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무상’이라는 말 뒤에 숨은 비용

김종대(남부권 본부장)
김종대(남부권 본부장)

입찰 과정에서 “용역비를 받지 않겠다”는 조건이 제시되면, 대개 긍정적인 반응이 먼저 나온다. 비용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말은 선의처럼 들리고, 입주민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으로 받아들여지기 쉽다. 공사비 절감이라는 명분도 분명하다. 그러나 공공성과 투명성을 전제로 한 입찰에서 중요한 것은 표면적인 문구가 아니라 그 이면의 구조다. 정말 아무런 대가도 없는 선택이었는지, 그 질문은 계약의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이번 사안을 둘러싼 논란 역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쟁점은 단순히 돈을 받았느냐, 받지 않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용역비를 받지 않는 조건으로 입찰에 참여한 뒤, 계약 과정에서 특정 기술 사용을 전제로 한 비용 구조가 형성됐다면, 그것이 과연 입찰의 공정성과 취지에 부합하느냐는 문제다. 겉으로는 ‘무상’이라는 표현이 사용됐지만, 실제로는 비용이 다른 항목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입찰 제도는 가격 경쟁만을 위한 장치가 아니다. 누구에게나 동일한 조건이 제시되고, 그 조건이 투명하게 공개되며, 결과 역시 예측 가능해야 한다. 특정 기술 사용을 전제로 한 조건은 참여 가능한 업체의 범위를 제한할 수 있고, 이는 경쟁의 폭을 좁히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불법 여부를 단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는 것만으로도 제도의 취지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특히 공동주택 공사는 일반적인 민간 계약과 달리,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다는 점에서 더 높은 수준의 설명과 검증이 요구된다. 계약 구조가 복잡할수록, 비용이 여러 항목으로 나뉠수록 관리 주체는 그 내용을 입주민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할 책임이 있다. “결과적으로 이익이 된다”는 설명만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다.

더 중요한 지점은 관리 주체의 역할이다. 관리소장과 입주자대표회의는 단순한 행정 절차의 집행자가 아니라, 입주민의 재산과 이해를 대신 관리하는 위치에 있다. 비용을 줄였다는 설명이 있더라도, 그 과정이 충분히 공개되지 않고 구조가 복잡하다면 신뢰는 쉽게 흔들린다. “돈을 받지 않았다”는 말과 “경제적 이익이 전혀 오가지 않았다”는 사실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이 같은 방식은 당장 눈에 보이는 손해가 없다는 이유로 묵인되기 쉽다. 그러나 제도 해석의 여지가 있는 구조가 반복될 경우, 입찰은 점차 형식만 남게 된다. 투명성을 전제로 한 절차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흐려질 때, 그 피해는 특정 계약에 그치지 않고 공동체 전체로 확산된다. 문제는 한 번의 선택이 아니라, 그 선택이 기준이 될 때다.

그래서 이번 사안은 사법적 판단 이전에 행정의 점검이 필요하다. 무상이라는 표현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특정 기술 사용 조건이 입찰의 공정성을 훼손하지 않았는지, 관리·감독 기관은 이 구조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 제도가 허용한 범위 안에 있었다 하더라도, 그 제도가 의도한 방향과 맞는지는 별도의 질문이다.

입찰은 서류로 끝나지만, 신뢰는 기록으로 남는다. ‘무상’이라는 단어 하나가 모든 것을 설명해 주지 못하는 이유다. 절차가 투명해야 결과도 납득된다. 그 원칙이 흔들릴 때, 질문은 다시 시작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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