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AI만평] 이름이 먼저 오해를 부를 때

[중앙AI만평] 이름이 먼저 오해를 부를 때.
[중앙AI만평] 이름이 먼저 오해를 부를 때. 일러스트=AI 생성(ChatGPT)

이 만평은 지명 하나를 두고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그림처럼 보인다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 장면은 단순한 말장난이 아니다.

고양시 덕양구 북한동 명칭 논의가 왜 나왔는지, 그리고 왜 이 문제가 생각보다 가볍지 않은지를 압축해서 보여주는 장면이다그림 속에는 같은 표지판을 보고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는 두 사람이 서 있다한 사람은 긴장하고, 다른 한 사람은 산을 떠올린다.

바로 여기서 이 만평의 핵심이 드러난다. 이름은 하나인데, 사람들 머릿속에서 불러내는 의미는 이미 둘로 갈라져 있다는 점이다북한동의 북한은 본래 북한산에서 비롯된 이름이다한자로는 분명히 북한(北漢)’이다그러나 오늘의 현실에서 많은 사람은 이 소리를 듣는 순간 산보다 먼저 북한(北韓)’을 떠올린다지명의 본래 뜻보다 발음이 먼저 작동하고, 의미보다 연상이 앞선다.

이름이 있어야 할 자리에 설명이 들어서고, 장소를 알려야 할 말이 오히려 오해를 부르는 것이다이 지점에서 만평은 단순히 헷갈릴 수 있다는 수준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름이라는 것이 원래 무엇을 하는 것인지를 되묻는다이름은 대상을 분명히 하고, 듣는 순간 의미가 닿아야 한다.

그런데 어떤 이름이 매번 그 뜻이 아니다라는 해명을 필요로 한다면, 그 이름은 이미 본래 기능에서 조금 멀어진 셈이다북한동 명칭 논의의 출발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고양시가 주민과 토지 소유자를 상대로 의견수렴에 들어간 것도 같은 이유다.

이 문제는 단순히 글자 몇 개를 바꾸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 지역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이름 속에 제대로 담고 있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북한산 자락에 있는 마을인데도 이름만으로는 산의 이미지보다 다른 정치적·사회적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면, 그 이름은 지역을 드러내기보다 가리고 있는 셈이다.

주민들이 명칭 변경을 검토하자고 말하는 배경에는 바로 이런 답답함이 깔려 있다더구나 이번 논의는 북한산성과 연계된 역사·문화 가치, 나아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과도 맞물려 있다.

지역의 상징성을 분명히 드러내고 도시 이미지를 정돈하려는 흐름 속에서, 지명 역시 다시 들여다보게 된 것이다이 만평은 바로 그 지점을 잘 짚는다.

산은 그대로인데, 이름이 그 산을 제대로 데려오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물론 이름을 바꾸는 일이 가벼운 일은 아니다.

행정 절차도 필요하고, 주민 합의도 필요하고, 비용과 혼선 문제도 따른다그래서 이 만평은 무조건 바꾸자고 밀어붙이는 그림이 아니다.

오히려 왜 이런 논의가 나왔는지, 왜 누군가는 이 이름 앞에서 멈칫하는지, 그 이유를 한눈에 보여주는 데 더 가깝다.

그림을 보는 순간 , 그래서 이름을 다시 생각해보자는 얘기가 나오는구나하고 이해하게 만드는 것이다.

결국 이 만평이 말하는 것은 간단하다이름은 단순한 표식이 아니라는 점이다이름은 첫인상을 만들고, 기억을 불러오고, 한 지역의 얼굴이 된다.

같은 소리라도 시대와 사회의 공기 속에서 다른 의미로 읽힌다면, 그 이름이 지금도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북한동 논의는 지명 하나를 바꾸느냐 마느냐의 문제를 넘어선다.

우리가 어떤 이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어떤 이름 앞에서 멈칫하는지, 그 사회의 감정과 인식이 그대로 드러나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이 만평은 그 사실을 어렵게 설명하지 않는다그저 한 표지판 앞에 선 두 사람의 다른 표정으로 보여준다그래서 더 쉽게 읽히고, 그래서 더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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