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신문=오기춘 기자] 동두천시 지행역 3번 출구 일대 상권이 무인 CCTV 주차단속 시행 2년 만에 사실상 붕괴 직전에 놓였다는 현장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10년 넘게 회복세를 보이던 지역 상권이 단기간에 급격히 무너졌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단순한 주차 행정 논란을 넘어 도시계획 실패, 집행부 독주, 의회의 견제 부재가 동시에 드러난 행정 실패 사례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해당 지역 종교시설을 이용하는 주민들까지 단속 피해를 호소하며 집단 반발에 나서면서 갈등은 공식화 됐다. 상인들과 주민들은 “행정이 스스로 만들어 놓은 구조적 문제를 지역 단속으로 덮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상인과 지역 종교시설 이용 주민 103명이 서명한 ‘동두천시 지행역 3번 출구 무인 주차단속에 대한 집단반대’ 민원 진정서가 동두천시에 제출되면서 사안은 공식 쟁점으로 부상했다.
# 약 70m 구간에 단속기 3대… “상권 말살 수준” 상인과 주민 종교시설 등 피로감 한계
논란의 핵심 지역인 지행역 3번 출구 일대는 동두천을 대표하는 핵심 상권이다. 그러나 길이 약 70m에 불과한 좁은 도로 1개 구간에 무인 단속 카메라 3대가 집중 설치된 사실이 확인됐다.
장비 1대당 설치비는 약 2200만 원으로, 짧은 구간에 과도한 예산으로 단속 장비가 투입된 셈이다.
상인들은 “사실상 손님을 받지 말라는 조치”라며 “주차 과태료에 대한 불안 때문에 방문객이 급감했다”라고 호소한다. 한 상인은 지난 10일께 “빈 상가를 보러 15분가량 도로에 주차했는데 며칠 뒤 과태료 고지서를 받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상권 특성이나 유동 인구, 방문 목적에 대한 고려 없이 ‘단속 장비부터 밀어붙인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또한 인근 종교시설을 이용하는 주민들 역시 예배 참석 과정에서 반복적인 과태료 부과의 피로가 집단 반발로 이어지고 있다.
# 도시계획 단계부터 예견된 주차난… 책임은 단속으로 전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도시계획 단계에서 이미 예견된 주차 구조의 실패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문제의 지역은 동두천시가 참여한 체비지 개발지로, 애초부터 주차 공간이 충분하지 않은 구조였다.
그럼에도 시는 해당 지역 주차 용도 부지에 주차장 겸 대형 상업시설 건축을 허가했고, 이로 인해 상권 내 주차 수요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폭증했다.
상인들은 “주차난은 행정이 만든 결과인데, 그 책임을 차량 방문객 단속으로 떠넘기고 있다”라고 지적한다. 구조적 실패를 단속으로 봉합하려 했다는 비판이다.
# ‘보지도 않는 시 게시판’ 행정예고… 절차적 정당성 붕괴
무인 CCTV 설치 과정에서는 절차적 정당성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주민 설명회나 공청회 등 실질적인 의견 수렴 절차 없이, 상인들이 거의 확인하지 않는 시 홈페이지 게시판에 행정예고만으로 단속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쟁점은 •단순 게시판 공지가 주민 고지로 충분했는지, •상권·교통 영향 분석이 실제로 이뤄졌는지, •설치 필요성과 적정성이 검토됐는지 여부다.
상인들은 “설치 사실조차 몰랐다”며 “현재 개인 주차장을 운영하는 주변에 단속카메라를 설치하고, 중대한 행정 조치를 형식적인 고시로 밀어붙인 명백한 절차상 하자”라고 반발한다.
# 시의회 6500만 원 예산 승인… ‘견제 기능 실종’ 비판
무인 단속 예산 6500만 원을 승인한 동두천시의회 역시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상권 영향 분석이나 주민 피해 검토 없이 예산이 통과됐다는 점에서 “의회가 시민 생존권보다 행정 편의를 우선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방의회의 핵심 기능인 집행부 감시·견제 역할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 경기도 감사 요청, 시 자체 감사로 회귀… ‘면죄부 감사’ 의혹
한 주민은 지난해 11월, 과잉 단속으로 인한 상권 붕괴를 이유로 경기도에 감사를 요청했지만, 해당 사안은 다시 동두천시 자체 감사로 이관됐다.
그러나 감사 결과는 기존에 시행 중이던 ‘단속 유예 1시간 안내’ 수준의 형식적 조치에 그쳤고, •공청회 미실시 등 절차상 하자, •과잉 단속이 비례원칙을 위반했는지 여부에 대한 실질적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역 사회에서는 “감사부서가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 상인들 요구는 ‘단속 완화’ 아닌 ‘행정 책임 회복’
상인들은 단순한 단속 완화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공영주차장 확충, •상권 특성을 반영한 탄력적 단속, •일방통행 주차 유도 및 쪽면 주차 등 도로 구조 개선을 포함한 근본 대책이다.
상인 B 씨는 “우리는 단속 유예 1시간을 늘려달라는 게 아니라, 정상적으로 장사할 수 있는 환경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책임자 규명 없인 같은 문제 반복된다”
지역 여론은 이번 사태를 체비지 도시계획 실패→ 주차 공간 부족→ 과잉 단속 → 상권 붕괴와 주민 불편으로 이어진 전형적인 행정 실패 사례로 보고 있다.
특히 •코레일 역사 하부 기존 무료 주차시설 재계약 해지 및 유료 전환 과정의 공공성 훼손, •CCTV 설치 절차 미준수 정황, •형식적 자체 감사, •시의회의 감시 기능 부재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는 지적이다.
행정 전문가 A 씨는 “주차 공간은 마련하지 않고 단속만 강화하면 피해는 시민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단속이 아니라 행정 책임 규명과 구조적 개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주차 단속과 관련한 역민원이 발생해 해결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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