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신문=남용우 선임기자] [편집자주] 인천항 중고차 수출단지 조성 사업이 어려움을 거듭한 끝에 끝내 좌초돼 지역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까지 토지 임대료를 내지 못했던 사업자가 끝내 사업비 조달에 실패하며 2년여 만에 계약이 해지되면서 중고차 수출단지 조성을 결국 원점으로 돌아왔다. 이에 남항 배후부지에 친환경과 최첨단 중고차 수출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인천시와 항만업계의 계획이 일단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지역사회에서는 민간 자본에 의존하기보다 인천시가 적극 중고차 수출단지 조성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인천의 오랜 염원 중 하나인 인천항 중고차 수출단지 조성이 이뤄질 수 있을지 최근 상황과 전망을 짚어본다.
#끝내 계약해지...인천항 중고차 수출단지 좌초 위기
인천 중구 남항 배후부지 39만8천㎡에 총사업비 4370억원이 투입되는 친환경 중고차 수출 클러스터 조성이 끝내 무산됐다. 인천항만공사는 최근 스마트 오토밸리 사업 시행자인 카마존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신영, 중흥토건, 오토허브셀카, 신동아건설, 리버티랜드 등 5개 회사가 함께 설립한 스마트 오토밸리 사업자인 카마존 주식회사 측은 부동산 경기 악화 탓에 지난 3월15일까지로 예정된 1차 납부 기간까지 토지 임대료를 납부하지 못하는 등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 초 가까스로 토지 임대료를 납부했지만, 최종 이행 시한인 지난 8월 말까지 자기 자본 446억원 추가 조달과 착공 신고를 완료하지 못했다.
스마트 오토밸리 조성으로 국내 최고 중고차 수출 원스톱 서비스 제공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인천항 중고차 수출 플랫폼 역할을 통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이끌어 인천항은 물론 인천지역 성장동력 창출 거점을 만들려 했던 것.
실제로 수도권의 물류 관문으로 꼽히는 인천항은 전국 중고차의 80%가 몰려들어 수출되는 곳이다. 다만 옛 송도유원지 부지 등 여러 곳에 중고차 등이 무단으로 점거하면서 이용객들의 불편은 물론 생활민원도 발생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옛 송도유원지 일대에는 2023년 기준 민간 중고차 업체 1600곳이 입주한 것으로 집계된다. 그러나 화장실 등 기본 시설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해외 바이어 등 방문객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무단 주차도 큰 문제다. 중고차 수출업체들이 보관료를 아끼려고 수출 대기 차량을 인근 도로변이나 무료 공영주차장에 방치하면서 인근 주민·상인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연수구 관계자는 “중고차 수출업자 관련 민원 업무를 처리하면서 담당 직원들에게 업무가 과도하게 몰리고 있다”라며 “도시 미관 문제도 있고 민원이 많아 해결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대를 모았던 스마트 오토밸리 사업이 끝내 좌초 수순을 밟으면서 인천항 중고차 수출 클러스터 조성은 원점에서 재검토할 처지에 놓였다. 부동산 현물 출자 여부를 두고 사업자와의 법리 다툼이 예상되지만, 정상적인 사업 추진이 사실상 어려워진 셈이다.
이에 대해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인천시와 인천지방해양수산청 등 관계기관과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중고차 수출단지 조성 방안에 대해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민간 아닌 공공주도 수출단지 조성해야”
인천항 중고차 수출단지 조성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인천항을 통해 중고차가 수출된 지도, 인천 지역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 지도 오래된 일이다.
그럼에도 제대로 된 수출단지 조성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현행처럼 민간에 맡길 것이 아니라 공공이 주도해 수출단지 조성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최근 열린 인천시의회 제303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이인교 시의원(국민의힘·남동구6)은 “스마트 오토밸리 사업은 민간 주도 투자사업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하며 “인천시와 인천항만공사가 중고차 수출종합지원센터와 같은 공공주도 방식으로 지원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민간사업자가 추진한 스마트 오토밸리 사업이 좌초되면서 인천항 중고차 수출 인프라 개선도 당분간 차질을 빚게 됐다”라며 “평택항과 당진항은 689억원을 투입해 오는 2027년까지 23만㎡ 항만배후단지 조성에 나서고 있다. 이 여파로 인천항 중고차 수출 점유율이 잠식당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이 의원은 이어 “낙후된 시설을 개선하고 산업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인천시가 나서서 중고차 수출종합지원센터 설립을 추진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유승분 시의원(국민의힘·연수구3)도 “옛 송도유원지에 운영하는 송도 중고차 수출단지가 지역 경제에 크게 기여하고 있지만 소음과 분진, 불법 주정차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라고 지적하며 “스마트 오토밸리 사업을 재개해 인천의 중고차 수출 경쟁력 강화와 옛 송도유원지 일대의 역사적 가치를 회복하는 데 인천시가 적극 나서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인천의 한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인천항에 추진 중이던 스마트 오토밸리 사업이 난항을 겪는 사이 중고차 시장은 최근 온라인 판매 비중이 급속히 커졌다. 사업 재개시 온라인 시장을 흡수할 대책을 포함해야 한다”라며 “인천의 중요한 수출 인프라 구축 사업이 민간사업자의 역량 부족으로 좌초한 만큼 인천시와 인천항만공사가 책임지고 사업을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유 시장, 어떤 해법 내놓을까? 지역사회 ‘관심’
유정복 시장은 최근 인천항 스마트 오토밸리 사업 좌초와 관련해 아직까지 공식적 입장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다만 인천항 중고차 수출단지 조성에 대해 “국내 경기의 악화와 건설공사비 상승 등의 이유로 운영 사업자가 사업 조건 완화와 지원을 요구하는 상황”이라며 “인천항만공사와 긴밀히 협력해 스마트 오토밸리 조성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함과 동시에 중고차 수출업 주변 문제점을 중앙부처와 협의해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라는 입장을 낸 바 있다.
인천시 관련 부처에서는 중고차 수출업이 자유업종으로 관리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시 관계자는 “중고차 수출업은 사업자 등록만 하면 되는 자유업종으로 관련 법률이 없어 실태 파악이 어렵고 체계적 관리가 어렵다”라며 “정부와 국회에 법적 체계 마련을 요청하고 중고차 수출 경제성 분석과 관련 용역도 지원하겠다”라고 답했다.
지역 수출 경제 활성화와 옛 송도유원지 일대의 심각한 생활문제를 해소할 인천항 중고차 수출단지 조성 사업은 반드시 이른 시일 내에 이뤄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다만 지금처럼 민간사업자에게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사업 성사가 쉽지 않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주장이다. 불과 6개월 여남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인천항 중고차 수출단지 조성을 두고 출마 예정자들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벌써 지역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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