령도 문제다 공공기관에서 대형 여객선을 직접 건조해 운항하는 사례가 거의 없다 보니 관련 법도 부족해 예산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 인천시나 옹진군은 여객선 직접 건조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주민들은 하루빨리 시와 옹진군이 책임 있는 답변에 나서기를 원하고 있다.
추진위 관계자는 “인천시청 항의 집회를 준비하면서 유정복 인천시장과 면담을 추진하고 있다”며 “유 시장은 서해3도를 방문할 때마다 여객선 문제를 언급하며 인천시가 책임지겠다고 주민들에게 약속해 왔다. 이제라도 그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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