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박사의 생활의 발견] 저주와 재앙

문재익 전 강남대 교수(문학박사)
문학박사 문재익(칼럼니스트)

축복(祝福: blessing, benediction)의 반의어는 저주(詛呪/咀呪)와 재앙(災殃)이다. 저주의 사전적 정의는 ‘남에게 재앙이나 불행이 일어나도록 빌고 바람, 또는 그렇게 하여서 일어나는 재앙이나 불행’의 의미이다. 저주와 재앙은 유의어에 해당하지만 결(結)이 다른 의미로 쓰이는데, 저주는 상대 대상자 한 명에게 걸거나 퍼붓는 것이라면, 재앙은 전체적이거나 저주를 걸거나 퍼붓는 대상자 자신이 결과적으로 당하는 것을 의미한다. 저주와 재앙에 대한 영어 단어 각각의 용도(用度) 차이에서 구체적 의미를 살펴보면, curse(저주, 악담), imprecation(저주, 욕설), execration(저주, 증오, 주문), malediction(저주, 악담, 비방, 욕), anathema(공공연한 저주, 배척), oath(악담, 욕설, 맹세), wanion(古語 - 저주, 복수) 등이 있다. 그리고 재앙에는 disaster(재난, 재해, 참사 - 인위적, 자연의 힘에 의하여 불시에 일어나는 커다란 불행), calamity(재앙, 재난 - 자연의 힘에 의한 중대한 불행으로 사람들에게 깊은 고통이나 슬픔을 가져오는 의미), catastrophe(재앙, 참사 - 철저한 재난으로 도저히 돌이킬 수 없는 것으로 가장 의미가 강함), cataclysm(대재앙, 대변동 - 정치·사회상의 돌발적인 격변으로 고통이나 재난을 수반하는 것), judgement(신이 내리는 천벌, 재앙, 판단, 심판), scourge(재앙, 골칫거리) 등이 있다. ‘믿음은 선의의 거짓이 아닌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믿음은 저주받아 마땅하다.’ 미국의 발명가 토마스 앨바 에디슨의 명언으로, ‘사실을 근거로 하지 않는 믿음은 재앙’이라는 말로, 실(實)생활에서 마음에 새겨둘 명언이다.

