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전 말고 의견을”…공직문화 타파 나선 안성시 문화관광과

[중앙신문 사설] 코로나 속 독감 유행 조짐 심상찮다. (CG=중앙신문)
[중앙신문 사설] “의전 말고 의견을”…공직문화 타파 나선 안성시 문화관광과. (CG=중앙신문)

공직 사회에서 타파해야 할 관행은 적지 않다. 그중에서도 오랫동안 관성처럼 이어져 온 것이 이른바 간부 모시기문화다. 형식적 의전과 과도한 서열 의식은 행정 조직의 효율을 떨어뜨리고 소통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이런 가운데 안성시 문화관광과가 의전 말고 의견을 달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조직문화 개선에 나섰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형식보다 실질을 택하겠다는 분명한 방향 제시이기 때문이다.

문화관광과는 간부 공무원 식당 예약과 수저 세팅을 없애고, 과도한 출퇴근 인사를 지양하며, 보고 시 불필요한 격식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서서 하는 짧은 회의를 활성화하고 간부 전용 다과 준비도 생략하기로 했다. 사소해 보일 수 있으나 조직문화는 일상의 관행에서 형성된다. 불필요한 형식에 소모되던 시간을 줄이고 실무 중심의 토론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창의성과 현장성이 요구되는 문화관광 행정의 특성을 고려하면 더욱 의미 있는 시도다.

비슷한 문제의식은 중앙정부에서도 제기됐다. 두 달여 전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과의 업무보고 자리에서 불필요한 회의 관행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로 언급한 바 있다. 상급자가 퇴근하지 않으면 직원이 퇴근하지 못하는 문화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회의와 보고가 형식으로 굳어질 때 행정의 속도와 집중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선 행정 현장에서도 점검이 필요한 관행은 여전하다. 일부 지역에서는 면장이 순찰을 나설 때 여러 직원이 동행하는 사례가 지적된다. 대규모 행사라면 일정 수준의 인력이 필요하겠지만, 일상적 현장 방문까지 과도한 인력이 움직인다면 효율성 차원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 가뜩이나 인력이 부족한 일선 행정에서 한 사람의 동선에 여러 인력이 묶인다면 다른 업무는 그만큼 지연될 수밖에 없다. 출장이라는 명분의 그 외출은 결국 주민 부담으로 돌아간다.

공직은 권위를 유지하는 자리가 아니라 책임을 수행하는 자리다. 시민이 기대하는 것은 형식적 예우가 아니라 실행력 있는 행정이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비효율을 방치한다면 행정 신뢰는 약화될 수밖에 없다. 안성시 문화관광과의 시도가 선언에 머물지 않고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의전 말고 의견이라는 한 문장은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다. 공직사회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압축한 메시지다. 형식이 줄어들수록 본질은 또렷해진다. 불필요한 회의와 과도한 의전, 눈치를 보는 조직 문화를 걷어낼 때 행정은 더 가벼워지고 더 빨라질 수 있다. 이제는 관행이 아니라 효율과 소통을 기준으로 공직문화를 재정립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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