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bucks에 가면 “톨, 그란데, 벤티 중에 어떤 걸로 드릴까요?”라고 묻는다.
처음 이 질문을 들었을 때 적잖이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나는 분명 국내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있는데, 영어와 이탈리아어가 뒤섞인 낯선 단어들의 언어가 대신한다. 톨(Tall)은 영어, 그란데(Grande)와 벤티(Venti)는 이탈리아어다. 통일성 없는 이 언어 조합은 단순한 실수일까. 아니면 계산된 마케팅 전략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것은 고도의 ‘언어 마케팅’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Starbucks는 미국 기업이지만 커피 기원의 본고장은 에티오피아다. 그러나 커피의 카페문화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시작돼 커피 문화는 이탈리라 라고 볼 수가 있다. 에스프레소, 바리스타, 카푸치노 같은 단어들이 풍기는 정서는 곧 ‘정통성’이 섞인 ‘전통’이다. 그란데와 벤티라는 이탈이아어 표현은 단순한 용량 표기가 아니라, 소비자에게 “이곳은 스타벅스 프랜차이즈 커피 문화 공간”이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왜 톨은 영어일까. 만약 ‘피콜로(Piccolo)’ 같은 이탈리아어를 썼다면 더 통일성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톨은 발음이 쉽고 직관적이다. 완전한 이탈리아어 체계 대신, 익숙함과 이국적 이미지를 절묘하게 섞은 것이 아닐까?
낯설되 불편하지 않게. 이 균형이 Starbucks라는 브랜드의 힘이다.
특히 벤티는 이탈리아어로 ‘20’을 뜻한다. 따뜻한 음료 20온스에서 유래했다는 설명을 듣는 순간, 소비자는 은근한 스토리를 생각하게 된다. 사이즈 하나에도 ‘이야기’를 입힌다. 우리는 커피를 사면서 동시에 분위기와 상징성을 구매한다.
이러한 언어는 단순한 전달 수단이 아니다. 소비를 설계하는 장치다. 만약 우리의 언어 작은·중간·큰으로 불렀다면 어땠을까. 가격 비교는 더 직설적이었을 것이고, 감성은 줄었을 것이다. 그러나 톨(Tall)•그란데(Grande)•벤티 (Venti) 는 가격 대신 문화적 경험을 떠올리게 한다. 단어가 곧 브랜드의 세계관이 되는 순간이다.
물론 Starbucks 첫 개점 장소는 미국 시애틀이다. 커피를 주문하는 언어에서, 처음 접하는 소비자에겐 어리둥절함이 따른다. 그러나 그 어색함조차 브랜드에 편입되는 통과의례다. 몇 번 주문하고 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말한다.
“그란데로 주세요.” 그 순간, 소비자는 브랜드의 언어를 습득한 내부자가 된다.
결국 이 혼합 언어는 국적 혼란이 아니라 전략적 언어 일것이다. 미국 기업이 이탈리아 커피 문화를 차용해 세계 시장을 장악한 상징적 장면. 문화와 언어는 글로벌 자본을 감성적으로 설계하는 가장 세련된 도구가 만들어 진 것이다.
Starbucks에서 우리는 카페의 커피 한 잔으로 흔히 이야기 하는 기업의 마케팅 전략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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