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박사의 생활의 발견] ‘느림’의 미학(美學)

문재익 전 강남대 교수(문학박사)
문학박사 문재익(칼럼니스트)

*이 글 제목 느림, 이전 글 기다림과 제휴(提携)해야만 하는 단어이다. 왜냐하면 느림에 익숙하기 위해서는 기다림과도 친숙(親熟) 해야 하기 때문이다. ‘느림과 기다림둘 다를 경험하고 배울 수 있는 것이 여행의 미학이기도 하다. 그런데 때에 따라서는 느림은 지루함과 싸움이기도 하고, 또한 지나친 느림에의 몰입(沒入)은 정신적 고립(孤立)을 자초(自招)할 수도 있는 것이며, 반드시 느리다고 몸이 편안하지도, 마음 또한 평화롭지도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초스피드 시대에, 현대인들이 느림어떤 시각(視覺)으로 바라볼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 글이라는 점을 밝힌다.

느림(Slowness)이란? ‘어떤 동작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거나, 어떤 일에 이루어지는 과정이나 기간이 길며, 기세(氣勢:기운차게 뻗치는 형세)나 형세(形勢:형편)가 약하거나 밋밋함에도 쓰인다. 유의어에 더딤, 완만(緩慢:움직임이 느릿느릿)이고 반의어는 빠름이다. 동사(動詞) 느리다는 무엇을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다(, 발걸음이 몹시 느리다)’로 반의어는 빠르다이고, ‘속도 또는 이해력이 더디다(, 진행 속도가 느리다, 말뜻을 알아차리는데 느리다)’로 유의어에는 둔하다, 더디다, 우둔하다, 어리석다가 있다. 그런데 오늘날은 우리의 생활 속에서 부드럽고 우아한 배려(配慮: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씀)나 자연(自然) 친화적(親和的:서로 가까워 사이가 좋음)인 삶을 의미하며, 느림의 향유(享有:누려서 가짐)는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지향(指向:지정한 방향으로 나아감)하여, 자기 충만, 영혼의 해방과 같은 정신적 가치를 의미한다.

오늘날과 같은 초스피드 시대에서는 빠름이라는 단어가 중시(重視:중요시)되고, 그 가치가 인정되며, 느림이라는 단어는 우리 시대의 낡은 가치 중 가장 뒤떨어져진 것처럼 들리고 취급된다. 그러나 프랑스의 심리학자, 수학자, 과학자, 물리학자, 발명가 블레즈 파스칼의 유고(遺稿) 집이 된, ‘종교 및 기타 주제에 대한 생각들에 대해 쓰인 팡세에서 인간의 모든 불행은 고요한 방안에 들어앉아 휴식할 줄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느림이라는 콘셉트/컨셉(concept:드러내려고 하는 주된 생각, 개념)는 체코와 프랑스 국적의 소설가 밀란 쿤데라의 느림이라는 소설에서부터 나오기 시작하여 프랑스의 철학자, 작가 피에르 상소가 쓴 느리게 산다는 의미에서 더욱 심오(深奧:깊이가 있고 오묘)하게 다루어지기 시작했다. 상소는 느림은 빠른 속도로 박자를 맞추지 못하는 무능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부드럽고 우아하고 배려 깊은 삶의 방식이며, 살아가면서 겪는 모든 나이와 계절을 천천히 아주 경건(敬虔:공경하고 삼가며 엄숙)하게 그리고 주의 깊게 느끼면서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인즉슨 조금 느리게 살면서 삶을 충분히 즐기고자 하는 심리적 경향으로, 천천히 현재의 삶을 음미(吟味:속뜻을 깊이 새기어 느낌)하고 즐기는 생활태도를 말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서 한국형 폴리매스(polymath;한계를 넘어 다재다능하고, 시대를 앞서가는 융합 형 인재) 윤은기 박사님은 초고속 성장과 치열한 경쟁 사회다 보니 스트레스기 최고조에 이른 것이고, 이제 인간의 본질인 자연으로 돌아가고 자하는 자연 회귀적(回歸的) 열망이라고 설명한다.

