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좋다' 천 년 고목의 두 번째 절정...반계리 은행나무가 내쉰 황금빛 숨

17일 오전 9시16분께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 천연기념물 제167호 반계리 은행나무가 황금빛 잎을 대지 위로 쏟아내며 가을의 ‘두 번째 절정’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김광섭 기자)
17일 오전 9시16분께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 천연기념물 제167호 반계리 은행나무가 황금빛 잎을 대지 위로 쏟아내며 가을의 ‘두 번째 절정’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김광섭 기자)

[중앙신문=김광섭 기자] 17일 오전 916분께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 천연기념물 제167호 반계리 은행나무가 황금빛 잎을 대지 위로 쏟아내며 가을의 두 번째 절정을 맞이하고 있다. 수령 1300년이 넘는 이 거목은 한 자리에서 천 년 넘는 시간을 견디며, 마을의 역사와 계절의 호흡을 온몸으로 새겨온 존재다.

첫 번째 절정이 나뭇잎이 온전히 물들어 가지에 매달려 있던 시기였다면, 오늘부터는 떨어진 은행잎이 땅을 완전히 뒤덮으며 두 번째 절경을 만들어낸 순간이다. 은행잎이 노란 눈송이처럼 흩날릴 때면, 오래된 나무가 마지막 황금빛 숨을 길게 내쉬는 듯 고요하고 장엄하다.

특히 이 은행나무를 지탱하고 있는 13개의 지주목(버팀목)은 공교롭게도 나무의 나이와 닮은 숫자다. 마치 100년에 하나씩 늘어난 듯한 느낌, 천 년을 넘어 살아온 생명의 무게와 시간을 상징하는 듯하다. 거대한 줄기를 받치는 검은 기둥들은 자연과 인간이 함께 이 거인의 생명을 이어 온 기록처럼 보인다.

아침 일찍 이곳을 찾은 아마추어 사진작가들과 관광객들은 노란 바다 위에서 끊임없이 셔터를 눌렀다. 태양이 은행나무 뒤로 비치면 황금빛 테두리가 생기고, 바람이 불 때마다 수천 장의 잎이 공중을 부유하며 또 하나의 장관을 만들어낸다. 작가들의 열정은 아마추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뜨겁고, 그들의 시선이 이 오래된 나무에 한 겹 더 시간을 얹는 듯하다.

사진에서 보이는 건 단순한 가을 풍경이 아니라, 1300년의 시간과 오늘 하루의 바람이 만나 만든 순간이다. 오늘 여기 '너무 좋다'는 관람객들의 말이 아주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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