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고양시가 44개 동에서 들은 진짜 목소리

이종훈 국장
이종훈 국장

책상에 앉아서는 결코 듣지 못하는 목소리가 있다. 걸어가 들어가야만 들리고, 눈을 맞춰야만 건져 올릴 수 있는 생활의 문장들. 이동환 고양시장이 올 8월부터 12월까지 세 달 넘게 44개 전 동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확인한 것도 바로 그 지점이었다. 시정 보고서에는 나오지 않는, 주민들만이 알고 있는 현장의 결을 읽기 위해서였다.

올해도 예외 없이 44개 동 전부를 직접 찾았다. 4년째다. 동마다 주민들은 저마다 오래 묵은 생활 현안을 품고 있었다. 통학로 불법주정차, 노후된 마을회관, 경보음이 닿지 않는 홍수 상황, 수목이 신호등을 가려 생기는 위험, 균열 난 자전거도로, 노인보호구역의 경사로, 용도 변경을 둘러싼 고등학교 유보지, 생활도로 기능이 상실된 좁은 골목길. 행정이 미처 닿지 못했던 작은 틈들이 현장에서 쏟아졌다. 바로 이것들이 답인 셈이다.

사실 이런 간담회는 보여주기식으로 흐르기 쉽다. 몇 마디 듣고 형식적인 답변으로 넘어가면 그만이다. 하지만 고양시의 간담회가 주목되는 건, 이동환 시장과 간부들이 현장에서 바로 이건 즉시 반영 가능하다”, “이건 부처와 협의하겠다라고 답하며 검토 상황을 바로 풀어냈다는 점이다. 주민들은 그 자리에서 행정이 지금 움직이고 있다는 실감을 가졌다. 말보다 태도에 진정성이 묻어 있었다.

이번 간담회서 주민 두 명에게 시장이 직접 표창을 건넨 장면도 상징적이었다. 공동체 활동에 묵묵히 기여해 온 이웃을 시장이 주민들 앞에서 인정하는 순간, ‘지역을 살리는 힘은 결국 주민에게 있다는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행정이 주민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주민과 나란히 서 있겠다는 제스처였다. 이번 소통간담회는 단지 한 해의 행정을 마감하는 행사로 끝나지 않는다. 44개 동에서 들은 소리가 부서별 검토를 거쳐 시정에 실제로 반영되면, 하나의 도시가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보여주는 현장 기록이 될 것이다. 행정은 정책 보고서나 계획서로만 돌아가지 않는다. 때로는 주민 한 사람이 건네는 한 문장, 불편을 참던 작은 생활고의 토로가 도시의 우선순위를 뒤집어놓는다. ‘작은 민원이 아니라 큰 실천의 시작점이 될 때가 많다는 이야기다.

종종 떠오르는 문장이 있다. “현장은 늘 정답을 알고 있다.” 고양시의 이번 순회 소통은 그 문장을 다시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3개월간 이어진 대장정은 단순한 행정 일정이 아니라, 도시를 다시 읽어내는 시민 공부에 가까웠다. 행정이 책상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책은 위에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건 실천이다. 고양시는 접수된 의견을 연차별·부서별로 정리해 순차적으로 시정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여기서 진짜 평가가 시작된다. 주민의 말이 시정으로 번역되고, 그것이 다시 현장에서 체감될 때 비로소 소통행정이라는 말이 의미를 가진다. 이동환 시장이 강조한 모든 동의 목소리를 같은 무게로 듣겠다는 약속이 앞으로 어떻게 구현될지 지켜볼 일이다.

현장은 오늘도 말한다. 누군가는 그 말을 들으러 다시 길을 떠나야 한다. 고양시의 이번 대장정이 한 번의 행사가 아니라, 도시를 듣는 방식의 표준이 되길 바란다.

관련기사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