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는 다른 과일보다 당도가 높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상대적으로 신맛이 적어 순수하고 고급스러운 단맛이 특징이다. 수분 함량은 대략 85% 이상이며, 당분(糖分)이 10~13% 정도이며, 자당, 과당, 포도당, 소르비톨(Sorbitol) 등이 주성분으로 신맛이 거의 없는 깔끔한 단 맛이 난다. 그래서 고급 과일로 주로 선물용과 제사 행사용으로 사용된다. 조선왕조실록, 조선왕조의궤 등을 보면 궁중잔치에 빼놓을 수 없던 과실이다.
이런 특징으로 맛있는 배는 우선 과실은 큼직해야 한다.
배는 품종에 따라 고유한 크기가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품종 구분 없이 시장에서는 큰 과실이 가격이 높게 유통되고 있다. 배를 자르면 안쪽에 씨가 있는 ‘과심(果芯)’이라 불리는 부분이 있다. 이곳은 종자를 보호하고 양분 이동통로의 시발점이 되며 신맛과 떫은맛이 강하기 때문에 거의 먹지 않는다. 과심의 크기는 과실의 크기에 상관없이 같은 품종이라면 거의 비슷하다. 즉, 과실이 커지면 과심보다는 우리가 먹는 과육의 비대가 많아 먹을 수 있는 부분이 증대되며, 과육이 부드럽고, 과즙이 많아지는 등 이점이 많다. 그러나 최근 육성된 품종들은 크기에 상관없이 맛이 좋기 때문에 굳이 큰 배를 골라야 할 필요가 없다. 또 핵가족화되어있는 우리 사회의 여건으로 볼 때 너무 커다란 배는 먹기에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현재 유통되는 배 상자는 7.5kg과 5kg 상자가 대부분이다. 가장 많이 유통되고 있는 ‘신고’를 포함한 ‘화산’, ‘감천배’, ‘만수’ 등 과실 크기가 큰 품종은 주로 7.5㎏ 상자당 13과 내외로 약 600g 정도의 과실이 좋다. 과실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은 ‘황금배’, ‘추황배’ 등을 포함해 9월 이전에 나오는 과실은 대과보다는 500g 정도의 과실이 맛도 좋고, 먹기에도 편하다.
과피 색깔은 푸른기가 없고 선명한 황색이 좋다. 요즈음에는 여러 가지 품종의 배가 생산되고 있다. 품종에 따라서 과실의 색상도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에 단적으로 어떠한 색깔의 배가 좋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가장 많이 유통되고 있는 ‘신고’ 품종은 수확기가 되면 껍질이 황갈색으로 곱게 변하며, 대부분의 배 품종은 이런 색깔을 띠게 된다. 황갈색 배에서 좋은 과실은 껍질에 푸른기가 없으면서 색이 맑고 투명한 과실이다. 그러나 최근 육성된 일부 품종은 과피가 황갈색으로 완전하게 변하면 오히려 과육이 물러져 먹기 곤란한 경우도 있다. 이런 품종에서는 너무 과피 색깔에만 의지하여 과실을 고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상처가 난 과실은 좋지 않다. 상처가 난 과실은 쉽게 상할 뿐만 아니라 보기에도 좋지 않다. 배는 껍질이 연하여 취급 과정에서 쉽게 상처를 받을 수 있으며, 취급 부주의로 발생한 조그마한 상처가 검게 변색되어 보기 흉한 모습으로 되기 쉽다. 그러나 과피의 상처처럼 보이지만 내부적으로 아무런 이상이 없는 현상이 있는데, ‘동녹’과 ‘과피흑변’이 이에 해당한다.
‘동녹’은 ‘황금배’와 같이 과피가 황금색으로 변하는 녹색계통의 배가 나무에서 자라는 동안 비바람에 의해 입게 된 조그마한 상처들을 스스로 치유하는 과정에서 생긴 얼룩으로 쇠가 녹슬게 되면 색깔이 적갈색으로 변한 것과 유사한 모양을 보여 붙여진 이름이다. 동녹은 보기가 좋지 않을 뿐으로서, 맛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과피흑변’은 수확한 배를 0℃ 가까운 낮은 온도에서 보관할 때 과피가 검게 변하는 현상으로서, 정상적인 과실의 껍질에 많이 있는 페놀류 물질이 저온에 반응하여 검은색으로 변색되어 나타난다. 모든 배 품종에서 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며 ‘신고’, ‘추황배’, ‘금촌추’ 등에서 많이 발생한다. 과피흑변 또한 보기가 좋지 않지만 맛에는 차이가 없다.
꼭지를 자른 과실은 문제가 있다. 배를 수확하면 크기와 모양에 따라 등급별로 구분하여 상자에 포장한다. 이 과정에서 다른 과실이 상처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과실의 꼭지를 자르게 된다.
과실의 크기를 키우고 좀 더 일찍 수확하기 위해 지베렐린이라는 생장조절물질을 과실의 꼭지에 칠하여 재배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하여 생산된 과실은, 과실 꼭지가 비대하여 일반재배 과실과 구분되며, 저장력이 떨어져 쉽게 부패할 수 있고, 맛도 떨어지기 때문에 별도의 관리가 필요하다. 따라서 시장에 유통되는 배가 어떠한 배인지를 소비자에게 알리기 위해 꼭지를 자르지 않고 배를 유통시키자는 운동도 일어나고 있다. 올 해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려 역대 최대 열대야를 기혹한 해이다. 무더위에 지친 몸을 맛있는 배로 원기회복을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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