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박사의 생활의 발견] ‘기다림’의 미학(美學)

문재익 전 강남대 교수(문학박사)
문학박사 문재익(칼럼니스트)

기다림은 어떤 사람이나 때가 오기를 바라는 것으로 유의어에는 거종[擧踵:발돋움을 하고 있을 만큼 몹시 기다림, 교망(翹望)], 고대(苦待:몹시 기다림), 기대(期待, 企待: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기다림), 기망[企望: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람, 기앙(企仰)], 대기(待機:때나 기회를 기다림), 예기(豫期:앞으로 닥쳐올 일에 대하여 미리 생각하고 기다림) 등이 있다. 동사형 기다리다가 타동사(목적어를 취함)로 쓰이는 경우는, ‘보거나 그것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면서 시간을 보내다’, ‘맞이하기를 바라다’, ‘참고 견디다의 의미이다. 관용구로 쓰이는 경우, ‘손꼽아 기다리다 [기대에 차 있거나 안타까운 마음으로 날짜를 꼽으며 기다리다.]’, ‘앉아() 기다리다 [다른 사람이 해줄 것을 바라보고 전혀 노력하지 아니하다.]’, ‘목이 빠지게 기다리다 [안타깝게 기다리다.]’, ‘()이 빠지게(빠지도록) 기다리다 [몹시 애타게 오랫동안 기다리다.]’ 등이 있다. 기다림의 대표적 사자성어에는 학수고대(鶴首苦待:학처럼 목을 길게 빼고 애타게 기다림)인데, 유의어에 오매불망(寤寐不忘:자나 깨나 잊지 못하거나 기다림), 망운지정(望雲之情:그리움과 기다림의 감정표현), 교족인령(翹足引領:옷깃을 여미고 기다림), 망안욕천(望眼慾穿:매우 간절히 바라보며 기다림)이 있다. 기다림의 상징 모소 대나무는 중국동부에서 자라나는 희귀종으로, 겉으로는 거의 자라지 않다가 5년째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것으로, 이 성장패턴을 인내(참고 견디며 기다림)와 준비의 상징으로 비유되는 것으로, 교훈적 의미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당장 결과가 보이지 않을 때, 이 대나무처럼 뿌리를 내리는 시간이라는 생각을 할 때 위로(慰勞)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다림의 대표적 가슴 아픈 사연의 단어는 망부석[望夫石:정조를 굳게 지키던 아내가 멀리 떠난 남편을 기다리다그대로 죽어 화석(化石)이 되었다는 전설의 돌] 일 것이다. 아마도 이 여인은 남편이 돌아올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으로 기다렸을 것이다. 그러므로 어찌 보면 기다림은 곧 믿음이라고 말할 수 있다.

기다림은 믿음이지만, ‘두려움, 불안과 설렘으로 양분(兩分)되어진다. 기다림을 사랑에 적용해 본다면, 사랑도 이해가 아니라 기다림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모든 기다림들은 조급하거나 서두르면 일이 꼬이거나 손해(損害)를 보기도, 낭패(狼狽)를 볼 수도 있기도 하는데, 사랑에서 더욱 그렇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선 기다림의 장점은? 기다림은 과정과 시간을 존중해 결과를 좋게 만들며, 불필요한 결정을 줄이는데 도움이 되고, ‘인내와 성숙의 과정으로, 결과를 얻기 위한 투자의 개념처럼 여유를 갖고 준비하는 태도이며, 무엇보다도 기다림은 불안과 조급함을 줄이고, 상황을 더 넓게 보며 판단할 여유를 갖는 것이다. 다음으로 순서대로 설명하자면 먼저, 기다림과 믿음의 관계는 믿음은 약속을 기억하고, 그 약속이 이루어질 때까지 인내하며 기다리는 과정으로 설명되고, 기다림은 불안과 조급함을 내려놓고 신뢰를 바탕으로 잠잠(潛潛) (소란하지 않고 조용히, 말없이 가만히, 묵묵히) 서는 태도로도 해석되고, 관계 속에서 믿고 기다리는 것이 사람을 얻는 방법으로 언급되며, 기다림이 진심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성경적 근거에서도 강림[降臨:하늘에서 내려오심, 하림(下臨)]을 기다리며 참아라(야고보서)’는 구절(句節)처럼 기다림이 그리스도인들의 믿음의 한 형태로 제시(提示)’되기도 한다. 다음으로, 기다림이 두려움, 불안과 설렘이란, 기다림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그 안에서 기대하는 설렘이 함께 존재하는 감정상태로 설명되어지는데, 두 감정은 같은 신체 반응(긴장, 떨림)을 공유하지만, 해석과 대응방식에 따라 두려움으로 굳어지거나, 아니면 설렘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두려움은 위협이나 위험에 대한 반응으로 피하려는 움직임을 유발(誘發)하지만, 설렘은 흥분이나 기대감을 갖고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두려움, 불안은 무엇이 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비롯되고, 설렘은 무엇이 될지에 대한 기대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다음으로, 조급함과 서두름이란, 조급함은 결핍의 신호, 부족한 상태에서 머무르게 하고 결과를 구걸(求乞:남에게 돈이나 먹을 것을 달라고 빎)하는 태도로 이어지며, 서두르면 정체기(停滯期)에 불필요한 결정을 내리거나, 상황을 완전히 이해하기 전에 끝내버리는 실수나 우()를 범(:저지름)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조급함은 불안에서 비롯되며, ‘의심이나 속단(速斷:신중을 기하지 않고 서둘러 판단함)’으로 이어져 결과나 관계를 망칠 수도 있다는 점에 유의(留意) 및 유념(留念) 해야 하겠다.

