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는 사회에서 가장 보호받아야 할 존재다. 스스로 선택할 수도, 문제를 제기할 수도 없는 아이들에게 제공되는 급식은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라 기본권에 가깝다. 그렇기에 어린이집 급식과 운영을 둘러싼 문제는 언제나 가장 엄격한 기준으로 다뤄져야 한다. 고양시의 한 어린이집에서 제기된 급식 정량·식단표 미준수 의혹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이 사안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유난히 엄격해야 하는 이유다. 이미 우리 사회는 심각한 저출산 위기 속에 놓여 있다. 아이 한 명, 한 명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미래가 된 시대다. 그런 상황에서 아이들이 머무는 가장 기초적인 공간에서조차 신뢰가 흔들린다면, 누가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겠는가.
이번 사안은 단순한 급식 품질 논란에 머물지 않는다. 식단표와 실제 배식의 불일치, 급식 정량 미달 의혹, 식자재 구매처와 원산지 고지의 적정성 문제, 운영위원회 미개최 주장까지, 어린이집 운영 전반에 대한 신뢰를 흔드는 사안이 복합적으로 제기됐다. 특히 민원이 통화 녹취, 문자, 사진 등 구체적 자료를 첨부해 제기됐다는 점에서, 문제 제기는 감정적 불만이 아니라 사실 확인을 요구하는 수준에 가깝다. 이는 행정이 외면하거나 축소할 수 있는 단계의 민원이 아니다.
더욱이 운영위원회 운영 여부와 협의록 진위 문제는 행정 관리·감독 책임과 직결된다. 어린이집은 공적 재정이 투입되는 공간이며, 보조금 집행과 운영의 투명성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관리·감독이 형식적으로 이뤄졌다면 그 책임은 시설을 넘어 행정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만약 제기된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이는 개별 시설의 문제가 아니라 행정 시스템 전반의 관리 실패로 봐야 한다. 이 지점에서 행정의 역할은 해명보다 점검이어야 한다.
따라서 고양시는 신속하면서도 독립적인 감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조사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그 결과다. 의혹의 일부만 공개하거나 표현을 완화하는 방식으로는 시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감사 결과는 불리하든 유리하든, 한정 없이 시민에게 공개돼야 한다. 행정의 신뢰는 정보 공개의 용기에서 비롯된다. 어린이와 학부모 앞에서 숨길 수 있는 정보는 없다.
필요하다면 강력한 행정 조치도 뒤따라야 한다. 이는 처벌을 위한 조치가 아니라, 다시는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최소한의 책임이다. 행정이 주저하는 순간, 피해는 고스란히 가장 약한 대상에게 돌아간다. 어린이를 보호하지 못하는 행정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행정의 목적은 관리가 아니라 보호다. 특히 그 보호 대상이 어린이라면, 망설일 이유는 더더욱 없다. 고양시는 이번 사안을 통해 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의혹을 덮는 행정이 아니라, 신뢰를 회복하는 행정을 택해야 한다. 이번 감사의 태도와 공개 방식은 향후 고양시 행정 전반의 기준으로 남을 것이다. 그것이 어린이를 대하는 사회의 최소한의 품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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