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호국의 달 에티오피아 ‘강뉴 부대’의 헌신을 기리며

오기춘 기자
오기춘 기자

 

6월은 호국의 달이다.
녹음이 짙어지는 계절의 길목에서 우리는 다시금 ‘보훈(報勳)’이라는 단어를 가슴에 새긴다. 

흔히 6•25 전쟁을 언급할 때 우리는 전투 지원국 16개국과 의료지원국 6개국을 포함 22개 참전국들의 도움을 기억한다. 그 중의 한 국가인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 이름도 낯설었던 에티오피아 제국이 3,518명의 청년을 보내 대한민국을 지켜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들은 우리나라에 어떤 의미로 남아 있을까?

1951년 5월 6일, 부산항에 도착한 에티오피아 황실 근위대 ‘강뉴(Kagnew) 부대’는 대한민국 자유 수호의 전쟁 최전선에서 싸웠다. 당시 에티오피아는 시장 경제의 기반이 매우 취약했고, 풍족한 나라가 아니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하일레 셀라시에 황제는 근대화의 길목에서 고군분투 중이었고, 국민들의 삶 또한 넉넉지 않았다. 하지만 에티오피아 황제는 1935년 이탈리아 무솔리니의 극단적 우월주의인 파시즘 침략을 겪었던 아픈 역사를 기억했다. 그리고 ‘국제 평화는 곧 나의 평화’라는 철학을 실천하며, 자신의 가장 강력한 보루이자 정예 부대인 근위대를 주저 없이 약소 국가인 한국 땅으로 파병했다.

‘혼란을 쳐서 격퇴한다’는 뜻의 이름인 강뉴 부대는 한국전쟁 전 기간을 통틀어 크고 작은 전투에서 253전 253승이라는 기적 같은 신화를 썼다. 적근산(현 강원도 철원군 근남면 /당시 철의 삼각지), Yoke-Uncle 고지(현 연천군) 등 가장 치열했던 중동부 전선에서 그들은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단 한 명도 적에 포로로 잡히지 않았다. 영하의 냉혹한 추위와 낯선 환경 속에서도 그들이 지켜낸 것은 단순히 한국의 한 고지가 아니라, 인류 보편의 가치인 ‘자유와 평화’였다. 그리고 전쟁이 끝난 후, 그들은 전우의 유해를 단 한 구도 남기지 않고 모두 수습해 고국으로 봉환했다고 전해진다. 그들의 숭고한 전우애는 오늘날 우리에게 뭉클한 감동을 준다.

강원도 춘천 공지천 조각공원에는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기념비가 서 있다. 15.2m 높이의 탑에는 한글과 영어, 그리고 에티오피아의 암하라어가 나란히 새겨져 있다. 이곳은 75년 전, 이름도 몰랐던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청춘을 바친 이들을 기억하는 성지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 속에 그들의 이야기는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6월 호국의 달을 맞이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형식적인 추모를 넘어, 그들이 피로써 지켜낸 이 나라가 어떤 가치를 지향하고 있는지 되돌아보는 것이다. 강뉴 부대 참전용사들의 헌신은 75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가 누리는 일상에서 평화의 뿌리가 되어 있다.
6•25 당시 에티오피아가 보여준 강뉴 부대의 정신은 현재 세계 인류가 지향해야 할 의식과도 맞닿아 있다. 타인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받아들이고, 국경을 초월해 세계 정의를 실천했던 그들의 용기야말로 우리가 진정으로 계승해야 할 ”세계 평화와 자유“, 그리고 “호국”이라는 핵심이다.
낯선 땅에 평화와 자유의 꽃을 피우기 위해 뜨거운 젊음을 바쳤던 에티오피아 청년들. 그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다시 한번 기억해야 한다. 강뉴 부대가 보여준 불굴의 의지와 인류애는 오늘날, 국제 사회에 팽배한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는 이정표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그들에게 피의 빚을 졌다. 그 빚을 갚는 길은, 그들이 목숨 걸고 지켜낸 평화와 자유의 가치를 오늘날 세계 사회에서 정의롭고 공명정대하게 실현하는 것이다.

녹음이 우거지는 6월, 우리는 그들의 헌신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대한민국을 지켜낸 또 하나의 태양, 에티오피아 강뉴 부대와 16개국 전투 참전국, 그리고 6개국의 의료 지원국 등이 대한민국 국민의 가슴 속에 “자유와 평화”의 이름으로 영원히 기억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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