마지막으로, ‘사랑은 이해가 아니라 기다림이라는 말은, 어찌 보면 비록 짧은 단문(短文)이지만, 사랑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고 있지 않나 싶다. 사람은 완벽하지 못하다. 다툼이 생기고 서로 오해가 생길 때마다 관계는 흔들리는 법이다. 그런데 사랑은 그 틈을 메우는 힘인 것이다.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보다는 기다려주는 마음이 더 중요한 것이다. 그러므로 기다림은 사랑의 또 다른 말, 이름인 것이다. 상대가 힘들어할 때, 말 대신 침묵으로 일관하며 곁을 지켜주는 것도 사랑이다. 우리는 대개는 즉각적인 대답을 듣기를 원하지만, 사랑은 서서히 자라나는 나무처럼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사랑의 기다림은 상대를 이해하기보다는 그 존재를 그대로 받아들이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태도를 강조하는 표현으로 쓰이며, 기다림은 단순히 수동이 아니라, 상대의 삶을 지켜보며 마음의 여유를 갖는 방식으로도 해석되고, ‘사랑은 이해가 아니라 기다림이라는 말과 사랑에서 기다림의 본질은 그리움이라는 표현 자체가 사랑의 정의를 재() 구성하는 문학적 표현으로도 활용(活用)되는 것이다.

우리네 삶에서 다른 것은 차치(且置:내버려 두고 문제 삼지 아니함)하고서라도 성공이라는 관점에서 기다림에 대한 성현(聖賢:성인과 현인)들의 본(;본보기가 될 만한 올바른 방법) 받을 만한 명언들에는 기다릴 줄 아는 것이 성공의 제1 비결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작가, 법률가, 외교관 J. 메스트르의 말로, 기다리지 못하고, 참지 못한다면, 어떤 일에도 빨리 포기하게 되기 때문에 차분하고 진득한(참을성 있고 의젓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고, ‘어떤 종류의 성공이든 인내(참고 기다리는 것) 보다 더 필수적인 자질(資質)은 없다. 인내는 거의 모든 것, 심지어 천성(天性)까지 극복한다.’ 미국의 석유 왕, 사업가, 대부호(大富豪:거부) D. 록펠러의 말로, '참고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있다'는 말처럼 끈기를 지닌 사람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며, ‘인내와 끈기, 그리고 피나는 노력은 성공을 안겨주는 무적불패(無敵不敗)의 조합(組合)이다.’ 미국의 세계적인 '성공 학' 연구자 나폴레옹 힐의 말로, ‘빨리빨리성격이 급한 우리 국민들에게 주는 메시지(message)처럼 들리는 것으로 매사(每事) 천천히 여유를 가져라는 말인 것 같다. 하나 더, 가장 울림을 줄 뿐만 아니라 좌우명(座右銘: 늘 옆에 갖추어 두고 가르침으로 삼는 문구)으로 삼을 만한 명언으로, ‘기다릴 줄 아는 사람에게는 모든 기회가 때에 맞춰 온다. 그래서 인간에게는 인내(참고 기다림)와 시간, 이것보다 강한 무기는 없다.’는 러시아의 사상가, 작가 레프 톨스토이의 말이다. 영어에도 결()이 비슷한 명문(名文)이 있는데, 이를 인용하면 인내는 성공의 주요한 요소이다. 모든 것들은 기다리는 사람에게 오게 되어있다(Patience is a key element of success. All things come to those who wait.)’가 있고, 덧붙여 공감(共感)과 귀감(龜鑑:거울로 삼아 본받을 만한 모범)이 되는 명구(名句), ‘인내는 기다리는 능력이 아니라, 기다리는 동안 어떻게 행동하느냐이다(Patience is not the ability to wait, but how you act while waiting.)’가 있다.