요즘 가장 각광(脚光:사회의 주목을 끄는 일)을 받고 있는 느림상품들은 인간에게 건강함과 유익함을 주는 것들에서 나타나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먹거리이다. 100세 시대에, 건강을 위해 돈을 더 주고라도 품질 좋은 프리미엄(premium:일정한 가격에 더하여 주는 금액) 제품들을 찾게 되는 것이다. 유기농, 자연, 천연, 프리미엄 등의 단어가 들어가는 제품들이나 무 농약 무 항생제, 무 성장 촉진제가 들어가는 식품들이 해당되는 것으로, 이 들 산업은 비약적(飛躍的)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무엇보다도 일반 대중들에게 까지 확산되어가고 있는 것은, 건강에 해로운 서구식 패스트푸드(fast food)보다는 우리의 전통적 식단인 스로우푸드(slow food)가 선호(選好)되고 있다는 점이다. 오늘날은 먹거리 이외에도 주거환경에서도 도시보다는 농촌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동안 귀촌이나 귀농 열풍도 있긴 했지만, 아직도 일부사람들은 도시보다는 농촌생활이 선망(羨望:부러워하여 바람)의 대상이 되거나 실제 현실로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개인적 경험을 전제로 노년에 들어서는 도시생활보다는 농촌생활이 훨씬 더 이로운 점이 많은 것 같다. 단 한 가지 우려(憂慮)가 되는 것은 병원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인데, 요새는 시골 병원들도 크고 작은 병원들이 다 있어, 크게 우려(憂慮) 하지 않아도 된다. 무엇보다도 이제는 의료서비스가 전국적으로 상당 수준 평준화 되어 있는 것 같다.

다음은 슬로시티(slow city), 민간에서 주도하는 범() 지구적 운동이다. 1999년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어, 공식명칭은 치타슬로(cittaslow’), ‘느린 도시라는 의미이다. 빠른 속도와 생산성만을 강요하는 빠른 도시(fast city)에서 벗어나 자연·인간·환경이 조화를 이루며, 여유롭게 즐기고 살자는 취지(趣旨:어떤 일의 근본이 되는 목적이나 긴요한 뜻)에서 시작되었다. 슬로시티는 전통의 보존, 지역민 중심, 생태주의(生態主義:생물이 살아가는 모양이나 상태를 보존하는 일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상이나 태도) 등 이른바 느림의 철학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追求:목적을 이룰 때까지 뒤쫓아 구함)하는 도시를 의미하는 것으로, 대표적인 예()가 제주도에 올레길(제주 탐방로)’ 걷기가 여행가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게스트하우스'라는 새로운 숙박 트렌드(trend)가 유행하게 된 것이다. 그 밖의 느림을 추구하는 국내 여행지들로, 전남 신안군 중도(천일염 명소)’, ‘슬로워킹 축제가 개최되는 전남 완도군 청산도(스트레스가 없는 건강 섬, 슬로 걷기 축제)’, ‘문향(文香:문학의 향기), 만향(漫香:느림의 향기)’, 경남 하동군 악양면(대하소설 토지의 주 무대)’, ‘노블리스오블리주(noblesse oblige: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의무)’ 정신의 명가(名家) 전남 담양군 창평면(느린, 비움의 삶)’, ‘전통문화예술에 대한 자부심이 높은 충남 예산군 대흥면(자연과 역사 문화와 전통을 고루 갖춘 마을)’,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진 그린칼라(green-collar: 환경 분야나 친환경)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북한강로, 다산 정약용 유적지로 다산 문화제)’, ‘전통의 맥을 이어온 장인(匠人)의 고장 경북 상주시 함창읍, 이안면, 공검면[삼백(三白:흰 누에고치, 흰 쌀, 겉이 흰 곶감)의 고장]’, 그리고 널리 알려진 전북 전주시 한옥(韓屋:우리나라 고유의 재래식 집) 마을[전국 유일의 도심 한옥 군(:무리)], 이들 모두는 느리지만’, 무엇보다도 행복()’을 만날 수 있는 곳들이다.

느림에 대한 현자(賢者:현인 우자)들의 명언들로, ‘빠른 것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가장 아름다운 곡선은 느리게 그려진다.’ 스위스 철학가, 소설가, 수필가로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중 한 사람으로 손꼽히는 알랭 드 보통의 말이고, ‘가장 느린 사람이 멈추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보다 훨씬 앞서 있는 것이다.’ 미국의 건국의 아버지 중 한 사람인 벤저민 프랭크린의 말이며, ‘느린 것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니다. 단지, 더 깊이 가는 또 다른 방식일 뿐이다.’ 미국 전역 대학협력 온라인 교육법 활성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미생물학 전공 하이디 스미스 교수의 말이다. 또한 느리게 사는 삶은 순간을 더 많이 느끼는 삶이다.’ 느림의 예찬(禮讚)느린 것이 아름답다를 쓴 스코틀랜드 태생으로 캐나다에서 성장한 베스트셀러작가 칼 오너리의 말이고, ‘나무는 서두르지 않는다. 그러나 모든 것을 이룬다.’ 춘추시대 초나라 철학자 노자(老子)의 말이며, ‘빨리 가고 싶다면 혼자 가라. 멀리 가고 싶다면 함께 가라. 그리고 진짜 가고 싶다면 천천히 가라.’ 아프리카 속담이다. 그런데 가장 울림을 주며 좌우명(座右銘:옆에 두고 가르침으로 삼는 문구)으로 삼을 만한 공자(孔子)님의 명언으로, ‘천천히 가도 괜찮다. 멈추지만 않는다면인데, 다시 말해 느리게 가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은 멈추는 것이다.’는 말로, 중요한 것은 멈춤이 아니라 방향으로, 잠시 멈춰 숨을 고르고, 자신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살피는 것, 이것이 바로 진정한 성장이라는 말씀인 것 같다.