위키백과에서는 저주 또는 주저(呪詛)는 ‘남에게 재앙이나 불행이 일어나도록 빌고 바라는 푸닥거리(무당이 하는 굿) 행위, 또는 그렇게 하여서 일어나는 재앙이나 불행’을 의미한다고 정의하고, 나무위키에서는 저주는 ‘증오에서 비롯된 인간의 표현’으로 ‘다른 이에게 재앙이나 불행이 닥치기를 기원하는 주술 행위나, 다른 이의 목적 달성을 방해하는 행위’라고 정의하며, 종교대백과사전에서는 ‘신비적 수단을 이용하여 특정한 개인이나 사회 집단에 병이나 죽음 등의 재앙이 내리도록 하는 사악(邪惡)한 행위로, 인간 본성의 한 단면을 잘 드러내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구체적 행위로 우리는 사극(史劇: 역사극) 드라마나 영화에서 저주 대상이 살고 있는 ‘거처(居處), 집 주변 땅에 동물 사체(死體)를 묻어두거나, 짚으로 인형을 만들어 바늘 등을 꽂아두기도 하며, 종이에 얼굴을 그려 벽에 걸고 화살을 쏘는 행위’를 하기도 한다. 오늘날의 욕설에 저주가 개입되기도 하는데, 대표적인 말이 ‘육시(戮屍: 이미 죽은 사람에게 다시 목을 베는 형벌)랄(육실 할 - 비표준어)’, ‘급살(急煞: 갑자기 닥치는 재앙과 액) 맞을’, ‘오사(誤死: 제 명대로 살지 못하고 비명에 죽음) 할’ 등이 있고, 불구대천지 원수(不俱戴天之怨讐: 이 세상에서 같이 살 수 없을 만큼 원한이 깊게 맺힌 원수)라는 말도 있는데, 아마도 가장 저열(低劣)하고 살기(殺氣: 독살스러운 기운)에 찬 저주의 말은 ‘지랄 [간질(癎疾), 뇌전증을 속되게 이르는 말] 하네’, ‘발광(發狂) 하네’, ‘육갑(六甲) 하네’, ‘염병(고열이 나는 장티푸스, 전염병) 하네’, ‘염병하다 땀도 못 나고 죽을 O’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누군가를 저주한다는 것은 나부터 마음이 아프고 흔들려야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남에게 빨갛게 달은 숯덩이를 던지려 한다면, 내 손부터 불에 데는 법이다. 남을 향한 저주는, 내 자신의 신상(身上: 개인에 관한 일이나 형편)에도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 자식들에게도 악(惡) 영향을 미치는 법이다. 그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남에게 저주의 말은 내게 저주로 돌아오고, 남에게 좋은 말, 덕담(德談: 남이 잘되기를 바라는 말), 축복의 말은 결국 내게로 축복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재앙(災殃)의 국어사전 정의는 ‘뜻하지 아니하게 생긴 불행한 변고(變故: 갑작스럽게 생긴 사고나 재앙), 또는 천재지변으로 인한 불행한 사고’의 의미로, 유의어는 날벼락, 된서리, 사고가 있는데, 여기서 사고는 작은 규모, 개인적 또는 국지적(局地的: 일정한 지역에 한정), 보통 실수, 부주의, 고장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고, 재앙은 큰 규모, 사회적·자연적 파급력이 큰 것으로 자연재해나 대형 인재(人災)를 포함하는 것이다. 그리고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재앙과 재난이 의미론적으로 다르지는 않지만, ‘재앙이 재난보다 좀 더 심각하고 복합적인 상황을 의미하는 것이다.’고 설명한다. 속담에 ‘재앙은 눈썹에서 떨어진다.’는 말은 ‘재앙은 피할 수 없게 갑자기 다급하게 닥친다.’는 말이고, ‘재앙은 물리치면 무값이고, 물러서면 천 냥이다.’라는 말은 ‘재앙을 물리치겠다고 억지로 맞서서 희생을 하는 것보다, 슬그머니 피하여 물러서는 것이 더 나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흔히 말하는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말과 결(結)을 같이 하며, ‘현인(賢人)은 복(福)을 내리고 악인은 재앙을 만난다.’라는 말은 ‘어질게 행동하고 악한 짓을 하지 말라’는 말이며, 사자성어에 ‘과필재앙(過必災殃)’은 ‘잘못은 반드시 재앙을 만난다.’라는 말로, 삶의 좌우명으로 삼을 만한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네 삶과 인생에서 재앙이 되는 구체적 사례들은? 첫째는, 인류를 괴롭히는 네 가지 재앙에는 자연재해, 전쟁(특히 핵무기 사용), 기근, 전염병으로 우리가 한동안 겪었던 팬데믹(pandemic) 사태 등이다. 둘째는, 잠재적인 글로벌, 전 세계적인 재앙의 위험으로, 인간에 의한 인위적인 것들 [기술, 거버넌스(governance: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주어진 자원의 제약 하에서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책임감을 갖고 투명하게 의사결정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제반 장치), 기후변화] 및 비인위적 또는 외부의 위험이 해당되는데, 기술위험에는 인공지능 파괴, 나노 테크놀로지(나노 로봇을 이용한 정밀 치료), 산업 로봇, 악의적인 글로벌 거버넌스의 핵 홀로코스트(holocaust: 대학살), 유전자 변형, 생물체를 통한 생물테러(바이러스), 사이버테러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자연 발생적인 유행병 관리 실패,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 온난화, 인류 및 동식물의 멸종, 환경파괴, 불균등한 자원 분배도 들 수 있다. 비(非) 인위적인 위험요소에는, 화산 폭발, 소행성 충돌, 감마선 폭발, 지구 자기폭풍, 자연적 기후변화, 적대적인 외계 생명체들도 외면(外面)할 수 없는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셋째는, 현(現), 우리나라의 ‘인구절벽’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은 ‘국가적 재앙’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넷째는, 예전에 없던 장수(長壽)의 백세시대를 맞이하여 ‘준비되지 않은 노년’은 ‘재앙’이다. 다섯째는, 노자(老子)의 「도덕경」에 나오는 말처럼 ‘인생에서 만족을 모르는 것이 재앙’이다. 마지막으로, 배우자를 잘 만나면 ‘인생 축복’이지만, 잘못 만나면 ‘인생 최악의 재앙’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개인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네 번째부터로, 이에 대한 부연(敷衍: 덧붙여 알기 쉽게 자세히 늘어놓음) 설명을 하는 것으로 글을 맺기로 한다. 먼저 ‘준비된 장수는 축복’이지만, ‘준비되지 않은 노년 재앙’을 맞이하지 않게, 젊은 시절 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건강과 경제력, 구체적으로 ‘절제와 근검절약 그리고 저축’이다. 사람의 한 인생에서 가장 비참한 세 가지에는 첫째, 너무 ‘이른 나이에 성공, 출세’하는 것이고, 둘째 젊은 나이에 ‘배우자와 사별(死別)’하는 것이며, 마지막으로 가장 ‘혹독(酷毒)하고 비참(悲慘)한 것이 ’노년 빈곤‘이다. 우리가 그걸 예상(豫想)한다면, 젊어서 어떤 준비와 대비(對備)를 해야 할지를 잘 알고 실행, 실천해야 한다.

