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AI의 답변 거부와 정치적 중립

              오기춘 기자
              오기춘 기자

광주가 대한민국 성지라는 것이 말이 ?”

시작은 단순한 취재적 호기심이었다특정한 정치적 의도를 담기보다최근 우리  깊숙이 들어온 국내 대표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이처럼 예민한 역사적·사회적 맥락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균형을 

 답을 내놓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

그러나 화면에 나타난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네이버 AI 질문에 대한 어떤 설명도 내놓지 않은  줄의 문장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서비스 정책상 해당 질문에는 답변을 드리기 어렵습니다” 

 번을 다시 물어도 차갑게 얼어붙은 AI 침묵은 깨지지 않았다.

질문의 가치판단을 떠나 이용자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생성형 AI 본래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맥락을 분석하고 이용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탄생한 기술이다그런데 사회적으로 조금이라도 민감하거나 논란의 여지가 있는 주제라는 이유만으로 질문 자체를 차단하고 입을 닫아버리는 것이 과연 기술의 진보이며 이용자를 위한 최선의 선택일까.

 

생성형 AI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러스트. /제작=Gemini
생성형 AI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러스트. /제작=Gemini

같은 질문을 글로벌 AI 챗GPT(ChatGPT) 던져 보았다GPT는 침묵을 선택하지 않았다대신 역사적·정치적 배경을 짚으며 차분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광주를 대한민국의 성지라고 표현하는 것은 역사적 맥락에서 사용되는 상징적 표현일 법적이거나 공식적인 개념은 아니다라며일부에서는 민주화의 상징으로 존중받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정치적 성역화라는 비판도 존재한다는 양측의 시각을 균형 있게 소개했다.

흥미로운 점은 GPT 네이버 AI 침묵 이유에 대해서도 나름의 분석을 내놓았다는 것이다한국 사회의 특수성 속에서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특정 입장으로 오해받거나 갈등을 증폭시킬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일종의 '안전 정책' 작동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질문이 틀려서가 아니라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서비스 운영 원칙의 결과물이라는 뜻이다.

물론 AI 기업이 허위정보 확산이나 혐오 표현명예훼손을 예방하기 위해 촘촘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전적으로 이해할 있으며반드시 필요한 조치다하지만 가짜뉴스를 걸러내는 것과 사회적 논란에 대한 '설명 자체를 포기하는 '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생성형 AI 단순한 키워드 검색엔진이 아니다서로 다른 자료를 비교하고 역사적·사회적 맥락을 복기하며 다양한 관점을 입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이용자의 합리적인 판단을 돕는 '조력자'의 역할을 할 수 있. 

논란이 예상된다는 이유만으로 AI 설명을 포기해 버린다면이용자는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고 스스로 사유할 기회마저 박탈당할 수도 있.

진정한 AI 중립은 특정 결론을 강요하는 것도그렇다고 도망치듯 입을 닫는 것도 아닐 것이다오히려 “ 사안에는 이처럼 다양한 견해가 공존한다 사실을 전제로객관적인 역사적 배경과 서로 다른 시각을 테이블 위에 공평하게 올려놓는 게 좋지 않을까이용자가 주도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할  있도록 나침반 역할을 해주는 그것이 생성형 AI 지향해야  본연의 가치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네이버 AI 답변 거부는 단순한 기술적 오류가 아니다국내 AI 서비스들이 사회적 논란을 대하는 철학과 운영 정책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기계적 침묵' 언제나 중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때로는 치열하게 균형 잡힌 설명과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면서 정면 돌파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중립에  가까울  있다.

글로벌 무대에서 토종 생성형 AI 진정한 경쟁력은 답변을 회피하는 세련된 거부 문구에 있는 것이 아니라갈등 속에서도 사실과 맥락을 충실히 설명해내는 '용기 있는 지성'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때다.

 

 기사는 “광주가 대한민국 성지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네이버 AI와 챗GPT, 제미나이(Gemini) 등 국내외 AI 반응과 안전 정책을 비교 분석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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