그렇다면 타고난 조급한 성격의 소유자들에게 필요한 기다림의 명언들은?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은 바라는 것을 가질 수 있다.’ 미국의 정치가 벤자민 플랭클린의 말이고, ‘어떻게 기다려야 하는지 아는 사람에게 모든 것이 주어진다.’ 미국의 긍정적 사고의 창시자, 목사, 작가 노먼 빈센트 필의 말이며, “사람들은 내게 야구가 없는 겨울에 뭘 하느냐고 물으면, 나는 창밖을 바라보며 봄을 기다린다.’고 말한다.” 미국의 전 메이저리그 베이스볼 내야수이자 코치, 감독 로저스 혼스비의 말이다. 또한 기다리는 동안 일을 잘 처리하는 자에게 모든 것이 온다.’ 미국의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의 말이고, “인간의 지혜는 기다림과 희망으로 집약(集約:한데 모아서 요약함)된다.” 몽테크리스토 백작을 쓴 프랑스 소설가, 희곡작가 알렉산드르 뒤마의 말이며, ‘프라이팬에 붙은 음식 찌꺼기를 떼어내기 위해서는 물을 붓고 그냥 기다리면 됩니다. 아픈 상처 역시 떼어내려 하지 마십시오. 그냥 마음의 프라이팬에 시간이라는 물을 붓고 기다리세요.’ 혜민 스님의 말은, 우리나라 노랫말 가운데 세월이 약이겠지요라는 말처럼, 마음의 상처에 조급함과 분(:원통한 마음)함에 몸살을 앓지 말고, 시간이 지날 때까지 기다리면 치료된다는 말인 것 같다.

어쩌면 우리네 삶의 대부분의 비밀은, 또는 답()기다림(사람이나 때가 오기를 바라는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기다림은 그냥 사는 것이다. 그리고 조물주, 하나님 앞에 서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순종인 것이다. 분노하고 슬퍼하며 절망하는 것은 기다림이 아니다. 그냥 그 자리에 서서, 바라는 사람이나 바라는 때가 올 때까지 그냥 그 소망을 지키며 살아내는 것뿐이다. 이루어졌으면 하는 것들이 많이 있는데, 그래서 애가 타고 마음이 아프고 슬프고 서럽고 공허한데도 그냥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기다림은 고통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기다림은 나름대로의 긍정적이며, 그 가치인 미학(美學)이다.’ 몇 가지 예(), 첫째, 기다림은 배려이다(약속시간 상대가 늦어지는 경우 늦을 만한 이유가 있으려니 하고 느긋하게 기다려준다.) 둘째, 기다려줌은 미안함이다(앞 상황에서 불평불만 없이 기다려준데 대한 늦은 사람 쪽 마음이다.) 셋째, 기다림은 감사함이다(어린 시절 어머니가 나의 서툰 행동이나 시간을 재촉하지 않으시고 지켜보며 기다리시던 일, 과정을 지켜보시며 어떤 결과에도 만족해하시던 일) 넷째, 기다림은 정성이다(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서는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밥도 뜸이 들어야 맛이 있고, 김치나 각종 젓갈들은 숙성이 되어야 제 맛이 난다.) 다섯째, 기다림은 기쁨이다(아이가 태어나 말이 더디었는데 어느 날 말문이 트일 때, 학교에 들어가 구구단을 외우지 못하더니만 어느 날 술술 외울 때 등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네 삶은 연속적인 기다림의 과정 속에서도 행복감을 느낀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아이가 태어나기를 기다리고, 아이가 태어나면 건강하게만 자라라하지만, 학교에 들어가면 공부 잘하기를, 성장하면 좋은 직장, 승진,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기를 소망하고, 그리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를 염원(念願)하고 지켜보는 삶을 살게 된다.]

끝으로 모든 꽃이 봄의 첫날 한꺼번에 피지는 않는다.’ 미국의 대학총장을 지낸 학자(學者) 노먼 크리스토퍼 프랜시스의 말처럼, 기다릴 줄 알아야 계절마다 피는 수많은 아름다운 꽃들, 무엇보다도 내가 좋아하는 꽃들을 볼 수 있다는데 기다림의 가치(價値), 미학(美學)’이 들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기다림느림을 동반해야 하는 것으로, 이 글에 이어 다음 글 느림의 미학(美學)’에서 또다시 만날 것을 기약(期約:때를 정하여 약속함)하며,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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