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절차 위반·과잉행정·직무방기’… 동두천시 지행역 3번 출구 무인 주차단속,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오기춘 기자
오기춘 국장

행정은 편의가 아니라 절차로 존재한다. 그러나 동두천시 지행역 일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인 CCTV 주차단속 사태를 보면, 그 기본 원칙이 철저히 무너졌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지난 22일 지행역 인근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상인 A씨는 이 문제는 단순한 주차 민원이 아니라, 행정이 구조적 책임을 회피한 결과라며 분노를 터뜨렸다. 그의 말은 감정이 아닌, 법과 제도의 언어로도 충분히 설명 가능한 문제다. 이번 사안은 행정절차 위반 계획 수립 단계의 중대한 과실 감사·통제 기능의 부재 의회의 견제 실패가 복합적으로 얽힌 전형적인 과잉행정 사례로 볼 여지가 크다.

먼저 행정의 책임이다. 해당 지역은 상가 건축 허가 당시부터 교통 혼잡과 주차 수요 증가가 충분히 예견 가능했다. 그럼에도 시는 주차 수요에 대한 실질적 검토 없이 건축을 허가했고, 이후 발생한 구조적 주차난을 해결하기보다 단속이라는 가장 쉬운 수단을 선택했다. 특히 동일 구간 약 70m에 무인 CCTV 3대를 설치하며 6,5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한 결정은, 단속의 필요성과 범위를 현저히 벗어난 조치다. 이는 행정법상 비례의 원칙과잉금지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주차 민원이 존재했다 하더라도, 상인들의 영업권과 지역 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대안 검토가 선행됐어야 한다. 그러나 시는 공영주차 확충, 시간대별 탄력 단속, 유예 조치 등 어떠한 실질적 보완책도 제시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단속은 행정 질서 유지가 아닌, 상인들에게 사실상의 경제적 제재, 즉 준()형벌로 작용하고 있다.

절차적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행정절차법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시민 의견 수렴과 사전 고지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시는 상인 대상 공청회나 설명회 없이, 홈페이지 게시라는 형식적 절차만을 거쳤다. 상인들이 인지하기 어려운 방식의 미필적 게시를 근거로 의견이 없었다고 판단한 것은, 주민 참여 원칙을 행정 편의로 대체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상인과 주민에게 전가됐다.

의회의 책임 또한 가볍지 않다. 지방의회는 예산 심사와 행정 감시의 최종 보루다. 무인 CCTV 3대를 특정 구간에 집중 설치하는 비정상적 예산 편성은 당연히 검증의 대상이었음에도, 의회는 이를 사실상 그대로 통과시켰다. 이는 감독 의무 해태, 나아가 직무유기 논란까지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행정과 의회가 서로를 견제하지 못한 결과, 지역 상인들은 재산상·영업상 중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행정절차의 하자로 인해 발생한 손해라는 점에서, 국가배상 책임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이유다.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지행역 역사 하단부 공영주차장의 유료화 전환이다. 해당 지역에 공영주차장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은 담당 부서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안이다. 그럼에도 시민들이 이용하던 최소한의 주차 공간을 장기 주차 차량들과 예산 절감이라는 이유를 들어 유료화한 결정은, 정책 일관성은 물론 공익성조차 의문을 남긴다. 행정은 누군가에게 특혜를 만들어서도, 누군가에게 희생을 강요해서도 안 된다. 만약 이번 사태에서 행정의 고의 또는 과실이 명백하다면, 책임의 주체는 분명하다.

지금 상인들이 요구하는 것은 변명도, 민원 탓도 아니다. 절차를 지켰는지, 과잉은 없었는지, 견제는 작동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변과 책임 규명이다. 왜 상인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는 없었는가. 왜 상권 주차 영향 분석은 누락됐는가. 왜 제도 개선 없이 단속만 강화됐는가. 그리고 이 모든 결정의 최종 책임자는 누구인가. 행정은 말이 아니라 기록과 절차로 남는다. 2년 가까운 과잉 단속 속에 상권은 무너졌고, 방문객은 떠났으며, 상인들은 생존의 벼랑 끝에 서 있다. 행정이 계속해서 시가 뒷짐을 진다면, 이러한 것들이 무슨 작용을 위하여 이렇게 하는지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 이 지역 상인들은 단순한 상권 침체를 넘어 또 다른 사회적 피해를 낳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지역을 이용하는 주민과 상인 103명이 집단 민원 진정서를 냈다. 이제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이 더 큰 직무방기다.

관련기사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