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군이 서부권의 새로운 관광 성장 동력으로 야심 차게 추진 중인 ‘백학저수지 개발 사업’이 거센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군은 지난 5월 2일 언론을 통해 임시 개통 소식을 대대적으로 알렸지만, 핵심 시설인 부잔교는 여전히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언제 완공될 지 조차 불투명한 상태다. 수면 위를 걷는 부잔교와 약 3km의 수변 데크길을 조성해 체류형 관광벨트의 중심축으로 만들겠다는 거창한 청사진을 내걸었으나, 정작 현장은 대형 사업의 화려한 겉포장에만 치중한 채 방문객을 위한 최소한의 세심함과 배려가 통째로 빠져 있었다. 이러다 보니 수변 공간에 관광객은 거의 없이 썰렁한 분위기만 자아내고 있다.
지난 17일 오후 2시 40분께 찾은 백학저수지 주차장 광장은 진입부터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주변 자연경관과 전혀 어우러지지 않는 이질적인 흑백 패턴의 보도블록이 광장을 메우고 있었고, 그 위로는 마감 처리를 위해 뿌려진 규사(모래)가 정리되지 않은 채 사방에 방치되어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과 방문객들은 "미관을 해치는 것은 둘째 치고, 바람이 불 때마다 미세한 규사 먼지가 날려 호흡기 건강을위협한다"며 "힐링하러 온 공간에서 왜 이런 건강상의 불편을 겪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관계 당국의 관리·감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변 데크길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고가의 합성 데크 곳곳이 얼룩덜룩하게 변해 있었다. 막대한 예산 투입을 무색하게 만드는 실태다. 그러나 진짜 심각한 문제는 눈에 보이는 외관이 아닌, 방문객을 향한 ‘기본적인 편의성’의 철저한 결여였다.
가장 황당한 대목은 필수 편의시설인 공공화장실의 부재다. 왕복 3km에 달하는 수변 데크길과 부잔교를 이용하다가 생리적인 문제가 발생할 경우, 방문객들은 현장에서 아무런 대안을 찾을 수가 없다. 넓은 주차 광장 그 어디에서도 화장실을 발견할수 없었다. 수소문 끝에 광장에서 무려 약 1km가량 떨어진 곳에서 간이 화장실을 겨우 찾아냈지만, 이마저도 문이 굳게 잠겨 있어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 사업이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강한 의구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 관광객이 지역에 머무르며 소비를 하는 '체류형 관광지'가 되려면 무엇보다 오래 머물 수 있는 쾌적한 환경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화장실조차 해결되지 않는 곳에서 관광객의 체류 시간 연장이나 주변 상권으로의 소비 유입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화장실 없는 관광지는 결국 낭패를 본 방문객들이 서둘러 자리를 뜨는 일회성 스쳐 가는 공간으로 전락할 뿐이다.
■ 이름만 ‘배리어 프리’…교통약자 진입로 막아선 거대한 잡초 장벽
약자 배려의 상징이어야 할 ‘배리어 프리(BF,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데크 입구의 상황은 참담함을 넘어 행정의 안일함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휠체어나 유모차가 안전하게 진입해야 할 무장애 길 안내로가 무성하게 자란 잡초 더미에 가로막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이동 약자를 위한다는 시설이 실제로는 거대한 장벽이 되어 그들의 접근을 원천 차단하고 있는 셈이다. 부잔교가 최종 준공되기도 전에 이미 관리 부재로 도마 위에 올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그동안 연천군을 비롯한 관계당국들은 안전성과 환경 훼손을 방패 삼아 교통약자 편의시설 설치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왔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토목 기술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완만한 경사도 가이드라인을 철저히 준수하고, 친환경 스크류 앵커 공법 등을 도입하면 주변 수목의 뿌리를 다치지 않고 시멘트 독성 유출 없이도 충분히 자연 친화적인 무장애 길을 조성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핑계'만 찾으며 규정 뒤에 숨는 소극 행정이 74억 원짜리 명품 명소를 3류 산책로로 전락시키고 있는 셈이다.
■ 관광 사업의 성패는 결국 '디테일'에서 갈린다
수십억 원의 혈세를 쏟아부으며 치적 쌓기 식 속도전에 매몰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방문객이 발을 디디는 한 뼘 공간의 편리함과 안전이다.
백학저수지가 연천의 진정한 생태 관광 명소이자 지역경제의 버팀목으로 거듭나려면 지금이라도 방치된 잡초를 정비하고, 친환경 화장실을 확충하는 등 전면적인 보완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동 약자를 포함해 그 어떤 시민도 소외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손을 보지 않으면 겉만 번지르하고 속은 텅 빈 '반쪽짜리 예산 낭비 시설'이라는 오명을 피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연천군의 즉각적이고 과감한 결단이 시급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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