그다음으로 인생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스라엘 두 번째 황제였던 역대 왕들 중 최고의 부귀공명(富貴功名: 재산이 많고 지위가 높으며 공을 세워 이름을 떨침)을 누렸던 솔로몬의 실토(實吐)요, 독백(獨白)의 말을 빌려보는 것으로 답을 찾아보자.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사람이 태양 아래서 수고하는 모든 수고가 자기에게 무엇이 유익한 것이냐? 모든 강물은 다 바다로 흘러도 바다를 채우지 못하며, 눈은 보아도 족함이 없고, 귀는 들어도 차지 아니하구나! 내가 태양 아래서 행하는 모든 수고를 보니 다 헛되어 바람 잡으려는 헛발질이요, 헛수고로다.’ 그렇다. 행복한 인생, 성공한 인생은 재물이나 권력, 명예가 건강이나 장수 등에 비례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형편에 만족하는 자세와 평정심으로 감사와 마음의 평안이 여유로움에 비례되는 것이다. 가족들 모두 건강하고 각자 제 할 일 하고 있다면, 가진 것이 많고 적음에 결코 무관한, 나의 행복이다. 특히 노년에 외롭고 고독하다고 사랑에 빠지는 일이다. 혼자는 외롭고, 사이가 나쁘면, 둘이는 괴롭다. 노년에는 사랑보다는 ‘평온’이다. 노년에 홀로여서 이성에 목말라하고 애써 찾으려 하지 마라. 홀로 외롭고 고독함을 나만의 여유와 평온함으로 즐기고 채워라. 현재의 처지(處地: 처하여 있는 사정이나 형편)와 가진 것에 만족하고 감사하라. 지금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적’으로 생각하라. 성공한 인생이요, 행복한 인생의 원천(源泉)은 ‘마음의 평안과 여유로움’이라는 것을 죽음 앞에 인생이 거의 마무리될 때야 비로소 깨닫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마지막으로 한 개인으로 행·불행의 가장 중요한 배우자의 만남과 선택이다. 우리네 인생은 B(Birth: 출생)와 D(Death: 죽음) 사이 C(Choice: 선택)이다. 일생일대(一生一大: 일생을 통해 가장 중요함을 이르는 말) 선택 중 배우자 선택만큼 중요한 것도 별로 없을 것이다. 결혼은 나 개인뿐만 아니라 내 가족 모두의 행·불행의 바로미터(barometer)이다. 잘 만나면 ‘축복’이지만, 잘못 만나면 ‘재앙’이 되는 것이다. 잘못 만나게 되면, 헤어나오기 쉽지 않다. 후회해 봤자 때는 늦다. 인생 파국(破局)을 맞게 되고, 뼈를 깎는 아픔을 겪어야만 한다.

그렇다면 배우자 선택 시 요건(要件: 필요한 조건)들은 무엇인가? 첫째, 결혼의 시작점은 서로의 ‘사주, 음양오행’을 맞춰 보는 일이다. 결코 미신으로 치부(恥部)해서는 안 된다. 과학이고 통계학이다. 둘째, 인정(人情), 인간미(人間美)가 있어야 한다. 인정, 인간미가 없는 사람은 서로 애틋한 사랑을 나눌 때는 나타나지 않지만, 세월이 흘러 사랑이 퇴색되면, 특히 노년이 되어가면서 반드시 나에게도 인정, 인간미 없이 무자비(無慈悲)하게 대한다. 셋째, 남자는 성실하고 정직하며 사소한 약속 하나라도 잘 지키고 책임감이 강해야 하고, 여자는 알뜰하고 이해심 많고, 지혜로우며 무엇보다도 ‘후덕(厚德: 덕이 두터움)’해야 한다. 넷째, 성장 배경과 심성(心性: 타고난 마음씨)을 말해주는 ‘집안’을 보아야 하는데, 주변 평판(評判)은 중요한, 결정적 참고가 되기도 한다. 마지막, 결코 지나쳐서는 안 되는 것, 부모 형제가 반대하는 결혼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 가족들 모두가 찬성하고 축복해 주는 결혼이 되어야 한다. 인물이나 허우대에 눈이 멀어, 갖추어야 할 요건에 맞지 않아도 결혼을 감행(敢行: 과감하게 실행)한다면, 두고두고 후회 속에 내 인생, 재앙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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