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청명 한식을 지나 지난 4월 20일 곡우도 지나간다. 우리 지역에는 못자리 관리를 비롯하여 밭작물 파종과 정식준비로 논 밭에 거름을 주고 경운이 한창이다. 한 해 농사의 성패는 흔히 '정성'에 달렸다고 하지만, 현대 농업에서의 정성은 단순한 노동력을 넘어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특히 작물 재배 전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과정이 바로 우리 땅의 상태를 살피는 ‘토양 검정’이다.
지난 4.16일 필자가 근무하던 여주시농업기술센터 밴드에 박모 후배 지도사가 “건강한 토양, 풍성한 수확의 시작!”은 토양검정이라며 장문의 홍보 글을 올렸다. “비료 적정 시비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많이 준다고 무조건 잘 자라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작물도 '과식'하면 탈이 납니다. 토양의 상태를 정확히 알고, 꼭 필요한 만큼만 주는 적정 시비가 농가의 경영비는 줄이고 작물의 품질은 높입니다. (중략) 비료를 주기 전, 농업기술센터에 토양 분석을 의뢰하세요.(이하 생략) 많은 농업인이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비료를 넉넉히 주는 것이 미덕이라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사람의 몸도 과식을 하면 탈이 나듯, 작물 역시 영양분이 과다하면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 특히 질소질이 과다하면 세포벽이 얇아지고 즙액 내 아미노산 농도가 높아져, 진딧물 같은 흡즙 해충과 도열병, 탄저병 등 곰팡이병의 표적이 되기 십상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상품의 맛과 저장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결국, 작물이 필요한 만큼만 영양을 공급하는 ‘적정 시비’가 고품질 농산물 생산의 핵심인 셈이다.
적정 시비의 이점은 품질향상에만 그치지 않는다. 비료를 꼭 필요한 만큼만 사용함으로써 불필요한 비료 구입비를 줄일 수 있어, 치솟는 영농 자재비 시대에 농가 경영비를 절감하는 실질적인 대안이 된다. 또한 땅에 흡수되지 못한 과잉 비료 성분이 하천으로 흘러가 발생하는 녹조 현상이나 토양 산성화를 막을 수 있어, 우리 후손에게 물려줄 농업 환경을 지키는 가치 있는 실천이기도 하다.
○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내 땅에 딱 맞는 영양 처방을 받을 수 있을까?
방법은 간단하다. 본격적인 밑거름을 주기 전, 가까운 농업기술센터를 방문해 토양 검정을 의뢰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사람이 정기 검진을 통해 몸 상태를 확인하고 부족한 비타민을 처방받는 과정과 같다. 토양검정의 정확도는 분석 과정보다 시료 채취가 매우 중요하다. 작물이 자라는 토양의 평균적인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올바른 토양 시료 채취가 우선이다.
토양시료채취는 먼저 농업기술센터를 방문하여 토양시료봉투부터 받아서 작물 재배 전이나 수확 직후, 퇴비나 비료를 뿌리기 전에 실시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필지 내에서 W자나 Z자 형태로 이동하며 5~10개 지점 이상의 시료를 채취해야 해당 필지를 대표할 수 있다. 비료가 뭉쳐 있는 곳, 가축 분뇨가 쌓였던 곳, 배수로 주변 등 특이한 지점은 피해야 한다.
채취 방법은 토양 표면의 이물질이나 유기물을 약 1~2cm 정도 걷어내고 시료 채취기로 하면 되지만 시료채취기가 없다면 삽으로 V자 홈을 약 15~20cm 깊이로 파낸다. 그 후 옆면을 2~3cm 두께로 고르게 깎아 시료를 채취한다. 작물별 채취 깊이는 작물의 뿌리가 주로 분포하는 깊이까지 채취한다. 논·밭은 약 15cm 정도, 과수원은 나무 수관 끝 지점의 안쪽 30cm 부위에 약 20~30cm 깊이로, 시설재배는 약 15~20cm 정도 채취하여 농업기술센터에서 받은 시료봉투에 600g 정도 시료를 넣고 시료봉투에 농가명, 지번, 지적, 재배 예정 작목을 명기하여 농업기술센터에 의뢰하면 된다.
보통 의뢰하면 분석하여 시비처방서가 나오기까지 대략 2주 정도 소요되니 재배 예정 작물 파종이나 정식 시기 전에 기비를 줄 시기를 고려하여 검정을 의뢰해야 한다.
○ 토양 검정을 마치면 ‘비료사용처방서’가 발급된다.
이 처방서에는 내 논과 밭에 부족한 성분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번 시즌에 얼마만큼의 비료를 주어야 하는지가 구체적인 수치로 명시되어 있다. 참고로 현재까지 농촌진흥청에서 시비 처방을 할 수 있는 작물은 벼, 고추, 사과 등 139 작목 이상 시비기준이 개발되어 있다.
따라서 각 시군농업기술센터에는 우리가 재배하려는 대부분의 작목에 대한 토양 검정 후 시비처방서를 받을 수 있다. 농업인은 이 처방서를 바탕으로 작물이 영양분을 가장 필요로 하는 시기(적기)에, 정해진 양만큼(적량), 올바른 방법(적법)으로 시비하는 ‘3적(適) 원칙’을 준수하면 된다.
농사는 땅의 정직함을 믿는 일이다. 하지만 그 땅이 지금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지 못한 채 일방적인 정성만 쏟는다면 기대만큼의 결실을 보기 어렵다. 적당히 주면 땅이 살고, 제대로 주면 작물이 웃는다. 올봄, 과학적인 토양 검정을 통해 건강한 토양을 만들고 풍성한 수확의 기쁨을 누리는 스마트한 농부의 첫걸음을 떼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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