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신문=김종대 기자] 12일 오전 10시50분께 찾은 안성시 보개면에 위치한 안성객사. 마당에 들어서면 건물 구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백성관이라고 적힌 가운데 지붕이 높고 가장 ‘격식’ 있는 건물이 정청(正廳)이고, 그 정청을 기준으로 좌우에 날개처럼 붙은 건물이 동헌·서헌(동서헌, 동익헌·서익헌)이다. 객사는 보통 이런 배치로 지어졌다. 정청이 상징이라면, 좌우 건물은 그 상징을 실제로 굴리던 ‘현장’이었다.
정청은 단순한 큰 방이 아니다. 국가유산포털 안내문은 정청을 임금을 상징하는 전패를 모시는 공간으로 설명한다. 조선시대에는 설날과 임금 탄신일, 매달 보름·그믐 등 특정 날에 고을 수령과 아전들이 정청 마당에 모여 전패를 향해 예를 올렸고(망궐례), 왕의 명령서인 교서도 이곳에서 선포됐다고 전한다. “고을에서 가장 중요한 건물”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닌 이유다.
좌우의 동서헌은 정청을 보좌하는 공간이다. 안내문 기준으로는 지방에 파견된 관리들의 숙소로 사용된 곳이다. 쉽게 풀면 이렇다. 가운데 정청은 ‘국가의 얼굴’, 좌우 동서헌은 ‘국가의 체온’이다. 예를 올리고, 명령을 전하고, 사람이 머물며 일을 이어가던 시스템이 한 마당에 모여 있다.
이번에 안성객사가 새삼 주목받는 이유는 “오래돼 보인다”가 아니라, 숫자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1월30일 ‘목조건축유산 연륜연대·수종분석’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보물 ‘안성객사 정청’의 주요 목재가 1345년 무렵 벌채된 것으로 확인돼 최소 고려 충목왕 1년(1345)경 건립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발굴 목재나 불단 등 특수 부재를 제외하면, 연륜연대 조사로 제작 시기가 확인된 현존 목조건축 ‘부재’ 가운데 가장 오래된 사례라고 설명했다. “현존 최고”라는 말은 이 조건을 붙여서 써야 정확하다.
김보라 안성시장은 “국가유산청 조사로 안성객사 정청이 1345년경 고려 충목왕 때 건립된 것을 확인했다”며 “연륜연대조사를 통해 확인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 부재로, 국가유산청에서 국보 승격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문화유산을 보존함은 물론 시민들의 일상과 함께 하는 공간, 문화가 되도록 하겠다”며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살아있는 공간이 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윤종군 국회의원(경기 안성)도 “안성 보개면에 있는 ‘안성 객사 정청’이 목재 연륜연대 측정으로 확인한 우리나라 최고 오래된 목조건축물로 확인됐다”며 “국보 지정이 추진되면 죽산 ‘칠장사 오불회 괘불탱’에 이어 안성은 국보 2개를 보유한 역사문화유적 도시로 인정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로 ‘칠장사 오불회 괘불탱’은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에서도 국보로 안내된다.
안성객사 정청은 ‘한 번 본 건물’이 아니라 ‘한 번 더 읽히는 건물’이다. 가운데 정청이 무엇인지, 좌우 동서헌이 무엇인지 알고 나서 다시 보면, 이곳은 건축이 아니라 운영체계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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