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12시10분께 동두천 소요산 부근 한 냉면집의 점심시간…!
식당 안은 평소처럼 사람들로 가득했다.
직장인들은 바쁜 오전 업무를 마치고 허기를 달래기 위해 자리에 앉았고, 현장에서 일하던 근로자들도 잠시 땀을 식히며 음식을 주문한다. 누군가는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고, 누군가는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식당 한쪽 벽면에 걸린 TV가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중남미 월드컵 축구 경기.
대한민국 대표팀이 체코와 맞서고 있었다.
처음에는 곁눈질로 보던 사람들이 어느새 숟가락을 든 채 화면을 응시하기 시작했다. 식당 안의 대화는 조금씩 줄어들고 중계진의 목소리가 공간을 채웠다.
하지만 한 골을 먼저 내주고 경기 상황은 좋지 않았다.
대한민국이 먼저 실점하며 0대 1로 끌려가고 있었다.
식당 안에는 아쉬움이 흘렀다.
“어휴“
“괜찮아, 아직 시간 많아.”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도 자연스럽게 같은 말을 나누었다. 그 순간만큼은 서로의 이름도 직업도 몰랐지만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황인범 선수의 동점골이 터졌다.
골망이 흔들리는 순간 식당 안 여기저기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대한민국!” 짝짝짝
누가 먼저랄 것도 없었다.
박수가 이어졌고 사람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방금 전까지 남이었던 사람들은 ‘대한민국’팀의 승리를 응원하는 동료가 되었다.
긴장은 계속됐다.
다시 체코의 세트피스 공격 상황에서 공이 대한민국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식당 안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한 숨’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그런데 잠시 뒤 휘슬 소리와 함께 주심의 손이 올라갔다.
‘오프사이드!’였다.
그 순간 식당 안에는 안도의 소리가 퍼졌다.
마치 경기장 관중석 한가운데 있는 듯한 분위기였다.
그리고 역전의 결정적인 순간이 찾아왔다.
오현규가 오른쪽에서 올라온 공을 중앙에서 정확하게 마무리하며 골망을 흔들며, 역전골을 성공시켰다.
2대 1.
식당 전체가 들썩였다.
누군가 할 것도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쳤다.
그리고 또다시 울려 퍼진 한마디.
“대한민국!” 짝짝짝
그 함성 속에는 특별한 힘이 있는 것 같다.
평소 우리는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살아간다. 정치적 견해도 다르고, 세대도 다르며, 살아온 환경도 다르다. 때로는 사소한 일로 다투고 갈등하기도 한다.
하지만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이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장에 뛰는 순간만큼은 다르다.
그들이 달리는 모습에 함께 기뻐하고, 함께 안타까워하며, 함께 환호한다.
이 날 점심시간 식당 안에는 이십여 명의 작은 대한민국이 모여 있었다.
그리고 모두가 하나의 목소리를 냈다.
“대한민국!” 짝짝짝
그 짧은 외침 속에는 선수들을 향한 응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잊고 지내는 소중한 가치가 담겨 있었다.
함께 웃고, 걱정하며, 대한민국이 승리를 꿈꾸는 마음.
월드컵은 경기장 안에서만 열리는 것이 아니다.
이 날 점심시간 식당에서도 또 하나의 월드컵이 열렸던 것이다.
태극기를 흔들지는 않았지만, 모두의 가슴 속에는 태극기 라는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깃발의 이름은 바로 하나 된 “대한민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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