느림의 미학삶의 매 순간순간을 가치 있게 만드는 능력인 것이다. 너무 조급하고 빨리 달리느라 소중한 것을 놓치지 않도록, 때로는 속도를 늦추고 삶을 온전(穩全) (본바탕 그대로 고스란히) 느끼는 여유가 필요한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미물(微物)느림의 중요성을 깨달은 달팽이에게서 배울 것이 있는지도 모른다. 느림은 조급한 일상 속에서 여유와 성찰(省察)을 통해서 삶의 본질을 되찾는 적극적인 선택을 의미하며, 단순히 게으른 것이 아니라, 순간을 향유(享有)하고 주위를 살피고 돌아보며 인생의 참된 의미를 발견하는 태도인 것이다. 느림은 결코 게으름이 아니고, 빠름이라고 해서 부지런함이 결코 아니다. 느림은 여유, ‘안식이요, ‘성찰이요, ‘평화이며, 빠름은 불안과 위기(危機)이기도 한 것이다. 나태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치하고 게으른 상태인 반면, 느림은 삶의 매 순간을 구석구석 느끼기 위해 속도를 늦추는 적극적 선택인 것이다. 너무 빨리 가다 보면 놓치는 것은 주위의 경관뿐만 아니라, 어디로, 왜 가는지도 모르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느림으로 삶의 지혜를 얻어야 할 것으로, ‘느리게 가는 것은 주위의 사소한 것들을 놓치지 않는 것이며, 느리다는 것은 뒤처진다는 것이 아니라, 꾸준하게 오래 멀리 간다는 것이고, 무엇보다도 느림은 시간을 급하게 다루지 않고, 시간의 재촉에 떠밀리지도 않으면서, 나 자신을 잊어버리지 않는 능력인 것이다. 한 마디로 유유자적(悠悠自適)느림의 삶은 우리에게 오래된 포도주처럼 향기로운 삶인 것이다.

끝으로 읽어야 할 한 권의 책을 강력히추천하며, 글을 맺으려 한다. 영어로 쓰인 서명(書名)The importance of living이고, 우리말 번역본 이름은 생활의 발견으로 중국이 낳은 세계적 석학(碩學)이자 현대의 공자님으로 칭()하는, 임어당(林語堂, 린위탕, 1985~1776) 박사님이 쓰신 것으로, 미국에서는 현대의 고전으로 후세에 길이 남을만한 명저(名著)로 호평(好評)을 받고 있으며, 각 나라마다 번역본이 출간되어 널리 애독(愛讀)되고 있다고 한다. 이 책과의 개인적 인연으로는, 강단에서 강의 시, 원문(原文) 그대로 발췌(拔萃)해 인성교육 겸(), 영어수업교재로 활용했던 책이다. 이 책은 총 13(Chapter)으로, 각 장마다의 소제목이 주로 ‘~ 즐거움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생, 행복, 자연, 가정, 특히 편안함과 한가로움등 우리의 실생활에서 즐거움과 행복감을 찾을 수 있는 길을 인도해 준다. 이 책은 가장 이상적인 삶의 방법을 중국의 옛 현인(賢人)들의 생활신조(信條)였던 한적한 생활중용의 길(中庸之道)’에서 찾고 있다. 이 삶은 결코 이상향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면에서 보더라도 가장 이상적이며 바람직한 삶의 자세인 것이다. 문명이 발달되고 문화가 향상될수록 단순히 필자의 주장에 불과하지 않고, 우리가 심장으로 느낄 수 있는 확고부동(確固不動)한 공감대(共感帶)를 이룰 것이다. 특히 이전 글과 이번 글에서 다룬 기다림과 느림이 실생활에서 왜 필요하고도 중요한지를 새삼 절실하게 느끼게 될 것이다. 이 책이야말로 한번 주어진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값진 삶을 살 것인가?’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제시(提示) 해 줄 것이며, 미루어 짐작컨대 '삶의 기쁨과 행복을 찾는 탁월(卓越)한 선택으로, 읽는 이의 인생을 바꾸어 놓을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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