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회암사지에는 낯선 장면이 있었다. 왕실행차가 지나던 길 위에 시민들이 함께 서 있었다. 행렬에는 참여한 시민들이 들어가 있었고, 길 양옆에는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 장면 하나로 올해 축제의 방향은 이미 설명이 됐다. 양주시 회암사지 일원에서 열린 왕실축제는 이전과 결이 달랐다. 무대 위 공연을 바라보던 방식에서 벗어나, 시민이 직접 장면 안으로 들어오는 구조로 바뀌었다. 관람과 참여의 경계가 흐려졌고, 그 자리를 시민이 채웠다.
숫자가 이를 말해준다. 17~19일까지 사흘간 12만명이 찾았다고 시는 집계했다. 지난해보다 2만4000명이 늘었다. 단순히 사람이 많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보고 떠나는 축제에서 머무르고 참여하는 축제로 성격이 달라졌다고 보는 게 맞다. 대표 프로그램인 어가행렬이 그렇다. 과거에는 정해진 출연진이 만드는 공연이었다면, 올해는 시민 100여명이 행렬의 일부가 됐다. 행렬은 더 이상 보여주는 장면이 아니라 함께 만드는 장면으로 바뀌었다. “구경이 아니라 축제의 일부가 된 느낌이었다”는 한 시민의 말은 과장이 아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시민들이 행렬과 프로그램에 자연스럽게 호응하며 축제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이어졌다.
체험 프로그램도 비슷한 흐름이다. OX퀴즈에만 약 480명이 참여했다. 설명을 듣는 방식이 아니라 직접 풀어보는 방식이다. 역사와 문화유산을 머리로 아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기억하게 하는 구조다. 공연 구성도 달라졌다. 전통유산 공간에 DJ 공연을 얹었다. 어색할 수도 있는 조합이지만 현장은 달랐다. 다양한 연령층이 뒤섞였고, 관람객의 체류 시간도 길어졌다.
불교문화 체험과 사찰음식, 명상, 다도 프로그램까지 더해지면서 공간은 단순한 관람지가 아니었다. 머무르는 공간에 가까웠다. 축제는 짧게 소비하는 이벤트가 아니라 시간을 쓰는 경험으로 바뀌고 있었다.
최근 지역 축제들이 여전히 ‘볼거리 경쟁’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변화는 분명 눈에 띈다. 사람을 모으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참여하게 하고 머물게 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는 점에서다. 결국 질문은 하나다. 왜 사람이 늘었는가. 그 답은 단순하다. 시민이 관객이 아니라 주체가 됐기 때문이다. 축제는 보여주는 행사가 아니라 함께 만드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다만 이 흐름이 계속될지는 아직 모른다. 참여형이라는 이름이 한 해의 기획으로 끝난다면 의미는 금방 옅어진다. 결국 이 변화가 방향이 될지, 이벤트로 남을지는 내년 축제가 그대로 보여줄 것이다. 축제는 결국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야 진정한 축제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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