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신문=순정우] 조선시대 사대부들은 산을 찾아 유람하며 대자연을 즐기는 것을 ‘유산(遊山)’이라 불렀다. 영남의 명산이자 ‘남한의 소금강’으로 꼽히는 경상북도 봉화군 청량산은 퇴계 이황이 스스로를 ‘청량산인’이라 부를 만큼 아꼈던 곳으로, 선비들이 남긴 유산기만 100편이 넘는다. 이러한 역사와 천혜의 자연을 품은 청량산 자락에 수원시민들이 언제든 찾아와 노닐 수 있는 특별한 쉼터가 조성돼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수원시가 운영하는 ‘청량산 수원캠핑장’이 그 주인공이다.
수원시·봉화군 상생의 결실… 이용객 65%가 수원시민
청량산 수원캠핑장은 인구 소멸 위기를 겪는 봉화군과 시민들을 위한 고품격 휴식 공간이 필요했던 수원시가 상생 발전을 위해 손을 잡고 탄생시킨 결과물이다. 두 도시는 지난 2015년부터 대표 축제를 상호 방문하며 우정을 쌓아왔으며, 기존 캠핑장을 리모델링하여 지난해 가을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현장의 반응은 지표로도 증명된다. 2025년 10월 23일부터 11월 30일까지의 가을 시즌과 2026년 4월 1일부터 5월 12일까지의 봄 시즌 운영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체 이용객 4961명 중 약 65%에 달하는 3308명이 수원시민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원에서 220여㎞ 떨어진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일상의 피로를 풀고자 하는 수원시민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주말 수원시민의 객실(카라반) 이용률은 72.8%를 기록하며 높은 인기를 입증했다. 나머지 이용객은 인근 봉화군, 영주시, 안동시 주민들이 차지했으며, 특히 작년 대비 봉화군민의 이용률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추세다.
초보부터 프로까지 만족… 평일 ‘힐링’·주말 ‘생동감’
캠핑장은 개인 장비를 활용하는 오토사이트 12개 면(나무데크 9곳, 쇄석 3곳)과 최고급 편의시설을 갖춘 카라반 11개 동, 글램핑 7개 동 등으로 다채롭게 구성돼 있다. 카라반과 글램핑 시설에는 장안마루, 화서마루, 팔달뜰, 행궁뜰 등 수원화성의 주요 명소 이름을 붙여 수원시민들에게 친숙함을 더했다.
이용객 유형은 요일에 따라 뚜렷한 특징을 보인다. 평일에는 주로 50~60세 고령 이용객이나 부부, 친구 등 2명~3명 규모의 소수 인원이 찾아와 조용하고 한적한 자연 속에서 사색을 즐긴다. 반면 주말에는 30~40대 가족 단위 이용객이 주를 이루며 캠핑장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17일 수원시 공원녹지사업소 공원관리과 김정희 부팀장은 현장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전했다.
“평일에는 조용한 자연 속에서 서로 대화하며 쉬어가는 여유로운 힐링 공간이 되고, 주말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가족들의 활기로 캠핑장이 더욱 생동감 넘칩니다. 청량산 수원캠핑장이 단순한 휴식을 넘어 지역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상생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이러한 세심한 운영 덕분에 지난 4월 1일 재운영 시작 당시에는 경기도지체장애인협회 수원시지회 회원 20여 명이 첫 이용객으로 방문해 캠핑과 문화시설 탐방을 안전하게 마쳤다. 협회 관계자는 “세심한 배려 덕분에 청량산의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실 수 있었던 매우 만족스러운 캠핑이었다”며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오감 만족 특별 프로그램과 다채로운 주변 명소
수원시는 멀리서 찾아온 방문객들을 위해 주말 중심의 알찬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주말 오전 잔디마당에서 열리는 전문 강사의 ‘요가명상테라피’를 비롯해 봄철 테라리움 만들기 등 계절 특화 프로그램, 봉화 특산품을 활용한 요리 프로그램(주 2회), 수~토요일에 열리는 공예 프로그램 등이 대표적이다.
어린이들을 위한 통나무 균형놀이대와 바닥분수, 트릭아트 공간도 마련돼 있다. 캠핑장 주변에는 연계해 둘러볼 만한 관광 명소도 풍성하다.
봉화군은 도보 이동이 가능한 청량산박물관을 비롯해 신라시대 고찰 청량사, 해발 800m 절벽 공중을 가르는 하늘다리가 있으며, 차로 30~40분 거리에는 호랑이숲으로 유명한 국립백두대간수목원과 동심을 자극하는 분천역 산타마을, 백두대간협곡열차가 있다. 인근 안동시에는 도산서원, 월영교, 안동댐, 하회마을, 봉정사, 만휴정 등 유교 문화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또한 부근 영주시는 부석사, 소수원, 선비촌 & 선비마을, 무섬마을 등 유서 깊은 명소들이 인접해 있다.
청량산 수원캠핑장은 전용 애플리케이션 ‘캠핑톡’을 통해 사전예약제로 운영된다. 매월 1일 오전 10시부터 다음 달 이용분에 대한 예약 접수를 시작해 15일까지 받은 후 16일에 추첨 결과를 발표한다. 전체 시설의 50%는 수원시민과 봉화군민에게 우선 추첨 기회를 제공하며, 미예약 잔여 사이트는 17일 오전 11시부터 선착순으로 마감된다.
캠핑장에서는 산불 예방과 쾌적한 환경을 위해 나무나 장작을 이용해 불을 피우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되며, 지정된 화롯대와 숯을 사용한 취사만 가능하다. 반려동물 동반은 불가능하며, 밤 9시 이후에는 매너타임을 준수해야 한다. 야영객들의 안전을 위해 일산화탄소 감지기도 무료로 대여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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