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가 돌아간다. 버튼 하나에 종이가 쏟아진다.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찍혀 나오는 것은 임명장이다. 속도는 빠르고, 과정은 보이지 않는다.
버튼을 누르는 손은 망설임이 없다. 그러나 그 결과를 받아든 사람의 표정은 다르다. 놀람, 당혹, 그리고 어딘가 모를 불안이 스친다. 손에 쥔 것은 ‘특보’라는 이름의 종이 한 장이다.
현실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펼쳐졌다.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경선 후보 김동연 측 선거대책위원회가 발송한 특보 임명 문자가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에게 전달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동명이인 오발송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이 사건은 단순한 실수로만 읽히지 않는다.
이 만평이 겨누는 것은 한 통의 문자 그 자체가 아니다. 그 뒤에 놓인 정치의 방식이다. 선거는 사람을 모으는 일이고, 조직은 숫자로 움직인다. 더 많은 이름, 더 많은 직함, 더 많은 참여. 그 과정에서 직함은 점점 ‘상징’이 아니라 ‘도구’가 된다.
특보라는 이름 역시 그 흐름 속에 놓여 있다. 누군가에게는 책임과 역할을 뜻하는 자리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조직을 확장하기 위한 장치로 소비된다. 이름은 늘어나고, 직함은 쌓이고, 명단은 길어진다. 그러나 그 무게는 과연 그대로 남아 있는가.
정치권에서 직함의 인플레이션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선거철마다 등장하는 수많은 ‘위원’, ‘특보’, ‘자문단’은 지지의 폭을 보여주는 숫자로 기능해왔다. 문제는 그 숫자가 커질수록, 그 안에 담긴 의미는 오히려 희미해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장면은 묘하게 낯설지 않다. 버튼 하나로 만들어지는 직함, 그 직함을 받아든 사람의 어색한 표정. 이 둘 사이의 간극이 바로 지금 정치의 단면일 수 있다.
유권자는 단순한 실수 여부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건 관리의 문제인가, 아니면 방식의 문제인가. 우연히 잘못 전달된 한 통의 문자인가, 아니면 이미 익숙해진 시스템의 한 조각인가.
정치는 결국 신뢰로 움직인다. 그러나 신뢰는 속도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빠르게 찍어낼수록, 오히려 더 느리게 의심이 쌓인다.
기계는 멈추지 않는다. 임명장은 계속 나온다. 그리고 그 종이를 받아든 사람의 표정만, 점점 더 복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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