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설계도서 없는 아파트 보수공사…비용은 결국 주민 몫

김종대(남부권 본부장)
김종대(남부권 본부장)

아파트 보수공사 얘기가 나오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외벽 도장이나 누수 보수를 앞두고 설명회가 열리면 빠지지 않는 질문이 있다. “왜 이렇게 비싸냐는 말이다. 그러나 돌아오는 답은 대부분 비슷하다. “전문가가 아니라 판단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결국 충분히 납득하지 못한 상태에서 공사는 시작된다.

이 과정은 익숙하다. 견적서는 복잡하고 시방서는 더 어렵다. 공사 항목과 단가가 적정한지 따져보려 해도 쉽지 않다. 입주민들은 시공업체 설명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그 사이 공사비는 늘어난다. 무엇이 필요한 공사인지, 어디까지가 적정 비용인지 명확히 알기 어려운 상태에서 결정이 이뤄진다.

문제는 공사가 끝난 뒤 드러난다. 공사 과정에서 느꼈던 의문은 뒤늦게 다시 떠오르지만 이미 되돌리기 어렵다. 하자가 발생하면 추가 비용이 들어가고, 책임을 두고 갈등이 반복된다. 공사는 마무리됐지만 논란은 남는다. 비슷한 문제가 다시 이어지는 이유다.

지난해 12월 안성지역 한 아파트에서는 입찰 공고 이전 특정 업체와 협약이 체결되고, 해당 업체에 유리한 조건이 입찰에 반영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결국 입찰은 무효화됐지만 그 과정에서 주민 갈등과 행정 조사로까지 이어졌다. 사건은 정리됐지만 구조는 그대로였다.

현장의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발주자는 비전문가이고 시공업체는 전문가다. 정보는 한쪽에 쏠려 있다. 이른바 정보 비대칭이다. 기준 없이 공사가 진행되다 보니 과다 견적과 부실시공, 분쟁이 반복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경기도가 추진하는 공동주택 설계도서 지원사업은 이런 구조를 바꾸기 위한 시도다. 공사 기준을 먼저 제시해 입주민이 판단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설계도서는 공사 범위와 비용, 품질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그동안 기준 없이 진행된 공사가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는 이미 여러 사례가 보여주고 있다.

물론 설계도서 하나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다만 기준이 생기면 입주민은 비교하고 질문할 수 있다. 업체 역시 기준 안에서 경쟁해야 한다. 그 변화는 단순하지 않다.

남는 과제도 분명하다. 제도가 일부 단지에 그치지 않고 확산돼야 하고, 실제 공사 과정에서 기준이 지켜지는지도 확인돼야 한다. 기준이 형식에 머물면 또 다른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파트 공사는 결국 주민의 돈으로 진행된다. 기준이 없는 공사는 비용으로 돌아온다. 이제는 모르면 맡긴다는 방식에서 벗어날 때다. 늦었지만 경기도가 추진하는 공동주택 설계도서 지원사업의 방향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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